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80년대 아케이드용 비디오 게임기 수집가들
마이크 기랄디(31)와 조앤 슐츠 커플이 살고 있는 롱아일랜드 집 거실은 마치 1970년대 전자오락실 같다. ‘아스테로이드’며 ‘스페이스 인베이더’ 따위 옛날 비디오게임 기계가 열 여섯 대나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동전으로 작동하는 냉장고 크기의 게임기들이 늘어선 모습은 동전 교환기만 없다 뿐이지 그 시절의 오락실 풍경과 똑같다.
지나간 시절의 비디오 게임기들이 수집가들의 집에서 새로운 삶을 맞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나 닌텐도의 게임큐브가 성능이나 현란한 그래픽 등에서 훨씬 우수함엔 틀림없지만, 구형 오락기들에는 최신 게임기가 갖지 못한 매력이 있다. 바로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이다.
덕 스토퍼(30)는 1980년대 시트콤 ‘실버 스푼스’에서 부유한 주인공이 자기 집에 오락기를 갖추고 사는 것을 늘 부러워해 왔는데, 이젠 자신도 그 오락기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언 머레이는 최신 비디오게임들로 가득 찬 침실에 두 대의 구형 기계를 들여놓았다. 이미 20년 전부터 수집을 시작한 냇 촘스키(48)는 지하실에 여섯 대의 구형 오락기를 보관중이다. 오락기 가격은 천차만별이어서 잘 손질된 물건은 수천달러나 하지만, 고장난 것은 100달러 미만으로도 살 수 있다.
기랄디에게 있어서 전자오락은 뉴욕주 프랭클린 스퀘어에서 보낸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볼링장을 찾곤 했던 주말로 데려다 주는 장비이다. 볼링장 복도엔 3~5대의 오락기가 있었는데, ‘동키 콩’을 하려면 늘 기다려야만 했다. ‘동키 콩’ 기계가 창술게임으로 교체되어 사라질 때까지 그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쿼터를 쏟아 부었다. 그는 창술게임을 싫어했었지만, 이젠 그 게임도 소장하고 있다.
5~6년 전 슐츠가 우연히 손에 넣게 된 게임기 두 대를 통해 오락기 수집취미를 갖게 된 기랄디는 몇 년 전 오락기 한 대가 고장나 수리를 의뢰했다. 1~2주일이면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니, 실제로는 석달이나 걸렸다. 게다가 동키 콩 크기의 수리비 청구서가 붙어 있었다. 카레이싱 엔진을 판매하는 것이 직업인 기랄디는 "내가 수리 기술을 배우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 그는 수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부품을 구하기가 힘들긴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교환하는 방식으로 주로 해결한다. 수리 안내서도 온라인으로 구해 볼 수 있다. 원래의 안내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스캔해서 보내주는 덕분이다.
기랄디 나이 또래의 친구들 사이에서, 전자오락실의 게임 얘기는 늘 공감대를 형성하는 화제이다. 지난 여름 그가 70명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었을 때, 손님 중 30명은 밖으로 나가 어울리는 대신 동전을 넣지 않고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놓은 오락기 방에서 게임을 즐기는데 열중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자오락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물리학자인 윌리 히긴보텀이 롱아일랜드 연구소의 오픈 하우스 날, 손님들을 위해 오실로스코프를 이용, 5인치 스크린에서 테니스 비슷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효시로 꼽힌다. 1994년 84세로 작고한 히긴보텀은 이 발명으로 땡전 한푼 벌지 못했지만, 게임 역사 연구가들은 그가 만들었던 장치를 게임산업계의 ‘빅뱅’으로 평가하고 있다.
1971년엔 이미 10년 가까이 전에 개발되어 MIT의 대형 컴퓨터에서 할 수 있었던 게임인 ‘스페이스워’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얻은 놀란 부쉬넬이 텔리비전을 이용하여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계를 설계함으로써 최초의 오락실용 게임이 탄생했다. ‘컴퓨터 스페이스’라고 명명된 이 기계는 1500대가 제작됐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듬해 부쉬넬은 아타리사를 창립, 오실로스코프가 필요 없는 ‘퐁’이라는 테니스 비슷한 게임을 내놓았고, ‘퐁’은 이 분야의 첫 히트작이 되었다.
오락실용 게임기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걸쳐서 전성기를 누리다가 ‘아타리 2600’이나 ‘인텔비전’ 같은 가정용 게임기가 전자오락을 거실로 끌어들임에 따라 쇠퇴했다. 이제 당시 이 게임을 즐기던 세대가 성장하여 경제력을 가지게 되면서 수집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오락실용 게임 전문지인 ‘게임룸’의 편집장 팀 페런트의 분석이다.
페런트는 오락기 수집 추세가 1996년 처음 포착됐다고 설명한다. 언론이나 경매 사이트들이 ‘갤러거’ 같은 게임을 집에 두고 싶어하는 수집가들을 위해 도움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에 걸쳐 1,500명의 회원이 있다는 비디오 아케이드 보존회의 웹사이트는 1990년을 즈음하여 형성됐다. 최근에는 이 분야를 다룬 책들도 여러 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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