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그 중에는 좋은 일도 있지만 나쁜 일들도 많이 있다. 호재의 경우 덤이 될 수 있겠으나 악재인 경우 다가올까 매우 겁나는 일이다. 악재가 겹치게 되면 생명, 돈, 시간까지 한꺼번에 위협하면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된다. 이 것이 소위 말하는 삼재(三災)라는 것인가.
사람들은 언제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쁜 일이 이어지면 ‘삼재가 끼었다’느니 ‘악 삼재가 들어있어서 그렇다’느니 하며 그 해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말이 그렇지 삼재라는 것이 막상 내 앞에 부닥치면 누구든지 이겨내기가 힘이 든다.
그러나 이 고비를 일단 넘기면 세상의 웬만한 어려움 쯤은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들 한다. 고난을 이겨낸 사람은 세상을 보는 폭이나 바라보는 시야가 자연히 넓어지기 때문이다.
내 경우도 2001년도 ‘악 삼재’의 수난을 생애 처음 맛보는 경험을 톡톡히 하게 됐다. 이제는 폭풍우가 지난 탓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싶지만 돌이켜 보면 끔찍할 정도이다. 그런 대로 지금까지 별 탈없이 지내오던 나에게는 참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경험이었다.
검사 란 검사는 다 거치고 마침내는 무슨 중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고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을 하지 않나, 그런지 두 달을 넘겼을까, 또 다시 구급차에 두 번씩이나 실려 가는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치는 가 하면 간신히 제자리에 돌아와 일을 시작한지 열흘도 채 못돼 자동차가 다람쥐한테 테러를 당하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생겨났다.
불과 반년도 안된 사이 벌어진 이 악재들은 나의 연말 연시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수술까지 하는 요란함에 비해 의사들의 말처럼 신의 조화인지, 악마의 장난인지 검사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나 박테리아 감염인지, 대뇌부의 문제인지 2주 이상을 온통 어지럽게 만든 것도 문제지만 아픈 사이 세워놓은 자동차에 다람쥐가 둥지를 틀어 온갖 종이와 이물질을 물어 나른 것도 모른 채 회사에 차를 타고 나왔다가 예상치도 않은 사고를 당한 것은 더욱 기막힐 노릇이었다.
차를 파킹하고 나온 지 5분이나 되었을까, 이미 과열된 자동차 부속과 이물질에 불이 붙어 수리비만 해도 졸지에 몇 천 달러나 되는 불상사를 당했으나 ‘그나마 운이 좋아 더 큰 화를 면했다’며 오히려 ‘잘 됐다’ 안도해야 하는 사건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악재 중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의 고통은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요행히 부딪친 사건들은 모두가 한시적이어서 주변만 걱정시켰을 뿐, 오래지 않아 일단락 되었으나 그 뒷맛은 여전히 씁쓸하다. 지금은 자위라도 하듯 ‘액땜을 하느라 그랬다’면서 ‘괴롭히던 재앙들은 2월 12일 구정을 고비로 다 물러날 것’이라며 애써 마음을 달래고 있다.
몸에 상처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아물 듯 우리의 역경도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지나게 되어있다. 어려움을 겪고 나면 오히려 여유를 갖게되고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 하며 세상은 살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험하게 겪은 악 삼재가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 ‘비온 뒤에 땅은 더 굳는다’고 새해에는 좋은 일도 많이 생기리라. 어려움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 역경은 언제나 흘러가게 되어있고 아무리 험난해도 무지개는 떠오른다.
이제 더 이상 내려가는 길은 없고 올라가는 길만 남아 있다. 어려움이 깊고 어두울수록 무지개의 빛깔은 더욱 찬란하고 황홀하다. 올해는 분명 이런 무지개가 뜨는 아름다운 한 해로 장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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