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가 있다. 특히, 값지고 소중한 가치일수록 오래 지속하기가 더욱 어려운 법이다. 올 시즌 NBA에는 이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주는 팀이 있다. 필라델피아 76ers를 두고 하는 말이다.
76ers는 지난 시즌, ‘해답’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알렌 아이버슨의 눈부신 활약을 발판으로 NBA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이후, 76ers는 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레이커스의 전무후무한 플레이오프 시리즈 전승 우승의 꿈을 좌절시킨 바 있다.
한 시즌이 지난 후 76ers는 1년 전의 맹활약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이고 있다. 아이버슨은 올해도 여전히 득점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처럼 평균 30점대 이상의 득점포를 터뜨리며 팀을 이끌었던 결정적인 ‘해답’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아이버슨의 필드골 슈팅 성공률은 39%에 불과하다.
76ers는 더 이상 NBA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이스턴 컨퍼런스를 호령하던 용맹한 호랑이의 모습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페이스라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기약할 수 없는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했다.
부진이 계속되면서 필라델피아 현지 신문들은 76ers의 한 축인 디켐베 무톰보의 트레이드설을 보도하고 있다. 35세의 무톰보는 지난 시즌 말썽 많은 트레이드를 통해 필라델피아로 옮긴 후, 알렌 아이버슨과 콤비를 이루며 76ers 시대의 선봉장 역할을 한 바 있다.
현지 신문들은 무톰보가 불과 1년만에 덴버 너기츠의 안토니오 맥다이스와 트레이드 될지 모른다는 기사를 쓰고 있다. 현재로서는 너기츠가 이 트레이드에 만족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맥다이스가 76ers로 이적할 경우, 필라델피아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부를 벌인 76ers와 LA 레이커스는 올 시즌 들어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레이커스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 황금 콤비를 앞세워 NBA 최고승률을 질주하고 있는 반면, 76ers는 하워권 탈피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76ers의 부진 배경으로는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잦은 부상이 지목된다.
76ers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 임할 때부터 부상병동이나 다름없었다. 조지 린치는 동부지구 준결승전 때 입은 발부상을 가지고 레이커스전에 출전했다. 또 에릭 스노우는 탈골된 다리뼈에 핀을 박고 레이커스전 시리즈에 나섰다.
만성 어깨부상에 시달리던 아론 맥키 역시, 레이커스와의 챔피언 결정전 개막전에서 다리골절상을 당했다. 마지막으로, 76ers의 ‘해답’ 알렌 아이버슨은 시즌 막판에 당한 팔꿈치 부상을 감수하고 레이커스전에 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버슨은 결정전 1차전에서 혼자서 48점을 쏟아 부으며 레이커스 플레이오프 무패 우승의 꿈을 좌절시킬 수 있었다.
지난 시즌 NBA 최대의 로맨스는 76ers의 래리 브라운 감독과 알렌 아이버슨 선수의 돈독한 하모니였다.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며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아이버슨은 브라운 감독의 애정 어린 선도아래 모범적인 천재선수로 거듭났다는 미담성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들어 두 사람간의 갈등설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브라운 감독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이버슨 선수가 가끔 훈련장에 불참하는 모습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76ers가 들쭉날쭉한 아이버슨의 훈련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팀훈련을 오후까지 미루는 일이 많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브라운 감독 자신은 아이버슨이 신체적 안정을 위해 훈련에 불참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간의 새로운 갈등설의 진상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알 길이 없다. 지난 시즌에도 브라운과 아이버슨의 갈등설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적이 있으나, 브라운 감독은 끝까지 아이버슨을 두둔했다.
브라운 감독은 자신이 항상 팻 크로치 구단주의 지나친 팀 운영 간섭에 분개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크로치는 브라운과 아이버슨이 한 배를 탈 수 없는 운명이라고 규정하고, 아이버슨를 디트로이트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그러나 브라운은 아이버슨의 트레이드를 결사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지난 여름에 구단을 떠난 사람은 브라운도 아이버슨도 아닌 크로치 자신이었다.
이번 시즌 76ers의 부진 원인을 지난 시즌 이후 잘못된 선수 트레이드 결과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많다. 76ers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티오 래틀리프, 토니 쿠코치, 나지 모하메드, 버논 맥스웰, 페레 산체스 등을 줄줄이 내놓았다. 연이어 조지 린치와 타이론 힐, 저메인 존스 등까지 추가 이탈하면서 팀 전력에 구멍이 생겼다.
지난 시즌 큰 활약을 보인 타이론 힐의 이탈은 팀의 균형 추를 무너뜨린 악재로 평가된다. 힐은 연봉협상 문제로 구단측과 마찰을 벌인 끝에 결국 클리블랜드로 이적되었다. 76ers는 힐의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클리블랜드에서 로버트 트레일러를 데려온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76ers는 현재 매트 가이거 선수를 한시적인 파워 포워드로 기용 중이다.
주전선수들의 잦은 부상도 전력약화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팀의 영혼과도 같은 존재들인 알렌 아이버슨, 스노우, 아론 맥키 3인방은 오프시즌 내내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시즌 개막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 결과, 76ers는 지난 시즌 초반 10승 무패의 초강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이번 시즌 1월9일 현재 15승19패의 형편없는 성적을 보였다.
한 가지 희망적인 조짐은 76ers가 시즌초반의 부진을 딛고, 후반기에 재기할 수 있는 기틀을 하나하나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시즌초반 부상후유증으로 고전하던 아이버슨, 맥키, 스노우 3인방이 서서히 제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또한, 76ers는 샬롯 호넷에 조지 린치 선수를 내주는 조건으로 미완의 대기, 데릭 콜맨 선수를 데려왔다. 콜맨은 76ers로 이적한 후, 평균 16득점, 9 리바운드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76ers의 침체된 팀 분위기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6ers는 아직까지 지난 시즌에 보여줬던 투지 넘치는 수비는 물론, 경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다만, 아이버슨이 또다시 결정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새로 들여온 선수들이 굳건한 팀웍을 형성한다면 76ers는 언제든 재도약할 잠재성을 가진 팀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76ers에는 알렌 아이버슨이라는 농구 신동과 래리 브라운이라는 명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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