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 만해도 시험과 낙제가 거의 없어 출석만 하면 자동으로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공립 초·중·고교의 좋은 시절은 최근 몇 년 사이 교육개혁 바람이 불면서 물 건너갔다. 각급 학교마다 새로운 평가시험들이 줄을 잇고 더욱이 가주 교육부가 지난 1998년부터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고양과 학교측에의 적극적 책임부여를 목적으로 유급제(Retention Policy)를 도입, 특히 언어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갓 이민온 학생들에게는 결코 학교생활이 만만치 않게 됐다. 유급제란 성적이 부진한 학생도 출석만 하면 상급학년으로 올라가던 기존의 자동 진급제를 폐지하고 정해진 학습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몇 년이고 같은 학년을 반복토록 하는 것으로 현재까지도 교육계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올해로 시행 4년째를 맞는 유급제. 그 현황과 각 학교별 기준을 알아보고 유급의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서머스쿨정보를 소개한다.
유급현황
처음 유급생이 공식집계된 1999-2000학년도 LA통합교육구의 2학년과 8학년 유급대상자는 약 1만3,500명에 이르렀다. 교육구는 이 유급대상자들을 6주간의 서머스쿨과 애프터스쿨 및 주말학급에 참석시켜 성적을 만회토록 함으로써 유급자를 6,350명으로 줄였다.
또 2000-2001학사연도 OC지역 초·중·고교에서는 총 4,000명의 유급생수가 집계됐으며 특히 4대 한인밀집 교육구인 어바인, 가든그로브, 애나하임 및 풀러튼 교육구 중 어바인을 제외한 3개 교육구에서도 1,700여명의 학생을 유급시켰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업이 부진한 이유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향후 학업 성적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 저학년생들의 유급 여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영어미숙생(EL)의 유급기준을 따로 마련해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바인 등 일부 교육구는 유급제도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진작에 있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 가능한 적은 수의 학생을 유급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으며 심지어 유급생수를 아예 집계하지 않는 등 유급제의 시행세칙은 교육구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UC버클리 교육학과 브루스 풀러 교수는 “조사결과 유급제도가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높이는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급기준 및 대책
▲초등학교
주로 2학년의 유급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3학년 교과과정부터 많은 정보가 소개되기 시작하므로 2학년때 기초를 튼튼히 다지지 않으면 앞으로의 학습부진이 적체되기 때문.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 엘렌 박 교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교생 1,460명중 32명이 유급했는데 이중 25명이 2학년생이었다.
유급기준은 나이가 어리거나 정신연령이 뒤쳐질 때, 또 신체적으로 왜소할 경우와 성적전반이 C 이하일 경우로 한두 과목이 뒤쳐진다고 유급대상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유급결정은 교사 또는 학부모가 제안할 수 있지만 양측의 서면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 교감은 “2학년을 제외한 타학년에서는 가급적 유급을 시키지 않는 편”이라며 “2학년을 반복해서라도 기초를 다지기 때문에 3학년부터는 유급될 확률이 적다”고 설명했다. 일단 유급대상자로 분류되면 서머스쿨과 애프터스쿨을 통해 만회할 수 있도록 돕고 단시간에 만회가 되지 않을 경우 부모의 승인하에 특수교육 등 개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보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학교
지난 해부터는 중학생들에게도 고등학교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크레딧을 부여하기 시작했으며 따라서 8학년의 경우 낙제(F) 점수를 받으면 서머스쿨을 통해 성적을 반드시 만회해야만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하게 됐다.
존 버로우즈 중학교의 경우 8학년 과정중 퍼포먼스 어사인먼츠(Performance Assignments) 작문시험, 2학기 영어A, 영어B와 AP ESL B에서 낙제하면 자동 유급대상이 된다. 물론 서머스쿨을 통해 만회하도록 기회는 주어지지만 통과할 때까지 몇 년이 지나도 고교에 진학할 수 없다. 데브라 매튜스 교감은 “중학교 유급제도의 정책이 계속 변하고 있어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는 8학년에게만 적용, 매년 전교에서 1∼2명의 유급생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는 전학년에 유급제가 적용된다. 9학년은 55 크레딧, 10학년은 110 크레딧, 또 11학년은 170 크레딧 이상이 누적 돼야 각각 상급학년으로의 진급이 가능하다.
보통 고교생들이 한 학기에 5 크레딧 과목 6개로 학년당 60 크레딧을 수강하므로 결론적으로 고교과정 중 2과목까지만 낙제(F)가 허용된다는 얘기다.
LA고교의 지경희 카운슬러는 “고등학교는 자연히 유급생들이 많지만 공식적으로 집계해서 발표하지는 않는다”며 “특히 연중수업제 학교는 학기 사이사이에 낙제과목에 대한 보충학습의 기회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급률이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전통수업제처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여름방학때 한번으로 제한돼 있다면 학생들이 집중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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