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미전역에서 경계태세가 강화되고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다. 그런데, 테러와 전쟁이 자꾸 터져야 주민들의 생활에 활기가 도는 타운이 있어 관심을 끈다.
네바다주 호손에는 세계최대 규모의 병기창이 자리잡고 있다.
일명 ‘호손 아미디포’로 불리는 이 병기창에는 소총실탄으로부터 무게 5,000파운드의 초대형 고폭탄과 미사일 등 전쟁수행에 필요한 각종 탄약과 폭탄들이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9.11 테러사건 이후 이 병기창에 대한 경계태세가 사상 유례없이 강화되었다.
군대가 타인을 위한 보호자일 뿐 아니라, 이제는 그 자체가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물이 된 것이다. 군시설물에 테러가 가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호손 병기창의 보안경비는 용역을 맡은 사설경비회사 ‘데이 & 짐머만 호돈사’ 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 회사는 병기창 주변 80마일 구역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데, 9.11 테러이후 80명의 경비인력을 추가 고용했다.
병비창 경비원 직업은 초봉이 시간당 10달러에 가깝고, 각종 혜택이 완벽하기 때문에 별다른 산업이 없는 시골타운 호손에서는 최고의 직업으로 간주된다.
호손 일대는 지역경제가 육군경비창에 목을 메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러사건 이후 이곳의 경제에는 벌써 상당한 활력이 느껴진다. 병기창의 무기운송이 활발해지면서 타운의 비지니스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최근 몇 달간 영업내용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간접적으로 군사기밀과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호손에서는 병기창 요원들 뿐 아니라, 일반주민들 모두가 병기창에 대한 경비의식을 공유한다. 얼마 전에는 타운 소재 한 술집 주인이 손님 중 한 사람을 경찰에 신고한 해프닝도 있었다. 문제의 남자 손님이 유별나게 병기창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기 때문이다.
호손은 리노 남동부 약 130마일 지점에 위치해 있다.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다보니 이렇다할 기간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타운 중심가에는 골동품 가게, 식당 같은 소규모 비지니스와 상점들이 몇 개 늘어서 있을 뿐이다. 가장 가까운 월마트도 70마일이나 떨어져 있다.
네바다주 시골타운들은 대부분 오래된 광산촌 유물들도 대변된다. 이와는 달리, 호손을 상징하는 것은 230 평방마일 구역에 흩어진 약 3,000여개의 폭탄 보관창고들이다. 그중 절반가량은 반지하 벙커시설들이다. 황량한 계곡 속에 점점이 흩어선 이들 병기창 창고들은 마치, 가을들판의 추수더미들을 연상시킨다.
미국 본토에는 일곱 개의 병기창이 있는데, 그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이 호손병기창이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면서, 호손병기창 앞쪽의 병기창고들은 텅텅비게 되었다. 폭탄들이 대거 해외로 반출됐기 때문이다. 병기창 주변에는 탄약과 폭탄을 운송하는 트럭과 화물열차들로 연일 북적거린다. 덩달아 호손 주민들의 일손도 바빠지기 마련이다.
호손 주민들은 전쟁이 자신들에게 유익하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호손의 경제가 지구촌에서 터지는 전쟁과 명암을 같이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옷가게 주인 조 고메스는 말한다.
"어디선가 전쟁이 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리 타운에 활기가 살아난다. 호손은 전쟁 때문에 굴러간다"
2차대전 기간에는 호손병기창에서 약 1만여명의 사람들이 일을 했다. 그중 절반이 군속요원이고 나머지 절반은 민간인 고용인들이었다. 자연히 2차대전 중 호손의 타운규모는 팽창하고 지역경제는 크게 번창했었다. 그후, 호손 경제는 90년대 초 걸프전 기간에 다시 한 번 호황을 맞았다. 당시, 호손 병기창에서만 7만여톤의 폭탄이 실려나갔는데, 그중 40%가 ‘사막의 폭풍’ 작전 때 투하되었다.
걸프전을 정점으로 호손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90년대 내내 군감축정책이 계속되면서 호손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2년 전에도 100여명의 직원들이 병기창에서 해고됐다. 하지만, 아직도 호손 병기창은 450명 이상의 민간인을 고용하고 있는 지역최대의 단일고용주다.
현재, 호손의 4,000여 주민들의 75%는 병기창에서 일하거나 생계를 병기창에 간접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병기창의 은퇴직원들도 대부분 노후를 이곳에서 보낸다. 날씨가 따뜻하고 주변에 위락설비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호손 주변 워커호수의 송어낚시는 유명하고, 타운북쪽에서 시작되는 사슴 및 각종 조류사냥 등도 유명하다.
요즘 호손 타운당국은 지역개발 프로그램 추진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18홀 골프장 건립안도 포함된다. 또, 라스베가스와 리노 사이를 관통하는 95번 하이웨이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레저차량 설비확충 계획도 추진중이다.
현재 호손의 실업률은 11% 대에 육박해 있다. 따라서, 9.11 테러이후 데이 & 짐머만 호돈사가 80여명의 경비인력을 신규 고용한다는 뉴스는 타운경제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신규고용 소식에 고무된 지역주민들은 벌써부터 내년 5월, ‘육군의 날’ 기념행사를 성대히 치르기 위한 계획수립에 착수했다.
호손 지역신문의 발행인 토니 휴즈는 "아마 미국 전역에서 타운 차원으로 육군의 날 기념행사를 하는 곳은 호손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휴즈는 또, "호손에서는 육군의 날이 독립기념일이나 크리스마스 보다 더 큰 명절"이라고 덧붙인다. 그가 운영하는 신문은 걸프전이 끝난 후 귀향한, 미네랄 카운티 소속 참전용사 300여명 개개인의 사진을 모두 신문에 개제했을 만큼 군대와의 각별한 연대의식을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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