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람들] ‘소나’대표 임영재. 김현희씨 부부
▶ 여주영 <논설위원>
81년도 맨손으로 미국에 와 잡화 행상으로 시작, 오늘날 완구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인부부가 있다. 맨하탄 브로드웨이 한인상권 내에서 장난감 도매업체 소나(SONA)를 운영하고 있는 임영재(48). 김현희(46. 뉴저지 놀우드거주)씨 부부.
이들 부부는 지난 20년간 죽어라 일하면서 오로지 한 길만을 매진,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처음 시작한 월 렌트비 600백 달러 짜리 창고를 연 매상 수 백만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업체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그가 여기까지 오는데는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조용히 뒤에서 남편을 내조한 아내 김현희씨의 헌신적인 봉사와 희생이 크게 한 몫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씨는 누구보다 근면하고 성실하며 일하기를 무척 좋아했고 틈만 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내 비즈니스를 확장일로로 키워 가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는 언제나 만화영화나 공상영화 등을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제조회사에 이를 제공해 만들어진 장난감들이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스쿠터, 말하는 인형 훠비, 다마구찌 게임 등을 비롯해 올해 신형으로 내놓은 미니 자전거 등은 모두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히트 상품들이다.
덕분에 그의 업체는 이제 완구 업계에서 미국을 주름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커졌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끈임 없이 노력하는 임씨에게 있어 불황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비즈니스에 대한 그의 전략이나 아이디어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주위에서는 말한다.
핫 아이템이 될 듯 싶으면 그 상품을 몽땅 매입, 미 전역에 풀어 파는 가 하면, 지난 9.11 테러사건 때만 해도 성조기를 발빠르게 내놓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기회의 나라 미국에 와서 줄기차게 노력하면서 근면과 성실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킨 사람이다. 지금은 관련업계에서 소나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 배경에는 그의 남다른 경영철학도 보이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항상 웃으며 살자’와 ‘남 앞에 절대 나서지 말자’를 생활지침으로 삼고 이를 부인과 가족, 종업원들에게 그는 늘 강조했다고 한다. 지나오고 보니 이 것이 가정화목과 비즈니스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임씨는 특히 ‘바보의 웃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무엇이든 모른 체 하고 바보스럽게 웃는 것. 바보의 웃음이란 제일 천진한 사람들의 웃음이죠. 너무나 착하고 악의가 없기 때문에 바보같이 보이는 것 아닙니까. 바보의 웃음을 저는 상당히 존경합니다.
그들의 웃음과 생활을 미국생활에 접목시켜 바보가 되어 살기를 원했습니다. 이런 철학으로 비즈니스를 해 왔고, 종업원들에게도 이런 웃음을 그는 강조했다고 한다. 그래 선지 그의 업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카운터 앞에 서 있는 그의 부인과 캐셔의 좀체 다물 줄 모르는 바보 같은 웃음이 눈 안에 들어온다.
아마도 임씨가 평상시 강조한 것이 습관이 돼 몸에 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는 이미 타고난 비즈니스 기질 탓으로 미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서 뉴욕의 친구로부터 보내지는 신문을 통해 한인들이 많이 하는 업종에 대한 정보를 입수,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철학대로 무조건 바보가 되자. 그리고 누가 뭐래도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 미국에 와서 신문을 보고 시작한 일이 야채가게 막일이었다.
그곳에서 보통 하루 14시간씩 서서 일해 저녁이 되면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일을 하다가 가게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자 신세가 되어 할 수 없이 동네의 포레스트힐 장로교회 양희철 목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양 목사의 안내로 그는 맨하탄의 한 장난감 수입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그가 오늘날 완구업계에서 선두주자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영주권이 없는 관계로 그는 이 업소에서 3년간 엄청난 어려움을 겪어내며 죽어라 일을 했다는 것이다.
