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테러리스트 입국 막을 전초기지로 부상
최신 테크놀러지와 함께 국경수비대 인력도 보강
워싱턴주의 한적한 목장 마을 린든을 감싸는 바운더리 로드는 미국과 캐나다를 가르는 국경선이다. 하지만 만약 한쪽에 ‘미국’, 다른 한쪽에 ‘캐나다’란 돌 표지판이 없다면 이곳이 국경임을 눈치채기는 힘들다. 그러나 밭과 농가들 사이로 뻗은 바운더리 로드가 끝나는 지점에는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밀입국자들과 백팩에 마리화나를 가득 담은 밀매업자들이 몰래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은폐물을 제공해 준다.
120마일에 달하는 워싱턴 주의 국경선은 9.11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고작 57명의 국경수비대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캐나다와의 북부 국경선 전체 4,000마일에 배치된 요원도 335명에 불과했다. 국경수비대는 지금까지 주로 멕시코와의 국경지대 감시에 신경을 집중해 왔다. 한해 평균 체포되는 밀입국자가 남서부 국경이 120만명인데 반해 북부 국경의 경우 1만2,000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9.11 이후 미국-캐나다 국경은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드넓은 대지를 통해 밀입국하려는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한 보안조치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순찰요원과 감시 장비들도 대거 지원되고 있다. 연방 법무부는 최근 북부 국경선에 여전히 허술한 부분들이 존재한다면서 수비대원과 테크놀러지의 증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경고했고, 연방 의회 역시 소홀한 경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전직 수비대원은 실제 순찰 요원들의 수가 턱없이 부족해 지나치게 카메라와 센서에 의존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전직 수비대 부대장 유진 데이비스는 “접경지대에서 뛰어가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카메라는 없다. 얼마든지 밀입국할 수 있는 구멍이 여전히 많다”면서 “센서는 동물이 지나갈 때도 경보를 울리는 한계가 있지만 그나마 센서가 울릴 때도 출동할 인원이 없는 경우가 절반 정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제 수백 명의 순찰요원과 이민 검사관, 세관원들이 북쪽으로 배치됐다. 연말쯤이면 600명이 넘는 요원이 배치될 것이며 부시 행정부는 2003년에 285명을 더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약 700명의 워싱턴 주방위군이 124개 통관지역의 검사관들을 도와주기 위해 정보분석은 물론 헬리콥터 순찰을 시작했다. 워싱턴에서 메인에 이르기까지 카메라, 폭발물 감지기, 방사선 감지기와 훈련견 등 새로운 장비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탐 리지 조국안보국장은 최근 캐나다 당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국경선을 따라 합동 수비강화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에 합의했다. 아울러 국경지대 특별 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인디언 부족 지도자들과도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9.11테러에 가담한 19명의 테러리스트 중 그 누구도 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캐나다 정보부는 알 케에다, 하마스와 IRA를 포함한 50여개의 테러리스트 그룹이 캐나다에서 활동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국경지대 마을인 블레인에서 겨우 32마일 떨어진 밴쿠버에 세포조직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경수비대의 존 베이츠 부대장은 국경지대를 완전히 커버하기에는 아직 인력이 부족하지만 테크놀러지가 그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고 말한다. 숲과 나무 등지에 몰래 숨겨진 센서들이 경보를 울리면 인근 블레인 마을에 있는 국경수비대 본부센터의 컴퓨터 터미널을 작동시켜 신속히 대처하고, 또 감시 비행기가 정기적으로 지역을 순회한다는 것이다.
또 40마일에 이르는 국경선을 스캔할 수 있는 500만달러짜리 카메라 시스템이 32개 감시탑에 설치돼 자동 감지기들을 보완하게 됐다. 통신센터의 기술자들은 카메라를 움직이고 또 4마일 밖에 떨어진 물체를 확대시켜 센서들이 정말 밀입국자들에 의해 작동이 된 것인지를 재빨리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밀입국자들이 적발되면 수비대원들이 지프를 타고 달려가게 된다.
워싱턴주의 주방위군 병력은 이제 감시 헬리콥터와 조종요원들을 제공하고 국경 수비대원들을 외딴 지역에 데려다주는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화 프로그램은 블레인 동쪽의 44마일에 걸쳐 있는 국경지대에 집중돼 대부분의 센서가 이곳에 설치됐다.
린든에서 트럭회사를 운영하는 릭 할리만은 “매일 밤 국경선을 따라 조깅을 하는데 내 조깅만으로도 센서가 울린다”고 말했다. 블레인의 국경 검문소 두 군데의 세관 서비스는 핵물질이나 폭발물을 감지해 내는 새 장비를 지원 받았다. 트럭들은 커다란 스캐닝 기계를 통과하게 되어 있고 휴대용 장비는 승용차와 작은 트럭의 구석구석을 살피는데 사용된다. 무선 호출기처럼 허리에 차는 방사능 감지기들은 너무나 예민해서 병원에서 방사능 치료를 받는 사람이 옆에만 와도 경보를 울린다. 늘어난 수비요원과 강화된 장비들로 미국-캐나다 국경은 하이텍 감시지대로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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