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컨세이코의 은퇴가 확정되었다. 컨세이코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17년 프로생활을 마감한다고 발표, 마크 머과이어와 함께 A’s에서 한시대를 풍미했던 프렌차이저급 거포로서의, 그의 모습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역사의 뒤로 사라져 갔다.
장타력에 고타율, 기동력까지 겸비한 컨세이코는 1988년 홈런 40개, 도루 40개라는 메이저리그 초유의 40-40 기록 달성의 괴력의 소유자였다. 오클랜드에서 머과이어와 함께 배쉬 브라더스라고도 불리우며 A’s를 3년 연속 월드 시리즈에 올려놓은 주인공이기도 했던 컨세이코는 문란한 사생활로 인하여 구단주에 눈밖에 난 뒤 92년 텍사스 렉인저스로 방출당했다.
이후 급격한 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컨세이코는 뉴욕 양키즈, 보스턴 레드 삭스, 시카고 와잇삭스등지를 전전하며 저니맨으로 떠돌다가 타율 2할6푼, 홈런 462개를 때린 뒤 올 메이저에 입성하지 못하자 초라하게 은퇴했다.
컨세이코는 장신 선수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허리부상에 시달려 숙원이었던 5백호 홈런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은퇴석상에서 발표했다.
5백호 홈런 기록 불발, 불명예스러운 사생활, 후반기의 저조한 기록등은 컨세이코로 하여금 명예의 전당 가입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프라임 타임에서 보여주었던 컨세이코의 그 미증유의 괴력과 홈런 파워등은 컨세이코를 아는 많은 팬들에게 기록외적으로 컨세이코가 한 시대의 큰 궤적은 그은 위대한 선수였음을 추호도 의심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는 대명사급 직선거리를 날아가는 직격탄 홈런은 공중볼로 포물선을 긋는, 결코 싸구려 홈런이 아니었다. 더욱 팬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던 것은 컨세이코가 클러치 순간에 홈런을 날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였다는 점이다.
88년 LA 다저스와 월드시리즈 1차전은 A’s팬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컨세이코는 당시 무실점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던 난공불락의 오럴 헐샤이저등이 활약하던 다저스를 상대로 대포알 홈런을 뿜어내 A’s에 1-0리드를 안겨줬던 장본인이었다. A’s는 이날 커크 깁슨에 9회말 역전 홈런을 얻어맞고 메이저리그 사상 잊혀지지 않을 분루를 삼키고 말았지만 전성기 시절의 컨세이코의 실력이야 말로 A’s와 같은 작은 팀을 3연속 월드시리즈에 올려놓은 핵심 축이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팬들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발군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별로 떳떳치 못했던 컨세이코의 사생활은 그의 야구인생의 치명타가 되었다. 컨세이코는 92년 걸프랜드 폭행사건등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다 레인저스로 쫓겨갔다. 머과이어와는 달리 컨세이코는 A’s라는 둥지를 떠나자 더 이상 큰 선수가 되지 못했다. 머과이어가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하여 70호 홈런 기록을 달성하는 등 명성을 쌓아올려갈 때, 컨세이코는 가는 곳 마다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A’s에서 보여주었던 명수비를 펼치지 못하고 머리위로 날아가는 공을 머리로 들이 받아 홈런을 만드는 등 그라운드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컨세이코는 결국 지명대타로서 선수생활을 마감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러나 토미 라루사 감독의 부름으로 전 동료 데니스 에커러지등과 함께 새 둥지를 텄던 머과어어와 쫓겨가다시피 이적했던 컨세이코의 경우는 다른 것을 팬들은 이해해야 한다.
A’s는 전통적으로 프렌차이저급 선수들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기로 악명높은 팀이다. 물론 시장 규모가 작은 팀이기도 해서이겠지만 엘리트 팀의 의식이라곤 전혀 없는 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컨세이코를 떠나 보낸뒤 뒤 A’s는 다시는 컨세이코와 같은 위대한 선수는 만나지 못했다. 거포 제이슨 지암비가 MVP급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컨세이코와 같은 압도적인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나마 지암비조차 떠나간 지금 컨세이코의 은퇴를 바라보는 A’s팬들의 감회는 더욱 새롭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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