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는 8일 5,700여명의 회원들에게 2001년도 제74회 아카데미상 각 부문 후보 선정 투표용지와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오를 자격을 갖춘 영화 248편의 제목을 발송했다.
확실한 선두 없어 혼전지난해는 ‘검투사’가 그리고 그 전해는 ‘아메리칸 뷰티’가 강력한 작품상 수상작으로 부상했던 반면 2001년은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다는 게 특징. 특히 12월에 오스카상을 겨냥하고 나온 메이저급 영화사들의 ‘알리’ ‘바닐라 스카이’ ‘머제스틱’ ‘블랙 호크 격추되다’ 및 ‘선박 뉴스’ 등이 모두 기대에 부응치 못해 오스카 작품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단체마다 최우수 작품달라또 각 주요 영화비평가 단체들이 서로 다른 작품을 2001년도 최우수 영화로 뽑은 것도 이 부문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까닭 중 하나다. 전미 영화리뷰위원회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호화찬란한 뮤지컬 ‘물랑 루지’, LA 영화비평가협회는 타드 필드의 가족드라마 ‘침실에서’, 뉴욕 영화비평가서클은 데이빗 린치의 괴상한 필름 느와르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각기 최우수작으로 뽑았고 할리웃 외신기자들의 모임인 골든 글로브는 론 하워드 감독의 감상적인 자전적 드라마 ‘아름다운 마음’(극영화 부문)과 ‘물랑 루지’(뮤지컬/코미디 부문)를 각기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이렇게 오스카 작품상 후보 선정의 향방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현재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뚜렷한 영화는 ‘아름다운 마음’(A Beautiful Mind)과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정신질환자로 노벨 경제상을 받은 존 내쉬의 실화인 ‘아름다운 마음’은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하는 질병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얘기로 적당한 감정과 감상성이 잘 배합돼 단연 오스카 작품상 경쟁에서 선두주자다.
한편 피터 잭슨이 감독한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린 환상 액션모험 영화 ‘반지의 제왕’은 비평가들의 격찬과 함께 대중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데다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미영화학회(AFI)의 2001년도 각 부문 베스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혀 작품상을 놓고 ‘아름다운 마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 같다.
’물랑 루지’도 가능성 많아이어 ‘침실에서’(In the Bedroom)와 ‘물랑 루지’(Moulin Rouge)가 작품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짙다. 다음으로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앙상블 캐스트 살인 미스터리 드라마 ‘고스포드 파크’(Gosford Park)와 리들리 스캇의 미군의 소말리아 작전실패를 다룬 ‘블랙 호크 격추되다’(Black Hawk Down) 그리고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가 작품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마이클 만 감독의 ‘알리’는 롱샷. 그러나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기호에 맞기에는 너무 이상하고 ‘블랙 호크-’는 상영시간 2시간반 내내 전투만 해 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에 애를 먹을 것 같다. ‘고스포드 파크’는 너무 소품인 것이 핸디캡.
워싱턴 흑인으로 2번째 수상(?)남자 주연상 후보 1순위를 놓고 다투는 사람은 ‘훈련의 날’(Training Day)에서 부패한 LA 형사로 나온 덴젤 워싱턴(LA 영화비평가협회의 2001년도 최우수 주연남우)과 ‘아름다운 마음’의 러셀 크로우. 작년에 주연상을 받은 크로우보다는 워싱턴이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그는 1963년 ‘들 위의 백합’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시드니 포이티에에 이어 두번째로 이 상을 받는 흑인 배우가 된다.
이어 ‘침실에서’에서 아들의 피살에 고뇌하는 아버지역을 맡은 탐 윌킨슨과 ‘거기에 없었던 남자’(The Man Who Wasn’t There)에서 생에 지친 과묵한 이발사역을 한 빌리 밥 손턴(그는 사형집행관으로 나온 ‘괴물의 잔치’로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이 후보에 오를 듯. 나머지 한 자리는 ‘알리’의 윌 스미스와 ‘나는 샘’의 션 펜 및 ‘로열 테넨바움 가족’의 진 해크만 중 한 명이 차지할 것 같다.
여주연 주디 덴치도 후보여자 주연상 후보 선두주자는 ‘침실에서’ 중 아들 잃은 어머니로 나와 남편에게 복수를 부추기는 역을 맡은 시시 스페이섹(LA와 뉴욕 영화비평가협회의 2001년도 최우수 여우로 1980년 ‘광부의 딸’로 오스카 주연상 수상). 이어 ‘물랑 루지’와 귀신영화 ‘다른 사람들’(The Others)에 나와 상반된 연기를 한 니콜 키드만이 둘 중 하나로 후보에 오를 것이며 그 뒤를 ‘아이리스’(Iris)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 아이리스역을 한 주디 덴치(1999년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로 오스카 조연상 수상)와 ‘괴물의 잔치’(Monster’s Ball)에서 자기 남편의 사형집행관과 절망적인 사랑을 나눈 미망인으로 나온 할리 베리가 따르고 있다.
이밖에 ‘디프 엔드’의 틸다 스윈턴, ‘브리젯 존즈의 일기’의 르네 젤웨거,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네이오모 와츠 등이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 같다.
남자 조연 브로드벤트 유력남자 조연상 후보는 LA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2001년도 최우수 조연배우로 뽑힌 짐 브로드벤트(’아이리스’)와 뉴욕 영화비평가 서클의 2001년도 최우수 조연배우인 스티브 부세미(’고스트 월드’) 및 갱영화 ‘섹시 비스트’의 벤 킹슬리 등이 가장 유력한 후보들. 이들 뒤로 ‘알리’에서 하워드 코셀로 나온 존 보이트와 ‘A.I.’의 주드 로 및 ‘인생은 집’의 헤이든 크리스튼슨 등이 따르고 있다.
여자 조연상 후보로는 ‘아이리스’에서 젊은 아이리스로 나온 케이트 윈슬렛(LA 영화비평가협회 2001년도 최우수 조연여우)과 ‘아름다운 마음’의 제니퍼 카넬리 및 ‘침실에서’의 마리사 토메이 등이 가장 유력하다. 이어 ‘고스포드 파크’의 매기 스미스와 헬렌 미렌 및 ‘거기에 없었던 남자’의 프랜시스 맥도만드 등이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3월24일 시상식, ABC서 중계감독상 후보로는 론 하워드(’아름다운 마음’), 피터 잭슨(’반지의 제왕’), 로버트 알트만(’고스포드 파크’), 데이빗 린치(’멀홀랜드 드라이브’), 타드 필드(’침실에서’) 및 바즈 루어만(’물랑 루지’) 등이 유력시 된다.
2001년도 각 부문 오스카상 후보는 2월12일에 발표되고 시상식은 우피 골드버그 사회로 3월24일 하오 5시부터 오스카상 시상식의 새 집인 코닥극장(할리웃과 하일랜드)에서 ABC-TV에 의해 생중계 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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