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길목에서...] 이기영 <본보 주필>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생태계는 환경의 산물이다. 환경이 변화하면 생태계가 변화한다.
지구의 오랜 변화과정에서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모든 생물이 진화해 왔다. 바람이 심한 고산지대에는 키가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추운 지방에는 이끼류의 식물만 자란다.
반면에 열대정글에서는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열대식물이 번성한다. 야생동물도 지역에 따라 독특한 먹이사슬이 형성되기 때문에 사납고 용맹스러운 정도가 다르다. 사람은 문명화함에 따라 지능이 발달했지만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 생태계를 둘러싼 환경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다. 환경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저절로 서서히 변화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힘에 의해 변화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지역에는 야생동물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식물의 경우 관상수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물이 번식한다.
요즘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가 공장지대로 변모하면서 엄청난 공해가 발생하여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어떤 동식물은 멸종되고 있으며 어떤 동식물은 공해 때문에 열악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종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이 사는 환경에는 이와같은 자연환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이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이 사회환경을 떠나서 살 수는 없다.
환경이라는 말은 어디에나 붙일 수 있기 때문에 가정환경, 문화환경 등 여러가지로 쓸 수 있으나 모두 사회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게는 가정, 회사, 단체 등이 모두 독특한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이와같은 가정과 회사, 단체의 환경은 사회환경 안에서 결정된다.
사회환경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는 맹모삼천의 교훈에서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사는 이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인종과 민족이 모여들어 함께 살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사회에 용해되어 동질화되고 있다. 새로 이민오는 사람들이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미국사람과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다른 생활을 해 왔더라도 미국에 와서는 미국사람처럼 바뀌어 간다.
자기 나라에서는 손가락으로 밥을 먹던 사람도 미국에 와서는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고 자기 나라에서는 온갖 불법을 자행하던 사람도 미국에서는 법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사회가 어떻느냐에 따라 개인은 이에 적응하면서 변해간다.
반면에 한국사회의 사회환경은 이와 반대되는 점이 많다. 한국사회에서는 남을 속이고 부정부패가 심하고 돈과 출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옳고 그름을 떠나 모든 것을 제맘대로 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돈을 벌고 출세를 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가히 만인대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사회가 한국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크게 성공하려면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적절히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엄연한 철칙이기 때문이다.
권모술수로 거짓말을 잘 하고 부정부패로 돈을 잘 벌고 윗사람에게 아첨하여 심복이 될 수 있는 천부적 재질을 타고나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재주를 타고 나지 못했다면 그렇게 되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이 맞지 않아 자연도태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지만 또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으로 인한 도시화와 공업화 때문에 자연환경이 바뀌어 생태계가 변화하듯이 사람은 의식의 개조와 제도의 개혁으로 사회환경도 바꿀 수 있다. 역사상 인류에게 희망의 빛을 비춘 사상가나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한 선각자들이 이런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올해 미국이민 1백주년을 맞아 미주 각지에서 많은 축하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한인사회가 성장해 온 발자취를 더듬고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앞으로 우리의 사명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좋은 환경을 가진 우리 한인들이 이민개척의 정신으로 확고한 가치를 정립한다면 한국의 환경을 바꾸는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한인사회가 앞으로 1백년 이 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하면 꿈같은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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