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의 의사표시 수단인 말을 잘 하고 못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아일언이 천금과 같다”고 하고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한 것이 그 중요성을 잘 말해 준다.
말 한 마디를 잘 못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심지어는 패가망신하는 예도 있다. 재판정에서 증인의 말 한 마디는 피의자의 유죄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사람이 한 말을 영구 보존하는 수단이 문서이므로 법전이나 계약문서도 따지고 보면 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과 교양 뿐 아니라 현재의 상태를 대충 알 수 있다. 거친 말을 하는 사람은 교양이 부족한 사람일 것이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인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공연히 남을 헐뜯거나 극단적인 말이나 비꼬인 말, 신경질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불만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생활에 쪼들리거나 몸이 어딘가 아프거나 심사가 괴로운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세상 물정에 맞지 않는 동떨어진 말은 미친 사람이나 망령이 든 사람의 말일 것이다.
말은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기도 하고 기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눈 녹듯이 풀어지게도 하고 격랑처럼 노하게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인생을 무지개빛으로 만드는가 하면 “죽인다”는 말이 살인을 부르기도 한다.
사람이 타인이나 사물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중대한 결과를 빚는다.
싸움이 벌어질 때도 말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말로 표현되다가 강도가 심해져 비판이나 비방이 나오고 언성이 높아지다 보면 욕설이 되고 그러면 고함소리가 한층 더 높아지면서 멱살잡이로 이어진다. 다정했던 친구 사이도 이런 싸움으로 원수지간이 되고 사랑하던 부부도 이렇게 시작된 싸움으로 결국 남남이 되는 수가 많다.
그런데 개인간의 싸움만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간에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상대 국가에 대해 좋지 않게 말을 하다가 비난과 비방을 하게 되고 감정이 더욱 악화되면 외교적 긴장관계가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전쟁이 발생한다. 말싸움이 거듭되고 악화되면 결국 전쟁으로 폭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부시대통령이 이락,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한 것은 어느 한계를 넘어선 말임에 틀림 없다. 북한을 좋아하지 않는 단계를 넘어서 말싸움의 마지막 수준인 강력한 비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이 경수로 원조를 해 주면서 북한을 달래는 정책을 써 왔으나 북한은 미국의 당근정책과 남한의 햇볕정책을 이용하여 실속만 챙길 뿐 오히려 군사력을 강화해 왔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그러므로 이제 더 이상 말로는 안 되겠고 말로 안되면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이번 부시의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는 4강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지역이고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이 전쟁의 재발을 원치 않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미국이 강한 태도를 확실히 표명하고 있는데 대해 북한이 어떻게대응하느냐에 따라 전쟁이 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정작 일을 벌이고 있는 곳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다. 부시의 방한을 계기로 곳곳에서 반미 데모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부시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비난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북한이 할 욕을 이 사람이 대신 해주고 있으니 북한이 할 전쟁을 대신해 줄 뜻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는 북한을 위해서라면 부시에게 싸움을 걸어 많은 사람들을 전쟁으로 끌어 넣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부시의 발언은 분명히 전쟁 직전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의 표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편에 서서 말을 하는 정치인과 식자들이 한국을 어떤 위기로 몰고 가는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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