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이후 입대 여성 증가, 생활은 남녀가 유별
9.11 이후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귀신 잡는 해병’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하고, 유사시 가장 먼저 전선에 투입되는 등 전사할 확률이 가장 높은 해병대는 그런 만큼 가장 늦게 여성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군대다. 미국에 여성 해병대 예비군이 창설된 것은 1943년 2월13일이지만 여성들이 사격훈련 등 남자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에 이르러서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패리스 아일랜드에 있는 미국 해병대 신병 훈련소에는 현재 모두 425명의 남녀가 해병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버지니아주 프레드릭스버그에서 온 캔디스 플레밍도 이 9.11 해병대 신병의 한 사람이다. M-16 소총으로 무장하고 전투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1월4일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로부터 "천상 소녀"라는 말을 들었던 19세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지금 신병 훈련소에서 효과적으로 적군을 죽일 수 있는 사격술을 익히고 있는 그녀는 미국의 새로운 세대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그녀의 세대는 미국이 테러리즘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9.11 테러 공격에 대한 분노가 절정에 달해 실제 전쟁터에 파견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자원 입대했다. 그들은 미국사의 전환점에 해병으로 변신하기로 작정한 세대이고 여군도 실전에 투입되는 시대에 군대를 택한 세대이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라가 공격을 받았을 때 성인의 문턱에 들어선 첫 세대이자 공격 이후 전개된 전쟁에서 한몫을 해낼 수 있는 첫 세대이다. 여성 전투사령관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여전히 여군이 지상전에 투입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여군들은 탈레반 목표물을 공격하는 비행공격에 가담했고, 전투 엔지니어로, 정보 분석가로, 또 항공 관제사로 활약했다. 5만명이 넘는 미군이 파견되어 있는 그곳에서 여성들은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많은 전문가들은 대규모의 지상전이 펼쳐질 경우, 다수의 여군이 남자들과 함께 싸우다가 전사할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지난 1월 25세의 전투 무전기사였던 지넷 L. 윈터스 중사는 전투지역에서 전사한 최초의 여성 해병대원이 되었다. 그녀는 파키스탄에서 KC-130 급유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소규모 접전과 테러리즘과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패리스 아일랜드의 신병훈련소에 입소하는 여성들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세대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9.11 이후 입소하는 여성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신병훈련소를 찾았다. 입대하면 대학 학비 보조를 받는다는 조건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이고, 직업훈련을 받는 것도 좋은 기회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9월의 끔찍한 참사가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에서 온 새라 푸졸스(19)는 "남자들만 애국하란 법은 없다"고 말한다.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무역센터에서 사망한 푸졸스는 10월에 입대를 자원했다. 지난 1월 실시된 신병모집은 여성들도 이제는 군대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는 가정에서 이루어졌다. 이번에 입대한 여성들은 걸프전 때 초등학교에 다녔던 세대로 금남의 구역을 깨고 전투에 투입된 3만7,000여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접한 세대이다.
신병훈련소가 여군을 훈련시키는 방법도 과거와 달라졌다. 80년 여성들에게 M-16 사격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훈련소는 마치 차밍스쿨 같은 분위기였다. 립스틱 바르는 법을 배웠는가 하면 담배를 제대로 밟아서 끄는 법, 스포츠카에는 어떻게 타며 바의 높은 의자엔 어떻게 앉아야 하나 등이 주요 교육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제 여성 신병들은 남자들과 거의 똑같은 훈련과정을 거친다. 여성들의 사격장 훈련은 17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걸프전 이전까진 여성들이 전쟁터에 투입되는 일은 없었다. 걸프전에선 두 명의 여군이 전쟁포로가 되었고, 5명이 전사했었다.
걸프전 이후 여군들의 기회는 더욱 넓어져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전투기를 조종했고 전함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이제 군대 병과 중 90% 이상이 여성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플레밍과 동년배 여군들은 배운 사격술을 실제 전쟁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세대인 셈이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남녀 유별은 여전하다. 여성들은 신병훈련소에 입소하는 순간 성별이 문제가 됨을 느낀다. 신고식도 따로 하고 교관은 "여자들은 뒤쪽에"라고 호령한다. 여군들만의 소대에 편성돼 훈련도 별도로 받고 식사와 취침도 따로 한다. 훈련 담당자도 여성교관들이다. 그리고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여성은 전체 군인의 15%에 불과한 소수집단이다. 항상 전투에 가장 먼저 투입된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해병대의 경우 여성들을 더더욱 귀해 전체의 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소수이기 때문에 더더욱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플레밍은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남자 동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한다. 여전히 군대는 여성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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