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 휘슬뒤 점점 굵은 빗줄기도, 그에 따라 대낮에 로즈보울을 뒤덮은 짙은 어두움도, 태극팬들의 응원열기를 앗아가지는 못했다.
6만명 안팎의 관중 대부분이 히스패닉계로 일방적인 멕시코 ‘두둔’응원에도 불구하고 스탠드 곳곳에 진을 친 한인들은 박수와 고함, 태극기를 흔들며 한치도 꿀리지 않는 응원을 펼쳤다.
특히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이운재가 상대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자 한인들이 쏟아내는 함성과 멕시코 팬들이 내지르는 비명으로 로즈보울은 한동안 굉음의 도가니로 변했다. 한국팀의 승리는 바로 이들의 목메인 성원에 대한 보답과도 같았다. 미국전에서의 패배,쿠바전의 부끄러운 무승부로 쌓여가던 걱정과 울화통을 말끔히 날려버린 ‘희망 한아름 플레이’로 골드컵 첫승 물꼬를 열어제쳤다.
◎…한국팀 응원단이 빚어내는 붉은 물결과 멕시코 응원단의 녹색 대결은 아쉽게 무산.
워낙 히스패닉 관중이 숫자상 압도적인 탓도 있지만 지난 예선 2경기때 태극사단 응원을 선도했던 KTF(코리아팀 파이팅 커뮤니티)등 ‘원정파’들이 비자문제로 24일 귀국했기 때문.
그러나 정승원(25·연세대 체육교육과 4학년) 등 KTF 4명과 ‘붉은 악마’ 골수요원 박용식(40· 상업)씨등 2명은 궂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봉에 서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독려. 특히 박용식씨는 "우리선수들에게 미력이나마 보태기 위해 자비 300만원을 들여 대전에서 인천을 거쳐 날아왔다"며 "꼭 한국이 골드컵 우승컵을 치켜드는 장면을 보고싶다" 피력.
◎…한인과 히스패닉이 한데 어울려 사는 남가주의 특성탓에 스탠드 곳곳에서도 한-멕 한자리 응원 장면들이 눈에 띄기도.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는 여지없이 ‘너 따로 나 따로’ 응원을 펼쳐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설을 다시한번 입증. 18번 게이트 인근 스탠드 상단에서 응원을 펼친 잔 신(48)씨는 "직장( LA 소재 선미건설) 동료로 있는 히스패닉 친구들 8명과 함께 왔다"며 "50달러 내기를 했는데 이겨서 좋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머쓱한 표정. 자리를 함께한 동료직원 엘리사르 페레스(26)는 "골드컵에서는 따로 놀았지만 월드컵에서는 두 팀 다 잘했으면 좋겠다"고 한마디.
◎…골드컵 대회본부측과 안전당국은 한-멕 대결이 과열돼 관중들간 집단 편싸움 등 뜻하지 않은 불상사로 이어질 것을 우려, 수백여명의 정 사복 안전요원들을 경기장내에 배치하는 한편 경기장 외곽을 지키는 500여명의 요원들에게도 비상을 걸어놓고 경기추이를 지켜봤다. 또 각 게이트에서는 모든 출입자들의 짐과 소지품을 일일이 검색, 쇠붙이 등 위험물은 물론 술 깡통 등 유사시 ‘무기’가 될 만한 물건들을 수거하기도 했다. 거의 매일 들락거린 기자들도 예외가 없어 프레스 출입문 통과때 랩탑컴퓨터의 경우 즉석에서 진짜 컴퓨터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작동실험까지 하는 등 철두철미한 검색.
"개막전에서 진 빚 결승전에서 갚자"
한인 팬 들, 한국 승리뒤 ‘속 깊은’ 미국 응원
◎…한국이 초반 부진을 깨고 난적 멕시코를 잡아채자 상당수 한인팬들은 다음 경기에서 월드컵 맞수 미국을 응원했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미국편들기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나란히 결승까지 진출한 뒤 한국이 이겨주기를 바라는 일종의 ‘보복 심리’ 차원이었다. 본부석 맞은편 중앙에서 관전한 김희영(35)씨는 "한국이 골드컵 첫판에 당한 쓰라림을 결승전에서 깨끗이 갚아버려야 월드컵에서 확실히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미국응원에 담긴 꿍꿍이속을 감추지 않았다.반면 멕시코를 응원했던 히스패닉 관중들은 ‘엘살바도르 밀어주기’ 응원전을 펼쳤다.
◎…준결승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될 한국과 코스타리카 선수단이 공교롭게도 한호텔에 묵게 돼 당장 27일 저녁부터 양팀 선수들의 ‘잠자리 신경전’이 불꽃튀길 전망. 이는 마이애미 오렌지보울에서 예선전과 준준결승을 치른 코스타리카 선수단이 하필 한국팀 숙소인 로즈보울 인근 앰바시 스위츠 호텔에 ‘입주’하는 바람에 생긴 해프닝.
◎…광적인 멕시코 팬들에게 국기를 파려는 당일치기 노점상들도 빅카드인 한국전 대목을 놓칠세라 장사에 여념이 없었다. K1 주차장에서 대형 멕시코 국기를 온몸에 휘감고 "싱코 돌라르 싱코 돌라르"를 외치던 후안 블앙코(34)는 "10분동안 3개밖에 팔지 못했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나와 이름이 같은 (콰테목) 블랑코가 출전했다면 한국을 쉽게 이길텐데"라고 농담을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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