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신용사회이며 탈세를 용서하지 않는 사회이다. 탈세자를 양심을 저버린 파렴치범으로 취급할 정도이다.

하지만 불법 체류하는 한인 대부분은 신분노출의 우려로 세금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불법체류자들은 세금보고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 최근 불법체류 한인들의 세금보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245(i)를 신청한 불법체류 한인들의 영향 등으로 인해 세금보고 하는 불법체류 한인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불법체류 한인들 가운데는 세금보고를 해야 하는지 망설이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불법체류 한인과 세금보고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주>

◆ 세금보고를 하는 불법체류 한인들

최근 세금보고 시즌을 맞아 불법체류 한인들의 세금보고가 예년에 비해 늘어나고 있다. 한 한인공인회계사의 경우 지난해 불법체류 한인들의 세금보고는 5-10명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0-20명 정도로 100% 정도 증가했다.

공인회계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전년보다 평균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200%까지 늘고 있다고 공인회계사들은 전한다. 이들은 또한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세금 보고를 하는 불법체류 한인뿐만 아니라 체류신분과 관련, 세금보고 필수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불법체류 한인들의 세금보고가 늘고 있는 것은 지난해 245(i) 등 가족이나 취업이민을 신청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불법체류 한인들 때문. 이들이 세금보고를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의 이민심사 인터뷰 때 미국 내 거주사실과 함께 재정적 독립상태를 증명하는데 필요한 세금보고 증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외에 체류 신분에 관계없이 국세청이 발급한 납세자 번호를 갖고 있는 한인 불법체류자들도 렌트 및 건물임대시 세금보고 증명을 위해 세금보고를 하고 있다. 또한 자녀들이 학자금 융자나 장학금 신청을 위해 세금보고를 하는 불법체류 한인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세금보고에 대한 심한 거부감으로 세금보고를 망설이는 불법체류 한인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뉴욕한인공인회계사협회 김용배 회장은 "올 해 세금보고를 하는 불법체류 한인들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 예전의 농장사면, 일반사면 때처럼 지난해 245(i)를 신청한 한인들 때문"이라며 "불법체류 한인들의 세금보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많은 불법체류 한인들은 자신의 신분노출을 우려해 세금보고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 불법체류 한인들 세금보고를 어떻게 하나?

공인회계사들에 따르면 불법체류 한인들의 상담 및 전화문의가 가장 많다. 이들의 질문 내용은 불법체류자들도 세금보고 해야 하는가? 불법체류자도 세금보고 할 수 있는가? 불법체류자는 어떻게 세금보고를 할 수 있는가? 등등.

불법체류 하는 한인들은 체류신분에 관계없이 일을 해서 수입이 발생했다면 매년 세금보고를 꼭 해야 한다. 특히 불법체류라는 신분상의 이유로 세금보고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245(i)를 신청한 한인들 가운데도 가족초청에 필요한 수입을 증명해야 하는 데 그 동안 세금보고를 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도 상당수. 공인회계사들이 수입이 있을 경우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반드시 세금보고를 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바로 뒤늦게 벌금과 이자까지 물면서 세금보고를 해야 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미국에서 세금보고를 하려면 납세자와 부양가족이 사회보장번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사회보장번호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또는 정식취업 허가를 받은 사람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사회보장번호가 없는 불법체류 한인들은 세금보고를 위해서는 국세청(IRS)으로부터 세금보고용 고유번호를 따로 받아야 한다.

세금보고용 고유번호란 개인납세자 번호(Individual Taxpayer Identification Number)로 W-7 양식으로 국세청에 신청한다. 개인납세자 번호 신청을 위해서는 신청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서류를 동봉해야 한다. 이에 속하는 서류로는 여권, 운전면허증, 출생증명서, 호적등본이나 초본, 신분증명서, 미 이민국 서류 등이다.

이 같은 서류의 원본이나 공증 받은 사본을 W-7 양식과 함께 국세청에 직접 가서 접수하거나, 우편으로 보내면, 6-8주정도 후에 사회보장번호와 유사한 9자리 숫자의 개인납세자 번호를 받게 된다.

많은 불법체류 한인들이 자신의 체류신분 노출을 우려 개인납세자 번호 신청을 꺼리고 있으나, 미국의 이민법이나 노동법에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

개인납세자 번호 신청은 이민국과 전혀 관계없으며 국세청에서 이민국에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개인 소득이 있는 불법체류 한인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나 자녀들이 개인납세자 번호를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영주권을 신청 중인 불법체류 한인들은 가족 모두가 개인납세자 번호를 먼저 받고 나서 세금보고를 하면 된다. 개인납세자 번호가 있는 불법체류 한인들은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으로 세금보고를 할 수 있다.

또한 245(i)를 신청한 불법체류 한인들 가운데 직장에서 주급이나 월급을 받고, 세금공제를 했으면 오는 4월15일까지 종합소득 보고를 하면 된다. 세금보고를 하는 불법체류 한인들의 세금의 납부나 환불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자와 동일하다.

뉴욕한인공인회계사협회 김용배 회장은 "개인납세자 번호 신청을 위해서는 개인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며 "특히, 본인이 개인납세자 번호가 있더라도 소득이 없는 부양가족 모두가 신청해야 세무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세금보고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체류 한인들의 세금보고는 합법적인 신분취득 목적이 대부분인 만큼, 앞으로의 계획에 따라 이민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업종이나 가능성 있는 분야 등에 맞게끔 조언을 받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 불법체류 한인들이 세금보고를 해야하는 이유

미국에서는 도둑도 수입이 있으면 세금보고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신분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일하며 수입을 얻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납세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 한인뿐만 아니라 한인들은 세금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편이다. 불법체류 한인들은 체류 신분 노출을 우려하고, 일반 한인들은 세금이 너무 많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불법체류 한인들이 합법적 신분취득을 위해서는 반드시 세금보고를 해야 한다.

이민 신청 때 낭패를 안 보려면 세금보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인들도 세금이 많다고 불평하거나 수입을 줄인 허위보고를 삼가야 한다.

미국은 세금을 납부해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모두에게 공평하게 시행되기 때문이다. 수입 정도에 따라 10-39.1%까지 납부하는 세금은 수입이 적은 사람은 그만큼 적게 내고, 수입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미국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면 국가로부터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집이나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융자를 얻을 때나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건강보험 가입 때, 자녀 학자금 신청할 때 등 각종 상황에서 불이익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탈세하면서까지 악착같이 돈을 모으지 않아다 된다. 노후가 되면 자신이 낸 사회보장세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아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정하게 세 부담을 한 뒤 은퇴하면 국가가 자식 역할을 해 주는 셈이니, 자식에게 의존하는 한국식 노후대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일부 한인들 가운데는 서로의 신뢰 속에서 신용을 강조하는 미국사회에 살면서 아직도 경제적 이익과 실리 때문에 정확한 세금보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한인 모두는 세금보고의 법적 의무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양심적인 의무를 깨달아, 미국이라는 신용사회에 걸 맞는 건전한 시민정신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결국, 불법체류 한인뿐만 아니라 일반 한인들이 정확한 세금보고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공정한 세 부담으로 정부로부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올바른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