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혼돈상태’한인사회 팁 문화 개선시급
한인사회의 팁 문화가 ‘혼돈상태’다. 어떤 때 얼마를 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물론 ‘팁’이 바로 ‘본봉’인 업소를 이용하면서도 종업원의 일부 월급을 책임진 셈인 고객들이 팁을 나몰라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팁은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바로 요금의 일부”라는 인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뷔페 식당은
아예 ‘생략’도
‘팁 혼선’의 대표적인 예는 뷔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먹을 음식, 내가 갖다 먹는데 웬 팁이냐’는 생각에 아예 팁을 ‘생략’하는 사람, 요금·인원에 관계없이 1-2달러를 놓는 사람, 1인당 1달러 정도로 통일하는 사람, 일반 식당과 마찬가지로 놓는 사람 등 각양 각색이다.
‘신라부페’의 민용환 사장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인들 사이에는 ‘뷔페=노 팁’인식도 적지 않다”며 “간혹 종업원 입장을 생각해 어렵게 ‘음식값의 7-8%정도는 주십시오’라고 말하면 역정을 내는 손님도 있어 난처했다”고 전한다. 일부 뷔페 식당에서는 팁을 안 놓고 나간 손님과 팁을 요구하는 종업원 사이에 해프닝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일반식당
팁 인심도 짠 편
고급 음식점에서 평하는 한인들의 팁 인심도 후하지 않다. 타인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 그렇다. 식당측에서는 미국인이 가장 후한 반면 한인이나 중국계, 필리핀계 등 아시안은 대체로 야박하다고 한다.
‘우래옥’ ‘용수산’ 등 타운 고급 음식점의 경우 한인들의 팁 비율은 평균 음식값의 10-15%로 일반 중급 식당보다는 나은 편이다. 하지만 통상 18-20%인 외국인보다 낮다. 한 식당 업주는 “외국인들이 최소 10-15%선은 확실히 지키는 데 반해 한인들은 기분이나 서비스 정도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고 말했다.
미국 생활 매너북 등에 따르면 식당에서의 팁은 세금을 포함하지 않은 합계의 15%정도, 고급 식당에서는 20%정도가 적당하다. 뷔페, 카페테리아 등에서도 음료를 서빙하거나 테이블을 맡아 심부름을 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합계의 10%정도를 팁으로 주어야 한다고 못박아 놓고 있다.
■황당한 택시 기사 팁
택시의 경우 더 황당하다. 특히 한인 택시의 주고객인 할머니들은 심하다 싶을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설명이다.
한 택시 운전사는 “팁은커녕 5달러 50센트 요금이 나오면 50센트 우수리는 떼어내고 요금을 주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심지어 마켓을 본 물건을 아파트 안까지 들어달라고 하면서도 팁으로 25-50센트 정도를 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벨택시’ 모니카 정씨는 “한인들은 팁을 무시하거나 요금에 관계없이 1-2달러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간혹 운전사가 정중히 팁을 요구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씨는 “미국인 고객은 거의 15% 정도의 팁”이라며 “한인들의 인색한 팁 소문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운전사들은 한인 고객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호텔 파킹장도 팁 무시
한인들이 팁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곳 중 하나는 발레파킹 요금을 따로 내는 큰 빌딩이나 호텔들. 한인들의 경우 주차비를 냈다는 생각에 발레 종업원이 차를 가져다주면 어물어물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래디슨 윌셔 플라자 호텔의 파킹 담당 필립 라스키스 매니저는 “한인 등 아시안 고객의 60%정도는 단돈 1달러도 주지 않는데 반해 백인은 80%가 2-3달러의 팁을 준다”고 전했다. 그는 한인들의 경우 팁을 줘도 1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용실, 이발소는 비교적 후해
미용실과 이발소는 그나마 한인들의 팁 인심이 후한 영역이다. 20달러짜리 남자 커트에도 최소 3달러 이상 주기도 하며 일부 손님들은 8-10달러 요금의 절반 가까운 3-5달러라는 ‘거액’의 팁을 내기도 한다는 것. 또 스타일이 맘에 들면 50-100%까지 주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안드레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 케이시 김씨는 “외국인의 경우 맘에 들건 안 들건 15-20%를 지키는데 비해, 한인들은 기분파가 많다”고 말한다.
■팁, 종업원 소득에 큰 비중
업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식당, 카워시 종업원등의 경우 팁은 전체 수입의 30-40%를 상회한다. 한 식당업주는 “웨이트리스의 기본급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팁은 이들의 주요 수입원”이라며 “정성껏 서비스했는데도 10% 정도에 머물 땐 야박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식당의 경우 팁 분배방법은 달라 웨이터, 웨이트리스들이 받은 팁을 모아 동일한 액수로 나누거나, 몇 명이 한 조가 되어 할당 테이블이나 룸을 책임질 경우 한 조 내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일부 식당은 웨이터, 웨이트리스와 주방의 요리사들이 팁을 공유한다.
미용사는 기술직이라는 특성상 팁의 비중이 더 크다. 식당과 달리 팁을 각자 챙기기 때문에 개인차는 있으나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넘기도 하고, 단골손님이 많을 때는 월급의 1.5배까지도 된다고 한다.
카워시 업소의 경우 팁은 종업원 소득의 3분의1 정도. ‘올림픽 카워시’의 제니 이씨는 “손님들이 주는 팁을 실내 청소하는 직원과 세차 직원이 나눈다”며 “요금이 9달러선인 레귤러 카워시 손님의 경우 대부분 2달러 정도의 팁을 주지만 아예 팁을 주지 않는 손님도 30%는 되기 때문에 실제 종업원의 수입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호텔 발레 파킹 요원의 경우도 주차비로 내는 1달러는 호텔 측 수입일 뿐, 발레 요원들에게는 각자 받는 팁이 주요 수입원이다.
타운식당의 한 매니저는 “팁 수입도 세금보고가 된다는 점에서 엄연히 정당한 소득”이라며 “그럼에도 많은 한인들이 부수적인 수입원으로 간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병찬 공인회계사에 따르면 세금보고시 팁 수입을 은폐하는 경우도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팁 수입도 급여와 똑같이 세금이 부과된다. 임창수 회계사는 “서비스 업종 중 규모 있는 곳은 팁 수입을 업주 차원에서 세금 공제된 뒤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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