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또 졌다. 13일 몬테비데오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홈팀 우루과이에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양팀 모두 주축들이 대거 빠져 최상의 카드를 뽑아들지 못한 건 같은값으로 치더라도 상대가 상대인 만큼 장소가 장소인 만큼 1점차 패배는 수긍할 수 있는 스코어였다. 지난달 8일 샌디에고 전훈을 시작으로 월드컵16강을 위한 본격 담금질에 돌입한 한국대표팀은 이날 패배로 40일 가까운 외유동안 1승1무5패(LA 갤럭시와의 연습경기 포함)의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고 14일 귀국길에 오른다.
이운재(GK)와 3명의 수비수 최진철·이임생·심재원이 문단속을 담당한 한국은 김도훈·이동국을 최전방 투톱에 세우고 공격형 미드필더 겸 플레이메이커 송종국 좌우에 이을용·김남일·이영표·최성용으로 허리진을 구축하는 1-3-5-2 포메이션으로 강호 우루과이에 맞섰다.
유니폼에 땀이 배이기도 전인 6분, 한국 골문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한국 진영 왼쪽 깊숙히 파고든 레게이로가 이운재의 순간적인 판단미스를 틈타 센터링, 불과 1분전 스탭이 엇갈려 호기를 날려버린 아브레우가 이번에는 예리한 다이빙 헤딩슛으로 한국의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골드컵부터 부진을 거듭해온 한국축구가 마침내 임자를 만나 참패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듯한 ‘절망탄’, 그러나 의외였다. 정신을 바싹 차려 되레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전반16분 송종국이 송곳같은 아크정면 프리킥 슈팅으로 우루과이의 간담을 서늘케 하더니(골키퍼 펀칭) 26분 기어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왼쪽 공간을 뚫고들어간 이동국이 가로막는 수비수를 보며 왼발로 센터링을 띄워보내자 허겁지겁 달려나오는 골키퍼에 앞서 김도훈이 오른발로 탭슛, 낙승을 예상하고 느긋하게 구경하던 우루과이팬들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후반전은 다시 우루과이의 대공세로 시작됐다. 1분(타이스) 4분(올리베라) 7분(레게이로)의 무시무시한 슈팅세례가 한국골문을 계속 노크했다. 결국 9분, 올리베라의 문전 대각선 패스를 받은 아브레우가 가볍게 방향만 꺾어 두번째로 한국 골네트를 유린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13분 이동국이 골키퍼와 단독을 맞서는 기회를 맞았으나 감아찬 볼은 휘영청 떠오르며 골대 너머로. 이동국이 13분뒤 때린 정조준 강슛은 골키퍼의 거미손에 걸리며 골문을 외면했다.
이후부터 일진일퇴 공방전, 그리고 종료휘슬. 우루과이로 기운 승부의 저울은 끝내 그대로였다. 그러나 진정 신경쓰이는 뉴스는 월드컵 D조에서 맞붙을 상대팀들(미국·폴란드·포르투갈)의 선전.
특히 월드컵 본선1승·16강진출을 위해 한국이 이유불문 필승제물로 꼽아놓은 미국은 지중해 시칠리아섬에서 벌어진 우승후보 이탈리아와의 원정평가전에서 오히려 내용상 앞서는 플레이끝에 0대1로 분패했다.
주장 겸 플레이메이커 클라디오 레이나·골잡이 어니 스튜어트와 조-맥스 무어·미드필더 앤서니 사니 등 유럽파를 모처럼 불러모은 미국은 프란체스코 토티·크리스티안 비에리를 전방에 포진시키고 파블로 카나바로를 중심으로 특유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를 펼친 이탈리아를 맞아 막상막하 공방을 주고받았으나 후반17분 교체멤버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에게 뼈아픈 일격을 맞았다.
이탈리아 완승 예상을 비웃는 시칠리아 대파란을 노렸던 미국으로선 전반 중반 10대스타 랜던 다나븐이 쏜 회심의 슈팅이 골대에 맞고 과녘 바깥으로 꺾이며 승리몰이 선제골을 놓치는 등 고비마다 갈퀴를 드러낸 불운의 덫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미국때문에 눈길이 ‘덜 쏠렸지만 더 무서운’ 폴란드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사이프러스에서 가진 북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가공할 파괴력을 과시하며 4대1 대첩을 거뒀다. 전통적 파워축구를 구사하는 폴란드는 전반6분 파벨 크리살롭스키의 선취골로 분위기를 다잡은 뒤 11분 파도슬라프 칼루즈니가 추가골을 박아넣었다. 후반에도 공세고삐를 틀어쥔 폴란드는 22분 크리살롭스키가 쐐기골을 넣고 불과 2분뒤 미칼 제프라코프가 골폭죽의 대미를 장식하는 4번째 골을 터뜨렸다.
월드컵 챔피언을 넘보는 이웃끼리 맞붙은 포르투갈-스페인전은 1대1 무승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날 평가전에서 포르투갈은 전반26분 루이스 피구의 절묘한 프리킥에 이은 호르헤 코스타의 헤딩슛이 스페인 골네트를 가르며 ‘장군’을 외쳤으나 41분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에게 ‘멍군’ 동점골을 허용했다.
월드컵에서 같은조에 편성된 또다른 우승후보 잉글랜드와 아프헨티나는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무승부를 기록했다. ‘장외’ 우승후보 네덜란드(지역예선 탈락)와 맞선 잉글랜드는 전반26분 패트릭 클루이베르트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다니다 후반16분 대리어스 배슬의 동점골로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 아르헨티나도 약체 웨일스전(1대1)에서 먼저 한골(전반34분·크레익 벨라미)을 먹고 후반 16분에야 터진 호세 리카르도 크루스의 패배늪에서 헤어났으나 고개를 들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밖에 디펜딩 월드컵 챔피언 프랑스는 동유럽 강호 루마니아를 2대1로 격파했고 독일은 몇수아래 이스라엘에 0-1로 전반전을 내줬다가 후반 대공세로 7대1 역전승을 거뒀다. 아일랜드는 월드컵 4강을 호언해온 러시아를 전반 초반 연쇄골(3분 스티븐 레이드, 20분 로비 키언)을 타고 2대0으로 물리치는 뚝심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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