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다할 때까지 봉사하려고 합니다." 신우회 엄민수 회장(71. 뉴저지거주)은 남은 생애를 도움이 필요한 신장병 환자들을 위해 바칠 생각이라고 말한다.
엄 회장은 신장염으로 4년간 투석 끝에 다행히도 맞는 기증자를 찾아 이식수술로 신장기능을 되찾은 한인이다. 그는 새 생명을 얻은 보답으로 다른 환자들을 도우며 마지막 생의 보람을 찾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집안에서 전화나 우편으로 신장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투석이나 이식에 필요한 정보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일. 그가 4년 전 환자들을 중심으로 조직한 신우회 (현재 회원 80여명)는 매월 한 차례씩 만나 서로 정보교환 및 친목을 다져오고 있다. 그는 그 동안 신우회 모임에 신장전문의 최중기 박사를 초빙, 14회의 세미나와 신장기증 켐페인을 벌여왔다.
또 매년 청과상조회 주최 추석맞이 대잔치에 나와 장기기증을 한인들에게 독려했으며 미 전역의 한인단체 및 교계에 홍보 지를 6천부 발송, 장기기증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결과 지금은 미 전역에서 신장병 환자들이 ‘정보를 알고 싶다’며 자주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는 것.
그는 언젠가 시애틀에서 신장염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이 ‘아기를 가질 수 있냐’고 문의해와 최 박사에게 물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해 주었더니 그가 훗날 건강한 아기를 두 명이나 낳아 기뻐하던 것과 이식을 앞두고 언어가 잘 안돼 답답해하는 환자에게 한국어로 자세히 알려주니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보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엄 회장이 신장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도부터. 30년 전 이민 온 그는 병을 얻기 전 까지 비즈니스맨으로 열심히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어오던 사람이었다.
처음 미국에 와 브루클린에서 다른 한인과 동업으로 1년 반 동안 겔러리를 하면서 그런 대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는가 하면, 뉴저지에서 모빌 가스스테이션을 1년 8개월간 운영했으나 도둑이 너무 많이 들어 되팔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맨하탄 7애비뉴 거리를 걷던 어느 날 모피를 길에 들고 다니는 한 노인의 행상광경을 보면서 모피장사를 결심한다.
"내가 늙어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거구나" 그 때부터 그는 가능한 일본어로 대형 미국 모피회사에 세일즈맨으로 취직, 일본인 고객들을 2년간 도맡아 관리하다 공장을 갖고 있는 그릭인과 손을 잡고 ‘엄민수 모피’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신용을 위주로 장사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상호를 자신의 이름으로 했으며 무조건 ‘저렴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모피를 팔았다. 덕분에 고객들이 늘어 28년간 하면서 크게 재미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88년도 맨하탄에 차린 식당 ‘미락’에 1년 동안 모피로 번 돈 약 70만 달러를 몽땅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부인과 같이 모피를 계속했는데 90년부터 당뇨로 인해 신장기능이 나빠져 투석을 시작했다. 투석시간은 매주 사흘씩 병원에 매번 갈 때마다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씩. 투석 때가 되면 몸의 고통도 힘들었지만 그 과정도 보호자와 환자 자신이 웬만한 인내로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아마도 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벌써 죽었을 거라고 말한다. 가정은 물론 비즈니스를 관리하며 투석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부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짐없이 그를 병원에 데려가고 오며 픽업을 했다는 것.
한 번은 폭설이 왔는데 부인이 그를 데려오기 위해 병원까지 한 시간이나 차를 타고 기다시피 오느라 늦은 일도 있다고. 이 때 엄씨는 아픈 아내를 데리고 다니는 남편의 눈물겨운 사연이 담긴 한 일본영화를 떠올리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
아내의 고마움을 투석을 하는 남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요행히 그는 교통사고로 죽은 환자에게서 건강한 신장을 받아 새 생명을 얻게 됐다. "덤으로 사는 삶,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남은 생을 보람있게 보내려고 하는 그는 한국에서 62년도에 JC에서, 뉴욕 JC도 87년에 창립, 봉사활동을 펼친 바 있으며 한국라이온즈 클럽에서도 23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아내의 내조덕분에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엄민수 회장, 그는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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