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하탄 일궈온 한인 자영업
▶ (5) 세탁
맨하탄에서 한인 세탁업계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70년 후반부터다. 다른 업종과 달리 세탁업계는 비교적 이민 경력이 있던 한인들이 주로 맡아왔다. 이는 서비스업종이라는 점과 또 그런 만큼 영어 구사가 어느 정도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인들은 75년부터 85년사이 유대인이나 이탈리아계, 아이리쉬계들이 빠져나간 세탁업계의 빈 자리를 메우면서 한인사회의 주류 업종으로 자리를 굳히기 시작했다. 맨하탄 지역의 한인 세탁업소는 당시 600여개가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반환경적 요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인 세탁업계는 시련을 겪게 된다.
연방정부 차원 뿐아니라 뉴욕주정부의 ‘파트232(Part232)’까지 지난 10여년동안 한인 세탁업계는 환경 규제에 대한 생존의 몸부림을 계속해왔다.
세탁기계의 퍼크(Perc)로 성장을 거듭해온 한인 세탁업계가 퍼크로 인해 환경 규제의 철퇴를 맞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환경규제와의 투쟁
맨하탄은 다른 지역보다 주상복합건물들이 많다. 지난 80년대 후반 맨하탄의 주상복합건물의 한인 운영 세탁업소에서 주거 건물의 신생아가 퍼크 노출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규제가 시작됐다.
당시 한인 세탁업계는 퍼크가 유해 물질이라는 과학적 근거없이 매도당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지만 ‘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뉴욕주 환경보존국(DEC)은 지난 89년부터 한인드라이클리너협회와 NCA-I, 환경단체, 기계 제조업체 등과 함께 ‘파트232’를 제정하게 된다. 이 법안은 퍼크의 노출을 막기 위해 밀실 설치와 세탁인 자격증, 기계 공증제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한인 세탁인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세탁기계의 변천사는 이같은 세탁업계의 고민을 보여준다.
지난 50년대 처음 등장한 제1세대와 2세대 기계를 거치면서 한인 세탁업계는 대부분 퍼크를 기계내에서 순환통로를 통해 빼낸 뒤 냉동시키는 제3세대기계로 전환했다. 또 세탁물에 남아있을 지 모를 퍼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탄소흡착기를 통해 순화시키는 제4세대기계로 전환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세탁업계는 퍼크를 대체할 수 있는 솔벤트를 찾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어 현재 물세탁이나 하이드로카본 등 여러 가지 기계들이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퍼크 사용 기계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설치가 까다롭다는 점 때문에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세탁업소의 퍼크가 환경 문제로 부각되면서 또다른 피해는 기존의 랜드로드들이 재계약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맨하탄 14가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의 한 세탁업소 관계자는 "랜드로드들이 리스를 주지 않으려 한다"며 "인근 업소들이 렌트 계약이 만료된 뒤 재계약을 하지 못해 문을 닫을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지속적인 생존 노력
맨하탄에서의 환경 규제 및 단속이 강화되면서 한때 세탁업계에서는 드롭스토어(Drop Store) 붐이 불기도 했다. 드롭스토어는 세탁기계 및 공장을 다른 지역에 두고 세탁물을 받기만 하는 시스템이다.
드롭스토어를 운영하는 한인들은 대부분 퀸즈와 브루클린 등 맨하탄과 인접한 지역에 세탁공장을 가동하면서 비싼 렌트와 직접적인 환경 단속을 피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인 세탁업자들은 모두 ‘퍼크에 관한 한 전문가’라는 말처럼 오랜 규제와 감시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남았으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보다 대형화되고 전문화된 세탁업소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호텔 등에서 나오는 침대카버같은 린넨 서비스(Linen Service)다. 또 군복을 취급하는 대형 세탁업 쪽으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한인드라이클리너협회 김준현 회장은 "맘앤드팝(Mom & Pop) 스타일의 업소에서 벗어나 전문화되고 대형화되는 업소들은 아직도 뻗어나갈 수 있는 길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젊고 유능한 한인 2세들이 유입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공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는 말이다.
■[인터뷰] ‘메릿 클리너’ 김영환 사장
"배우 의상등 전문세탁 적극적 마케팅이 주효"
뉴욕의 명물 브로드웨이의 극장가에는 일년 365일 내내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배우들이 입는 이 화려한 의상들도 세탁을 해야한다.
맨하탄 매디슨애비뉴에 있는 ‘메릿 클리너(사장 김영환)’는 브로드웨이나 메트로폴리탄의 주요 극장에서 입는 무대 의상들을 맡고 있다.
메릿 클리너는 주요 극장 18곳과 세탁 계약을 맺고 있다. 김영환 사장은 "레이스와 구슬, 닭털 등이 달린 무대의상을 세탁하는 과정은 또다른 도전"이라고 말한다.
6년전부터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무대 의상을 세탁하고 있는 김 사장은 "무대 의상 한벌에 보통 4,000~7,000달러의 고가품"이라며 "처음 계약맺기부터 세탁물의 품질까지 매우 까다롭지만 마진이 높고 세탁 기술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메릿 클리너는 무대 의상을 맡기 위해 미국인 마켓팅 세일즈맨을 고용하고 극장과의 지속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매리옷호텔과 쉐라톤호텔 등의 고객 세탁도 담당하는 등 고급 의류를 전문적으로 취급해왔다.
이같은 성과는 김 사장이 세탁 공정에 대해 간여하지 않고 마켓팅쪽으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직원이 30여명이 있지만 각 분야별로 매니저가 책임을 지고 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가격만 싸다고 성공하는 업소는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서비스 업종인만큼 고객 관리와 마켓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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