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른이 된 딸들을 학교에 데려오고 가고 하던 때였으니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나는 딸들을 태우고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도서관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미국에서는 돈의 가난보다는 시간의 가난이라는 말도 있지만,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에 들어가 겨우 10여분 동안 수영하고 다시 책상을 마주 대해야 하는 어린것들이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남편도 그런 아이들이 안쓰러웠던지 며칠간 푹 쉬다가 오라고 위로하면서 우리들을 동부로 여행을 보내주셨다. 나와 딸들은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소녀들처럼 가슴이 부풀었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 두었던 아담하고 깨끗한 호텔로 와 짐을 풀었다. 주위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때 나는 그 호텔 뒤에 숨은, 내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동화책에서나 읽을 수 있는 참된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가끔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 날을 추억하곤 한다.
비바람이 몹시도 불던 어느 날 밤, 필라델피아에 있는 호텔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어느 노부부가 호텔 문을 들어섰다. 빈방이 없다는 안내인의 말을 들은 노신사는 프런트에 서있는 안내원에게 한 발 더 바짝 다가가 "가는 곳마다 호텔이나 모텔은 꽉 찼어요. 아무 방이나 없을까요?" 하고 안타깝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여기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총회가 있어 아마도 다른 호텔이나 모텔도 만원일 것입니다" 안내원은 얼굴에 난처한 기색을 띠며 "그러나 이 한밤중에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거리로 노인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 괜찮으시다면 누추한 제 방이라도 쉬었다 가시면 어떨까요?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친절히 자기 방으로 안내를 했다.
다음날 노신사는 그 안내원에게 방 값을 지불하면서 "당신은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호텔 주인이 될만한 사람입니다. 언젠가 내가 당신에게 그런 호텔 하나를 지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고 그 안내원은 빙그레 웃기만 했었다.
그리고 2년 후였다.
안내원은 비바람 치던 날 만났던 그때 그 손님을 찾아와 달라는 뉴욕행 왕복비행기표와 초청장이 동봉된 편지를 받아들었다. 그때도 그 안내원은 옛날처럼 빙그레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 날 노신사가 나타나 그 안내원을 뉴욕으로 데리고 5번가(5th Avenue) 34거리(34th St.)로 가서 하늘 높이 솟아있는 새로운 빌딩을 가리키며 "저것이 바로 내가 자네에게 운영해 보라고 지어주는 호텔일세"라고 말하고 빙그레 웃었다. 안내원은 생시인지 꿈인지 어안이 벙벙하여 몸이 굳어버린 듯 멍한 채 서있기만 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유명한 미담이다. 안내원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은 바로 윌리엄 왈도후 아스토리아였고 그 호텔은 그 당시 가장 유명한 세계의 저명 인사들이 즐겨 찾고 있던 5번가 34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행한 것이 곧 내게 행한 것이니라"
굳이 성경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악한 끝은 없고 후한 끝은 있다고 했듯이 친절은 미덕의 어머니이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악한 충동과 분노와 원한이 타오를 때, 그것을 다스리고 평화와 호의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축복 중의 큰 축복이라고 본다.
선행을 하면 후회할 필요가 없고, 거기서 기쁘고 복이 온다. 즉 보다 나은 복이 우리에게 다가오리라 믿는다. 침 뱉은 우물을 다시 먹게 된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그가 원수일지라도 덕과 의리는 널리 베풀어야 한다.
이기적이 아닌 호의적인 행동이 가장 높고 아름다운 이자를 가져온다. 또 자타의 유익이 되기도 한다. 올바른 행동은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기에 먼저 자신을 보호하고 이롭게 한다.
모든 선행의 결과는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궁극에 가서는 다 이롭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며 옳지 못한 행동은 남을 해할 뿐 아니라 자신의 뼈를 갉아먹는 행위이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선행을 한다고 해도 험담은 받게 되어 있다.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대할 때 절조를 조금도 굽히지 않는 대신 늘 조용한 자세를 취함이 필요하다. 험담에 대해서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하게 절조를 지켜나가려면 반격하고 대항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자처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후덕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복되고 자기의 선행을 생각하면 행복해지기에, 덕행은 언제나 베푸는 자의 행복이기에.
약력-’수필과 비평’에 수필 당선. 재미한인방송인협회 이사. 재미한인사진작가협회 부회장. 미주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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