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 (목회학 박사.종교전문기자>)
잘못된 언어는 폭력을 낳는다. 그러기에 글과 말은 잘 사용해야만 한다. 글과 말이 잘못 사용되면 폭력을 낳아 사람을 좌절시키거나 용기를 잃게 한다.
나아가 사람을 죽이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언어를 모르니만 못하다. 사람의 말과 글이 이토록 강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언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NBC 투나잇쇼의 제이 레노가 내뱉은 언어들. 그는 2월21일 저녁 투나잇 쇼에서 김동성의 쇼트트랙 관련 게임을 빙자해 아주 저질스런 언어의 폭력을 자행했다. 레노는 "고속도로를 달려오는데 한국인 차가 못가게 하겠다는 듯 안으로 끼어들었다.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의 반칙에도 불구하고 오노가 금메달을 딴 것처럼 ‘꺼져’하고 쫓아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라고 빈정댔다. 그는 뿐만 아니라 "그 한국인(김동성)은 화가 났을텐데 집에 가서 개를 걷어찬 다음 아예 잡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조롱했다.
이 말이 농담으로 내뱉은 한 마디라 하여도 미국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좋았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분개할 것인지는 그도 미쳐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말 속에 나타난 언어의 폭력은 한국 사람을 싸잡아 개를 잡아먹는 야만인으로 표현했다. 이것은 레노가 말로 나타낸 언어의 폭력이다.
칼과 총으로 사람을 죽여야만 살인이 아니다. 언어도 살인을 낳는다. 레노의 이같은 발언은 칼과 총 대신 언어로 한국사람을 죽이는 그런 역할을 했다. 그의 짧은 혀로 뱉아진 몇 마디 말로 한국 사람을 야만인으로 비하한 그의 폭력적인 발언은 한국사람을 사람이 아닌 야만인으로 몰아쳤기 때문이다.
"죽여 버리겠다" "단 칼에 확 베어버리겠다"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 "몇 십 달러면 멕시칸이나 흑인을 써서 감쪽같이 없애버릴 수 있다..." 등등의 언어 폭력을 사용하는 한인들이 중범으로 입건되는 예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한다. 한인들끼리 감정싸움에 주고받는 이런 말 한 마디로 감옥에 들어가는 일이 있으니 혀를 조심해야겠다.
언어폭력으로 LAPD에 구속된 한인들은 홧김에 이런 말을 하다 상대방이 경찰에 신고해 입건된 케이스다. 실제로 살해의사가 없더라도 이렇게 말 한 번 잘못해 입건되면 중범으로 분류된다. 입건되면 5만달러의 보석금을 내야 석방되며 계속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하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질나 잘못 뱉아진 말이 화근이다.
대한체육회장이자 올림픽위원인 김운용씨가 솔트 레이크 동계 올림픽은 "성공적인 올림픽"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동성선수는 1위로 골인했음에도 불구 진로방해란 엉뚱한 누명을 쓰고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메달은 2위로 들어온 일본계 미국인인 오-노 에게 돌아갔다. 이 일로 한인들의 마음은 큰 상처를 받았다.
이런 차제에 나온 김운용씨의 말이라 한인들은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김운용 위원은 올림픽 폐막후 한국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공적 올림픽 발언은 외교적 수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석연치가 않다. 차라리 그런 말은 안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말 한 마디 내뱉기는 쉽다. 하지만 다시 담을 수는 없다. 책임이 중한 사람일수록 가려서 언어를 써야만 한다.
언어는 사람됨됨이를 보여준다. 사람 됨됨이는 곧 인격이다. 자신은 몰라도 언어를 통해 사람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때도 있다. 특히 글로 보내지는 잘못 사용된 언어는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 그래서 글은 신중을 기해 써야 한다. 아무렇게나 쓴 글은 쓰지 않음 만 못하다.
개인과 개인과의 언어 소통을 통해 상처를 받는 것은 작은 영향만 미친다. 그러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인이나 정치가들이 내뱉는 한 마디 잘못된 언어는 제이 레노처럼 한 민족을 가슴 아프게 할 수 있다.
한국에 사는 한인과 미주에 사는 한인들이 NBC와 레노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기 시작했다. 레노와 방송국은 잘못된 언어 자행 즉, 인총차별적 언사에 대해 사과해야만 할 것이다.
홧김에 잘못 뱉은 말 한 마디에 5만 달러를 낭비하지 않으려면 혀를 조심해야 한다. 외교적 수사라도 국민 감정은 건드리지 않는게 우선이다. 마음에 상처를 줄 글들은 쓰지 않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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