업소주인도 그의 성실성을 인정했음인지 그에게 현재의 부인인 배우자를 소개, 마침내 결혼하게 되면서 보금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 후 업소주인은 임씨에게 더 이상 가르쳐 줄게 없다고 독립할 것을 권유했다. 이 때부터 임씨는 아내의 도움으로 용기를 크게 얻고 5백 달러 짜리 중고차를 하나 마련해 여기 저기 다니면서 그 동안 배운 기술로 행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워싱턴을 하루 두 차례씩 오가며 잠을 4시간밖에 안 잘 정도로 열심히 일을 했다는 것. 그렇게 하다보니 하루 수입이 5백 달러(당시 주급 280달러)나 될 정도로 수입이 짭짤했다고 한다.
그 맛에 그는 있는힘을 다해 뛰었다. 그걸 보던 맨하탄의 한 창고주인이 매일 도둑이 득실거리는 3백 스퀘어피트 면적의 창고를 월 600달러에 주겠으니 한번 해볼 것을 권유,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 창고를 얻어 첫 비즈니스를 소규모로 시작했다. 그 것이 현재의 연 수백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는 소나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창고 부근은 도둑 떼들로 유리창이 다 깨져있고 마약소굴이나 다름없이 험악하고 무시무시한 곳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모두가 꺼려 그 곳에 들어선 한인은 임씨가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흑인들이 주로 드나들었지만 그는 하루 20달러밖에 지출 안 되는 렌트비를 내는 잇점으로 종업원 한 명을 두고 아내와 함께 몸으로 떼워 가며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차츰 흑인들과도 친구가 되고 거래처로부터 신용도 인정받아 물건을 그냥 크레딧으로 받아 1일 몇 백 달러씩의 수입이 생기면서 자신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 당시는 이익도 지금의 50배 정도가 돼 점점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달아 핫 아이템을 터뜨려 그의 비즈니스는 나날이 확장 세를 거듭했다. “아이디어를 내놓고 전략을 짜고 하는 것들이 힘들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그는 언제나 어릴 때부터 꿈꾸던 미국에 와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아 웬만한 어려움 쯤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임씨는 어머니에게도 매우 효성이 지극한 아들로, 그의 부인 또한 시어머니에게 너무 잘 해 고부간에 갈등도 전혀 없는 것으로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임씨에 따르면 사춘기에 있는 슬하의 두 딸에게도 아내가 각별히 신경을 써 크게 어려움 없이 잘 지내왔다고. 이들 부부는 바쁜 관계로 자주는 못하지만 이따금 틈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가정의 화목을 지켜 왔다고 한다. 그의 업소 종업원들도 한번 들어오면 거의 움직이지 않아 10년 이상 된 사람들도 여러 명이 된다는 것.
임씨는 어느 정도 비즈니스가 자리를 잡게 되자 지난 6년 전부터는 소리 없이 사회환원을 하기 시작했다. 한흑 연대기구가 매년 하는 흑인 어린이 성탄파티에 가서보면 항상 그가 보낸 장난감들로 어린이들이 기뻐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는 이를 위해 1년 동안 정성스레 트럭 한 대 분의 장난감을 모아 매년 성탄절을 기해 한흑 연대기구에 어린이를 위한 선물로 전달하곤 한다.
임씨는 그 동안 해온 일에 대한 자신의 행적이 표면에 드러나자 “단지 가정이 어려운 흑인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자는 생각에서 한 것뿐인데...” 하며 몹시 곤혹스러워 한다. 이외에도 그는 청소년 미술대전 등 필요한 행사가 있을 때면 언제나 말없이 도와온 사람이라고 한미 현대미술인협회 최대식회장은 전한다.
“아직은 내보일 게 없습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다 가까스로 응한 그의 얼굴에선 남다른 투지와 집념,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일하기를 대단히 즐긴다’는 그는 앞으로 이 업체를 열심히 키워 언젠가는 빌딩을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그의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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