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보다 과일이 더 맛있다는 아이 키운
거슨 부부, 일관성 있게 은근히 바른 습관 들여
거슨 집안의 두 아들이 먹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죄책감을 느낀다. 9세된 엘리옷은 음식 피라미드를 자세히 그릴 줄 안다. 곡류와 과일, 야채의 권장 섭취량이 얼마인지, 지방과 단 것은 얼마나 조금만 먹어야 하는지를 다 그려 넣고는 "나는 딸기 아이스크림보다는 신선하고 물 많은 백도가 더 좋아요"라고 말한다.
5세된 스캇은 거미 베어 이외에 좋아하는 식품으로 브라컬리와 시금치도 빼놓지 않는다. 그 나이 또래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은 많지만 엘리엇과 스캇처럼 수퍼마켓에 가서 식품 상자나 깡통에 쓰인 성분 분석표를 정기적으로 읽는 아이는 별로 없다.
그렇게 된 것은 모두 부모인 존과 수잔 거슨의 공이다. 워싱턴 교외인 메릴랜드주 켄징튼에 사는 이들 부부는 다른 아이들이 핫독이나 치킨 너깃을 찾을 때 자기 아이들은 싱싱한 과일과 야채를 좋아하도록 의식적으로 훈련시켰다.
이 집에 정크 푸드가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다. 냉장고는 언제나 푸르고 노랗고 빨간 야채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부엌 카운터 위에는 6가지 종류의 사과와 넥터린, 살구, 키위 등이 커다란 나무 쟁반에 자리잡고 있다.
팬트리에는 간식용 검은 올리브 깡통이 들어 있고 냉동 엔칠라다도 유기 재배한 채소로만 만든 것이다. 아이들에게 건강에 좋은 채소를 맛이라도 보이려고 거의 전쟁을 하다시피 해본 어른들은 이 아이들은 거의 경이라 할 수 있다.
집안에 어린 아이가 있건 없건,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의 식사 습관은 기껏해야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 수준이다. 몰라서가 아니다. 연방농무부가 매일 식사에 참고하도록 음식 피라미드를 만들고 영양관련 단체들이 제대로 먹으라고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니 관계 정보는 넘친다.
문제는 "사람들이 음식을 맛있으니까 먹지, 몸에 좋으니까 먹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워싱턴의 영양학자 캐서린 톨매지는 말한다. 음식 피라미드가 나온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재 미국 성인 10명중 6명이 과체중이고 4분의1은 비만이다. 아이들 역시 8명중1명이 과체중이다.
사실 영양가 있는 음식은 찾기도 쉬워졌다. 수퍼마켓에 가면 이국적인 과일도 많고, 요즘은 패스트푸드 식당에도 샐러드 바가 있다. 그런데 유혹 또한 과거보다 더 많아졌고 크기도 더 커졌다. 30~40년 전에는 소다 한 병이 6온스였지만 요즘 자판기에서 나오는 소다병은 보통 20온스짜리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단 것을 좋아하도록 되어 있다. 갓난아이에게 처음으로 초컬릿을 먹이면 마치 즐거운 것처럼 얼굴이 환해지는 반면, 그린 빈을 먹이면 상을 찌푸린다. 인류학자들은 그것이 과거 인류의 조상이 수렵하거나 채취한 식물의 맛을 보고 음식물인지, 독극물인지를 판단하던 데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정크 푸드를 무조건 금지시켜서도 안 된다. 단 것을 마약처럼 멀리하도록 가르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국 단 것을 마구 먹어대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면 거슨 부부는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을 그렇게 키울 수 있었을까? 수잔은 "프렌치 프라이와 볶은 콩 중에 무얼 먹겠느냐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프라이를 선택합니다. 그런 선택을 배제하고, 내가 먹이고 싶은 것을 먹이면 걱정이 없어요. 아이들은 자기 눈앞에 있는 음식들을 먹게 되니까요"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 야채와 과일을 좋고 즐거운 것과 연관시켰다. 디저트도 게임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눈을 감고 아빠가 자기들 입안에 넣어주는 과일이 무엇인지 맞추게 했고, 가족끼리 외출할 때면 유기농 농장에 가서 딸기를 따오고, 콩을 심어 두부를 만드는 농부와 이야기를 하며, 주말에 외식할 때는 고기와 날 야채를 손님이 직접 고르고 볶아 그릇에 담는 것을 지켜보게 하는 몽고식 식당에 간다.
그렇다고 이들이 영양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식사란 그냥 먹는 것만이 아니라 장차 성공할 사람으로 키워내는 철학의 일부다. 이 집의 주부 수잔은 존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아동심리학자다. 이들은 취침시간, TV 시청시간 제한 등 모든 일에 있어 어릴 적부터 일관성 있게 바른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편안하다고 말한다.
이 부부는 은근한 방법을 사용한다. 아이들에게 설거지를 시키거나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먹이지도 않는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 같아 보이지만 냉장고나 팬트리 안을 살펴보면 하나 하나가 얼마나 주의 깊게 선택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우선 애플소스는 가당을 하지 않은 것이고 마이크로웨이브해서 먹을 수 있는 랩의 속은 두부와 홍당무다. 아이스크림 같아 보이는 상자에는 소벳이 들어 있고 스트링치즈는 저지방이며 칠리와 스파게티 소스에는 쇠고기가 아니라 칠면조 고기를 넣는다. 주스는 100% 주스고, 과일은 냉장고 속에 감춰놓지 않고 카운터에 보이게 놓아둬 아이들이 오며 가며 집어먹을 수 있게 했다.
그래도 식당에도 가고 생일엔 케익도 먹게 한다. 놀이터에서 야채 메뉴를 찾을 수 없을 땐 그냥 거기 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게 논다. 물론 항상 태평세월은 아니어서 가끔은 캔디 바로 아이들을 꼬셔야할 때도 있다.
이 아이들이 10대에 초컬릿 중독자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영양학자들은 거슨 부부가 특정 음식을 금지하거나 낙인찍지 않은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부모가 너무 광신도 같으면 아이들에게 식사 이상 증세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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