미주 한인들에게 ‘왜 미국에 왔느냐’고 묻는다면 ‘잘 살고 싶어서’와 ‘자녀 교육을 위해서’가 대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도 따지고 보면 ‘잘 살고 싶어서’에 포함된다. 자녀 교육도 결국 ‘잘 살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뭐가 잘 사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생각하는 ‘잘 사는 삶’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이다. 더더구나 자영업자가 많은 한인사회에서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해 큰돈을 버는 것이야말로 미국에 온 목적을 달성했느냐 못했느냐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 쉽다.
미국 부자 실상의 권위자로 불리는 토머스 스탠리는 최근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인 733명의 백만장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백만장자 마인드’라는 책으로 펴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백만장자의 이미지는 고대광실에 살면서 벤츠 500을 타고 미녀와 함께 환락가를 누비며 호의호식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할리웃이 만든 부자의 모습은 이 책에서 드러난 백만장자의 실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들의 92%는 기혼자며 평균 결혼 기간도 28년에 달하고 있다.
이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무척 검소한 이들의 생활이다. 430만 달러의 순자산을 갖고 있고 43만 달러의 연 수입을 올리면서도 대부분은 4만 달러가 넘는 차를 타지 않는다. 사는 집도 수입에 비해서는 의외로 작다. 대부분 12년 전 43만 달러를 주고 산 집에 살고 있으며 현재 가격은 75만 달러로 평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모기지 밸런스는 10만 달러 미만이다. 97%가 주택 소유자지만 대다수가 지은 지 40년이 넘은 집에서 살며 동네도 장래가 불확실한 신흥 개발지보다는 오래된 동네를 선호한다. 10년 미만 된 집에서 사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이들은 또 버는 것보다 훨씬 덜 쓴다. 70%가 구두 밑창을 갈아 신으며 48%가 가구를 수리해 쓴다. 71%가 리스트를 만든 후 장을 보며 코스트코나 샘 등 대형 할인매장을 이용한다. 작년 크루즈로 세계 일주한 사람은 3%, 알프스에 스키 타러 간 사람은 4%에 불과하다. 돈 드는 사립보다는 좋은 공립학교에 무료로 자녀를 보내며 남는 시간은 친구를 초대해 카드 게임을 하거나 자녀와 스포츠를 구경하며 돈 안들이고 보낸다.
이들 대부분은 자수성가형이다. 재산을 물려받아 백만장자가 된 것은 2%밖에 되지 않는다. 1/3은 자영업자, 1/5은 대기업 중역이다. 의사와 변호사가 각각 10%, 나머지는 회계사, 건축가, 엔지니어 등이다. 이중 가장 돈이 많은 것은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백만장자가 됐을까. 이들은 자기가 성공한 첫 번째 요인으로 정직을 들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한 번은 남을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고객이 떨어져 나가고 직원의 신뢰를 잃게 되며 거래처와의 관계도 끊기게 된다. 그 다음이 자기 통제력, 원만한 인간 관계, 협조적인 배우자, 근면 순이다.
재미있는 것은 의사 변호사는 예외로 하고 백만장자 중 학창 시절 성적이 뛰어난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SAT 점수는 1190점으로 평균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이들이 머리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대신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찾아내는 창의력과 주위와 원만히 지내는 사회적 지능 등은 뛰어나다.
얼마 전 싱가포르 교육 장관이 미국 교육을 배우기 하기 위해 온 일이 있다. 그 때 기자들이 "아니 공부라면 싱가포르가 최고인데 미국에는 뭐 하러 왔느냐"고 묻자 "우리 아이들이 잘 하는 것은 시험 잘 치는 것 뿐"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미국의 양심’으로 추앙 받는 마틴 루터 킹도 대학원 진학 시험인 GRE에서 언어 분야는 평균 이하, 수학 하위 10%, 물리 화학, 생물학 기타는 바닥 점수를 받았다.
시험 잘 치는 것은 부자가 되거나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남이 뭐라 하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용기, 남이 못했던 것을 시도하는 창의력, 친화력과 지도력 등등이 백만장자의 특징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一體唯心造)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하는 일은 결국 마음의 조화다.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백만장자 마인드를 갖추도록 힘쓰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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