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증 환자로 그림 그린지 4년 된 조나단 러맨
올해 14세인 조너던 러맨은 IQ 53의 지진아. 자폐증을 앓고 있어 사람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 그는 그러나 한 가지 비범한 재능을 타고 났다. 바로 그림 그리기. 10살 때 귀신에 홀린 듯 느닷없이 그리기 시작한 그림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한 미술평론가는 그를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에 비교하기도 했다. 자폐증의 벽을 깨고 그린 그의 그림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코믹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상하게 왜곡되기도 한 얼굴들이 베이컨 작품의 묘한 분위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조너던은 ‘아웃사이더 미술’이라 불리는 색다른 미술세계의 당당한 ‘인사이더’로 이미 두 번의 개인전과 여러 차례의 그룹전을 열었다. 뉴욕 소호의 퍽빌딩에서 매년 개최돼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아웃사이더 미술제의 올해 대회(25-27일)에도 출품한다. 이 미전은 정신장애아, 감옥의 죄수들, 은둔자 등 독학으로 그림을 터득한 화가들의 작품만을 모아 전시하는 미술전시회. 조너던은 매년 작품을 출품하는 단골 화가다. 레너드 스트리트에서 KS 아트 갤러리를 운영하며 지난 4년간 조나던을 대표해온 케리 슈스는 지금까지 조너던이 그린 60여점의 목탄화를 점당 500~1,200달러에 팔아왔다. 그는 또 다른 자폐증 화가인 크리스 머레이와 지난 98년 103세로 사망한 민속화가 아론 번바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슈스는 "도대체 어떻게 이 아이가 이런 그림들을 그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 잘 그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너던의 특이한 예술적 감수성이 조너던의 작품과 다른 지진아들의 작품을 구별시켜준다고 지적한다. 조너던 가족이 살고 있는 베스탈 인근의 빙햄튼 주립대학의 미술대 학과장 존 톰슨은 그의 작품이 "우리 교실에 갖다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면서 "정말로 뛰어난 화가이며,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그림 속에 나타나는 상투적인 요소들을 전혀 볼 수 없다"고 칭찬했다.
’아웃사이더’ 미술은 간단하게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어떤 경우에는 민속미술이란 개념과 겹치기도 해 장애아 화가들은 물론 민속 화가들, 그리고 그랜드마 모세스, 호레이스 피핀 같은 목가적 이미지의 화가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아웃사이더 미술이란 말이 처음 쓰여진 것은 1900년대 초. 스위스의 한 정신병원의 환자들이 만든 작품들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초현실주의 미술의 지지자였던 장 드뷔페가 다른 문화적인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뜻에서 ‘날 것 그대로의 미술’(raw art)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올해의 아웃사이더 미술제에는 조너던의 작품 뿐만 아니라 은둔적인 환상주의 화가 헨리 다저의 작품들도 전시되며 기존 미술언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직관에 의해 색다른 작품을 창조해낸 ‘거장’들의 작품도 포함됐다. 그 중에는 빵집 벽에 첫 목탄화를 그렸던 튀니지아 목동 출신 화가가 있는가 하면 교회 앞마당에서 신비한 체험을 한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영국인, 그리고 공산주의를 피해 다뉴브강을 건너온 후 비행접시 그림을 강박적으로 그려온 루마니아인도 있다. (더욱 상세한 정보는 www.samfordsmith.com 에 있다.)
과학은 여전히 조너던과 같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씨름 중이다. 두 명의 하버드 의대 신경과 전문의들이 "우월성의 변이"이라 부르는 이 현상은 천재성과 정신 장애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간단한 작업이나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애아 혹은 지진아가 어떻게 천문학적인 숫자들의 덧셈을 거뜬히 해내며 놀라운 수준의 음악, 혹은 미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게 목표.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은 만약 태아 때 왼쪽 뇌를 손상됐을 경우 그 보상으로 오른쪽 뇌가 이상발달을 해 아주 특수한 재능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심한 정신장애이면서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사방’(savant)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프랑스어의 ‘알다’란 뜻의 동사 사부아(savoir)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아동 미술계의 ‘사방’은 중국의 왕 야니로 5살 때인 1980년, 원숭이 그림을 능수능란하게 그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으며 3년간 무려 4천여점의 그림을 그렸다. 나디아라고 알려진 영국의 자폐소녀는 1973년 5살 때 르네상스 시대 거장 같은 솜씨의 원근법을 구사하여 달리는 말을 그리는 등 천재성을 보였다.
KS 아트 갤러리를 찾은 조너던은 자신의 작품들이 벽에 걸린 것을 보고 흥분, 전시장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출생시에는 정상이었으나 1살이 되던 때부터 자폐증을 보이기 시작한 조나단은 10살 때, 외할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로 매우 큰 충격을 받은 직후, 어느 날 갑자기 앉은 자리에서 대여섯장씩 목탄으로 자기가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 12세에 벌써 목탄과 파스텔로 그린 인물화로 개인전을 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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