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취재-한인학생들 땡땡이 실태
▶ LA고교 단속반 동행기
수업을 빼먹고 오락실, PC방 등을 전전하는 땡땡이 한인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 학생들은 혹시 부모나 교사가 나타날까 두리번거리면서도 친구들과 삼삼오오 노래방과 오락실을 드나들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LA고교는 최근 땡땡이 학생들이 늘자 특별단속반을 편성, 9일 땡땡이 학생 단속에 나섰다. LA고교의 한인타운 땡땡이 학생 단속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땡땡이 현장 단속
<오후 12시20분-PC 방>
LA 고교 땡땡이 특별단속반의 알렉스 콘트라레스 교감, 최진우 학생주임과 함께 한인타운 윌셔 블러버드와 윌튼 애비뉴 근처에 있는 PC방에 들어갔다. 학생으로 보이는 한인은 단 한명. 최 주임이 한가롭게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인학생에게 다가가 "어느 학교 소속이냐"고 물었더니 ‘LA하이스쿨’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다행히 이 학생은 현재 방학중인 ‘A’트랙 소속이었다. 관계자들은 종업원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오후 12시35분-두번째 PC 방>
윌셔 블러버드와 하버드 애비뉴 근처에 있는 두 번째 PC방에 들어섰다. 첫 번째 PC 방과는 달리 이곳에는 무려 20여명의 학생들이 시간가는 줄도 잊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뒤엉켜 머리가 어지러웠다. 실내를 한바퀴 돌아본 단속반은 귀걸이를 착용한 한인 남학생에게 "어느 학교 학생인가"라고 물었다. 이 학생 역시 LA고교 학생이었다. 최 주임이 끈질기게 묻자 이 학생은 자신이 ‘B’ 트랙 소속이며 학교에 가지 않고 PC방에 왔다고 실토했다. 이 학생 바로 옆에서 게임을 하던 한인학생도 이 학교 학생으로 드러났다. K(17)군과 P(17)군으로 이름이 밝혀진 이 두 학생은 단속반에게 땡땡이 혐의로 걸리자 몸둘바를 몰랐으며 기자가 같이 온줄을 알자 한국말로 "제발 신문에 내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기자가 ‘왜 학교에 가지 않고 땡땡이를 쳤느냐"고 물으니 K군의 땡땡이 이유가 걸작이었다. 학교에 가는 도중 강도를 만나 목걸이 등 소지품을 몽땅 빼앗겼는데 학교에 강도피해 사실을 보고해 봤자 아무도 안믿을 것이 뻔해 학교에 가기 싫었다는 것.
<오후 12시50분-노래방>
8가와 호바트 인근의 한 노래방. ‘설마 노래방에서까지 땡땡이를 칠까’하는 생각으로 안으로 들어갔으나 이곳에도 한인 여고생들이 작은 방안에서 친구와 함께 한국 최신가요를 목이 터져라 부르고 있었다. 방문을 연 콘트라레스 교감이 "어느 학교 다니냐"고 묻자 이 여학생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유니버시티 고교’라고 대답했다. 땡땡이를 치고 노래방에 왔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 학생의 얼굴에서 죄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콘트라레스 교감은 "이 학생은 다른 학교 학생이어서 학교측에 통보하는 것 외에 다른 조치는 취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단속반은 노래방 업주에게 "학교수업 시간에 청소년을 받지 말라"고 부탁한 후 자리를 떴다.
<오후 1시10분-오락실>
마지막 업소인 윌셔 블러버드에 있는 샤핑센터내 오락실. 학교를 빼먹고 오락을 즐기던 한인여학생 3명을 붙잡았다. 모두 LA고교 소속이었다. 최 주임이 이들 학생들의 신분을 확인해 본 결과 3명 모두 정학을 당했었는데 오늘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이었다. 기자가 한 학생에게 "왜 학교에 가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학생은 "오늘 학교에 가는 날인줄 몰랐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PC방에서 붙잡은 남학생 2명과 여학생 3명 등 5명을 단속반과 취재진의 차량에 나눠 태우고 LA고교로 돌아갔다.
■LA시 조례
LA시 조례는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경우 학교수업이 있는 날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성인의 감독없이 공공장소에 나다니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땡땡이 혐의로 걸릴 경우 티켓을 발부받게 되며 최고 250달러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관계자 조언
알렉스 콘트라레스 LA고교 교감은 "학교측에서도 땡땡이 학생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땡땡이 학생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부모는 자녀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고 업주는 학교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받지 않는 도덕의식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이슨 이 LAPD 공보관은 "부모들은 항상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며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학교수업을 빼먹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음의 집 김기웅 목사는 "학교 수업시간에 미성년자를 고객으로 받는 업주들도 문제"라며 "업주들은 손님을 받기 전에 ID 검사를 철저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성훈 기자> shg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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