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욱 칼럼]
▶ 김명욱 <목회학 박사. 종교 전문 기자>
외유내강(外柔內剛)이란 말이 있다. 뜻을 풀면 속으로 강하고, 겉으로 유연하다는 말이다.
속으로 강함은 참을 인(忍)과 직결되며 겉으로 유연함은 덕(德)과 직결된다. 사람으로 말하면 부드러우면서도 심지가 굳은 사람을 ‘외유내강’한 사람이라 일컬을 수 있겠다. 곧 외유내강은 사람의 성격과 성품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속으로 감내하며 밖으로 웃음질 수 있는 그런 사람. 상대방이 화를 내게 해도 속으로 삭이며 겉으로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성품. 본받아야 할 성정(性情)이 아닐 수 없다.
인과 덕을 갖춘 외유내강한 이런 사람. 참으로 되기 힘든 유형의 모델이다. 그렇지만 이런 성품의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인생의 성공여부는 그 사람의 성품 여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좋은 성품은 대인관계를 통해 나타난다. 이런 성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분한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노력과 훈련은 의지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스스로의 판단 아래 외유내강의 인과 덕을 합친 부드러운 사람으로 바뀌어지기를 먼저 바라야만 될 것이다.
외유내강 처럼 처세에 좋은 것도 드물다. 속으로 강하고 겉으로 부드러운 성품이 처세로 이어지면 대인관계는 원만해진다.
대인관계가 원만해지면 사회생활이 편안해 질 수 있다. 특히 조직사회는 상하관계, 동료관계, 계약관계,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다분히 복합성을 띄고 있다. 이럴 때 외유내강의 처세는 관계를 좋은 쪽으로 몰고가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씨는 나이 40에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뒤통수를 뚜드려 맞은 것" 처럼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의 깨침이란 "앞에 서지않고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자"란 것이다.
그는 현재 ‘아라기획’ 회장으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재력가가 되어 있다. 그가 40이 넘어 <도덕경>을 만났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행운일 수 있다.
사실, 노자의 <도덕경>은 한자(漢字) 5,000언(言)으로 되어 있는 작은 책에 불과하다. 장 수가 언제 갈렸는지는 몰라도 전 81장으로 되어있는 아주 소책자이다. 그러나 이 안에 지니어져 있는 사상은 무궁무진하다. 2500여년 전에 쓰여졌다는 이 작은 책이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서양인들에게 인기리에 읽히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 책의 진가는 알 수 있다.
도덕경에 도도히 흐르는 깊은 사상의 물줄기중 하나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사상이다. 이 사상은 외유내강과 서로 상통한다. 노자 <도덕경> 36장 ‘미명(微明)·은오(隱奧)’편에 이런 말이 있다.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말을 풀면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란 뜻이다.
상징적으로 여성은 부드럽다. 반면 남성은 강하다. 강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정으로 돌아가 보면 아내를 이길 남편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강한 남자를 이기는 자는 결국 약해 보이는 여자인 아내이다. 아무리 덩치가 큰 남자도 여자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구체적 예이다.
어눌한 사람들이 큰 일을 하는 것을 본다. 그들은 좀체로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목사중에 가장 어눌해 보이는 목사가 있다. 서울명성교회 담임 김삼환목사 이다.
그는 수만명의 교인과 수십명의 부목사들을 두고있는 큰 교회 목사다. 그런데 그는 전혀 큰 교회 목사같지가 않고 어느 시골 농부 아저씨 같이 어눌해보인다.
그의 설교도 그리 신학적이거나 철학적이지가 않다. 그런데 그는 어눌한 말과 몸짓으로 설교를 하며 사람을 웃긴다. 설교 내용도 일상사를 성경에 비유한 것들이다. 듣기에 아주 편하다. 그리 길게 하지도 않는다. 이게 바로 외유내강 아닐까. 그의 목회성공비결이 겉으로 어눌해 보이는 그의 외모 탓에 있지나 않은지 모를 일이다.
뉴욕의 한 원로목사는 그를 말하기를 "김삼환목사는 겉으로는 어눌해 보이지만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그와 함께 있는 수십명의 부목사와 수백명의 장로들이 그 앞에서는 꼼짝을 못하더라"고 말했다.
겉으로 유약해 보이지만 그에게는 심지 굳은 속의 강함이 그를 받쳐주는 무엇이 있나보다. 기독교에서는 그 것을 성령의 힘이라고 부른다.
외유내강(外柔內剛)과 반대되는 말이 있다. 바로 내유외강(內柔外剛)이다. 조그마한 일에도 화를 내면 내유외강이 된다. 속으로는 강하게, 겉으로는 부드럽게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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