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어드벤처 ‘아 유 레디?’
낮 최고 기온 섭씨 31도.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버스로 7시간 거리인 상클라부리. 태국인들도 거의 가지 않는 국경 마을인 이곳 오지에서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 ‘아 유레디?’(눈엔터테인먼트, 윤상호 감독) 촬영이 한창이다. 반군과 정부군이 수시로 소규모 전투를 벌이는 미얀마와는 직선 거리로 5km. 현지버스 기사가 “위험해서 더 이상 안 가겠다”고 버틴 이곳까지 ‘아 유 레디?’ 제작진이찾아온 이유는 대규모 전쟁과 재난 신 등 정글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모험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독한 말라리아 약에 삼매경?
’아 유 레디?’ 제작진은 지난 1월 3일 태국에 도착, 밀림과 정글 촬영을 위해 날마다 더위와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태국 촬영 분량은 영화 전체의 50% 수준.도착 첫 날 재난 신을 찍느라 산에서 20km를 뛰고 구른 김정학 김보경 등 주인공들은 날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다. 그러나 눈동자만큼은 ‘뭔가 해낸다’는 자신감 때문에 빛난다.
지난 11일 새벽에는 전쟁 장면을 위해 단 10초 동안 1,500만 원어치 블랙 파우더 폭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국방영화 전문가 박광남 특수 효과맨의 지휘 아래 이뤄진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화력 신이었다.
난생 처음 주연을 거머쥔 김정학(31)은“이 영화를 위해 13kg을 뺐다. 목숨 걸고 찍고 있다”고입을 열었다. 안석환 이종수 김보경 등도 1주일마다 한 번씩 독한 말라리아 알약을 삼키고, 온 몸에 모기약을 바른채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홍일점 김보경은 “짧은 반바지 의상 덕택에 더위는 조금 피할 수 있지만 대신 허벅지가 상처 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이내 “훈장 같은 상처”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분위기 메이커 이종수는 ‘신라의 달밤’ 이후 연거푸 고교생 역을 맡았다. 그는 “그만큼 젊어 보인다는 것 아니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종수는 “가게에 가려면 차로20분 이상 가야 한다. 콜렉트 콜도 세 단계를 거쳐야 간신히 연결된다. 그 만큼 오지라 촬영 끝나면 그냥 숙소에서 자는 게 낙”이라며 내심 아쉬워 했다.
속빈 블록버스터? 노(NO)!
’아 유 레디?’는정글 세계로 빨려 들어간 6명 주인공들의 악전고투를 그린 어드벤처 영화다. 쥐 떼 공습을 받고, 동굴이 무너지는가 하면, 늪에 빠지는 등 언뜻 ‘인디애나 존스’ ‘주만지’ 등과 흡사해 보이지만 ‘아 유 레디?’에는 한국적인 드라마와 정서가 녹아있다.
11일 진행한 황 노인(안석환분)의 베트남전 회상 장면.
윤상호 감독의 ‘레디’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태국인 FD가 현지 스태프들에게 ‘Be quiet!’을 크게 외친다. 전투 때 두려움 때문에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부하들을 모조리 잃은 황 노인이 얼떨결에 도착한 밀림에서 그 당시 자신과 ‘거짓말처럼’ 맞닥뜨린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30년 만에 정면 충돌하며 갈등과 화해가 빚어진다. 한국적인 드라마와 판타지 영화다운 설정이다.
이렇듯 ‘아 유 레디?’여섯 주인공들은 저마다 들춰내기 싫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학창 시절 짝사랑한 여자에게 멸시 당하고 자살을 기도했던 강재(김정학 분), 아들을 낳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다 죽은 엄마 때문에 남자에 대한 원망으로 똘똘 뭉친 주희(김보경분), 앙숙이지만 서로 갖지 못한 부분을 내심 부러워하는 두 고교생 현우(이종수 분)와 준구(천정명 분) 등의 이야기가 태국 로케이션 촬영이 끝나는오는 29일까지 부채살처럼 펼쳐진다.
현장에 동행한 고은님(31)시나리오 작가는 “’아 유 레디?’는 먹장 구름 같은 악몽과 의한 판 대결”이라고 설명했다.
조지 루카스가 사용했던 카메라로
’아 유 레디?’팀은촬영 장비 일체를 통째로 빌리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계약한 덕분에 서울에서는 디지털 카메라만 달랑 한 대 갖고 왔다. 3억 원에 대여해공수해 온 이 장비는 최근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를 찍을 때 사용했던 카메라로, 다양한 색상과 후반 작업이 가능하다.그래서 테이크가 바뀔 때마다 가장 덩치 큰 스태프가 애지중지 다뤘다.
현지 오픈 세트는 할리우드 영화 ‘툼 레이더’ ‘비치’ 등의 촬영에 참여했던 태국인 아트디렉터 쏜이 전담하고 있다. 전쟁 신을 찍기 위해 바나나 밭을 아예 매입하고, 일반 가옥을 초소로 개조하는 공을 들였다. 태국의 광선, 흙 한 줌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윤 감독은 “해외촬영은 돈, 시간과의 싸움이다. 하루 4시간씩 자면서 찍고 있다. 그러나 ‘아 유 레디?’는 화면한 화면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인 드라마에 더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 유 레디?’제작진은 이달 말 귀국, 2월까지 국내에서 모든 촬영을 마칠 계획. 7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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