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봄처럼 기온의 차가 심한 변덕 날씨에는 환절기의 불청객인 감기가 극성을 부리고 앨러지 환자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
한인들이 미국에 살면서 환경의 변화 때문에 얻게 되는 병이 앨러지인데 앨러지로 인한 고통은 환자가 아니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다. 주로 봄, 가을의 환절기에 심하게 나타나고 사시사철 앨러지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앨러지는 사람의 몸이 외부물질에 과민 반응하여 생긴다. 잡초나 나무, 꽃가루, 털 있는 동물의 비듬, 곤충, 먼지, 찬바람, 냄새 등이 원인물질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돼지고기를 먹고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처럼 달걀, 땅콩, 조개류, 초컬릿 등 음식물에 앨러지를 일으킨다. 또 페니실린 등 약물에 대한 앨러지도 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20%가 앨러지 환자라는 것이다.
앨러지 반응은 몸의 면역체계가 무해물질을 유해물질로 잘못 해석하여 나타난다. 앨러지 환자가 앨러지를 일으키는 물질을 먹거나 흡입하거나 주사 또는 피부 접촉했을 때 환자의 몸에는 침입물질을 중화시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항체가 생성된다. 항체가 생기면 몸의 세포에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히스타민이 혈관을 팽창시키고 분비물을 촉진시키고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신경을 자극하는 등 앨러지 증상을 유발한다.
그리하여 콧물, 눈물, 재채기, 코막힘 등과 심할 경우 기관지염, 천식, 폐경련 등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드물기는 하지만 쇼크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앨러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쓰는 앨러지 약은 항히스타민제인데 이런 약도 앨러지 만큼이나 독해서 사람의 진을 빼놓다시피 한다.
앨러지는 생후 몇달 안 되는 유아 때부터 평생동안 어느 때나 걸릴 수 있다. 요즘은 앨러지 검사법과 치료법이 개발되었으나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치료가 쉽지 않다.
다만 앨러지를 유발하는 환경을 제거하여 앨러지 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앨러지가 비교적 적은 네바다나 애리조나의 고온건조지역이 노인들의 은퇴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게 신체적인 앨러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인 앨러지도 있다. 정신적 질병의 원인에는 유전적, 선천적인 정신질환도 있지만 후천적 요인으로 정신적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노년에 걸리는 치매나 알콜, 마약, 고문 등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정신장애 등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환경과의 관계 때문에 발병한다는 점에서 앨러지와 흡사하다.
사람이 자기의 외적 및 내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 스트레스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장기간 고도의 스트레스로 진행되면 정신질환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되고 화를 잘 내게 되고 대인관계에 기피증이 생기고 정서불안을 겪는 등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해지면 우울증과 공포증으로 발전하여 폐인이 될 수 있다.
미국생활을 하는 한인들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겪는 스트레스가 많다. 문화의 차이, 언어 장벽, 직업에 대한 불만, 가정관계의 변화, 사업 실패로 인한 생활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외로움과 답답함, 이 모든 것이 심한 스트레스인데 이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지 못하거나 과민반응을 할 때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말과 행동에는 어딘가 이런 증상이 엿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내고 말과 행동을 이랬다저랬다 하는 초기의 정신장애 증상을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발병하는 신체적 앨러지에 못지 않게 정신적 장애도 매우 위험하다. 앨러지 환자가 앨러지 물질에 노출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에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환경을 원하는 대로 바꾸어 놓을 수는 없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피할 길이 전혀 없을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나를 환경에 맞추면 된다. 자신의 눈높이를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긍정적 사고로 사는 것이 정신적 앨러지를 예방 치료하는 명약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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