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발행되는 언론매체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반미감정은 미국에 사는 동포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의 수준을 넘어 겁이 날 정도이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떴다 떴다 비행기"의 가사를 바꾼 "안사 안사 비행기, F-15K"란 동요를 보자. 울분에 찬 목소리의 소녀들이 합창으로 부르는 이 개사곡은 "F-15 사 가지고 돈을 대란다,
너 같으면 사고 싶냐 고철덩어리,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라며 조롱하고 있다. 개그맨 배칠수의 "엽기 김대중"에서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뭐시여? 음마, 이런 잡것이…"라고 조롱한다.
이런 감정적 대응뿐만 아니라 실질적 행동을 위해 미국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단다. 이런 불매운동 여파로 최근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 국내에서 팔리는 미국제품의 매출이 5~1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표기하는 한자어도 ‘아름다울 미’에서 일본처럼 ‘쌀 미’로 바꾸자는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이런 반미의 직접적인 원인들로는 겨울올림픽 대회에서 김동성 선수가 실격 판정을 받고 미국의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놓친 것,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여 한반도의 정세를 불안하게 했다는 것, 그리고 차세대 공군기인 F-X 사업에 대한 미국의 압력 의혹 등이 거론된다.
과거에는 광주사태 혹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반미운동이 간헐적으로 그것도 주로 운동권에서 일어났었다. 그러나 요즘의 반미운동은 언론과 지식층이 가세하여 무게를 실어 주면서 계층이 크게 확대되고 그 정도가 내면화 심층화되고 있다.
한 예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한국 신문들의 기사들은 대부분 반미라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반미추세로 인해 최근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어느 나라에 대해 가장 호감을 느끼는가 라는 여론조사에서 중국이 10% 이상의 차이로 미국에 앞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러한 반미감정이 한국의 국력 신장과 더불어 미국과 대등하고 수평적 관계 정립을 위한 자연발생적인 것이라면 바람직한 것이다. 그보다는 열등의식과 피해의식 그리고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나온 부정적 측면이 더 강하다. "미국이 우리의 구세주도 아니고 국제 정의의 수호신은 더더욱 아니란 사실은 분명하지만 말입니다"라며 흥분하기보다는 자신의 뒤늦은 깨달음을 탓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작금의 반미감정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야기한다. 첫째, 사소한 문제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확대 증폭하는 점이다. 둘째, 반미감정이 미국 정부와 미국민을 무차별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특정 정책에 반대할 수 있지만 그것이 미국민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큰 문제이다.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타가 붕괴되고 수많은 미국민들이 죽은 것에 대해 반미감정이란 차원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셋째, 반미감정의 피해자가 누구인가? 한국민 자신들이 최대 피해자이다. 왜냐하면 초등학생들까지 그런 욕을 서슴없이 한다면 그들의 마음이 비뚤어질 것은 분명하다. 넷째, 반미감정의 그 다음 피해자는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다. 어느 신문의 만화에 보면 ‘아직도 잘 나가는 친일파’ 그리고 ‘친미 사대파’라며 이 둘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재미동포는 어떻게 분류될지 자명하다.
다섯째, 반미감정이 한국민들의 감정을 소화하기 위한 카타르시스의 수준을 넘어 미국 정부와 미국민들에게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갖고 있는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와 한국이 미국에 갖고 있는 것을 비교한다면 그 차이는 매우 크다. 만약 미국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대응들에 대해 잘 알게 되고 그에 따라 한국민처럼 대응한다면 어떻게 될까?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 다행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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