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하다는 표현이 그 어느 해보다 더욱 실감이 난 2001년이 마감되고 있다. 여객기를 공중에서 납치해 월드트레이드센터 등의 목표물에 충돌, 자살하는 사상 유례없는 테러가 자행됐고 이 여파로 최악의 경제위기가 닥쳐 한인사회도 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뿐만 아니라 WPIX(채널 11)의 ‘보신탕’ 보도와 이에 한인 사회 일각이 예각적으로 반응, 파문이 일었고 뉴욕시 각종 선거가 열리기도 했다.
어느 해나 크고 작은 일들은 많이 일어났지만 올해처럼 충격적이고 파장이 컸던 대형 사건이 잇따른 적은 드물었다.
뉴욕한국일보는 2001년 한해를 돌이켜 보면서 한인사회에 충격파가 컸던 10대 뉴스를 선정, 정리했다. <편집자주>
1. 9.11 테러
2001년 9월11일 오전 민간 여객기를 이용한 사상 최악의 테러로 110층짜리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두 동이 무너져 내렸다. 워싱턴의 펜타곤에도 여객기 한 대가 충돌하는 등 모두 4대의 여객기를 공중 납치해 자살 테러를 자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이 일시적으로 경악과 혼돈에 빠졌으며 전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전시체제에 돌입한 미국은 배후 인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 중이던 아프가니스탄에 보복 공격을 가했고 개전 2개월여만에 탈레반 정권을 궤멸시키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지난 20일 뉴욕시는 이번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로 사망한 사람이 2,992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워낙 엄청난 사건이어서 아직도 시신 발굴과 건물 잔해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마무리까지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인 사회도 월드트레이드센터 붕괴로 모두 18명의 희생자가 발생해 충격과 슬픔을 더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뉴욕 한인사회는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성금을 모아 주류사회의 아픔에 동참했다. 아직도 희생자에 대한 사체 발굴과 보상 등 산적한 문제들이 남아있는 가운데 9.11 테러는 뉴욕한인사회와 미국에 잊혀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고 새로운 2002년을 맞게 됐다.
2. 개고기 파문
WPIX(채널 11)가 11월19, 20일 저녁 뉴스에 ‘사람이 개를 문다?’ 시리즈를 내보내 일부 한인들이 과장·왜곡 인종차별적 보도를 주장하며 방송국에 항의서한 등을 전달하자 방송은 2차례에 걸친 추가 보도를 통해 방송국 입장을 고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인권익신장위원회(대표 박윤용)를 비롯한 몇몇 한인, 중국계단체들은 "김스 농장에서 판매된 동물은 개가 아니라 코요테고 나루터 식당이 판매한 보신탕은 염소고기였다"고 주장, WPIX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가두시위 등 강경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방송국은 개와 개고기로 위장, 판매된 것으로 취재는 일부 뉴욕 한인들의 개고기 수요에 의해 이를 충족시키려는 비밀 지하시장의 존재를 추적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3. 245(i) 조항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체류의 희망을 주었던 개정이민법 245(i) 조항 복원이 9.11 테러참사에 따른 미국의 반이민 무드로 무산돼 큰 아쉬움을 남겼다.
4월30일로 마감된 245(i) 조항의 혜택을 얻기위해 한인들은 직장 스폰서를 찾아 나서는 등 법안 시행 마감일을 앞두고 분주히 뛰어 다녔다.
또한 해당 이민자들을 위해 245(i) 조항 시행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돼 연방 상, 하원에 법안을 1년 또는 6개월 연장하는 법안이 각각 상정됐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심의되고 있던 중 9.11 테러 참사가 발생,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의견에 밀려나 사실상 245(i) 조항 연장이 불가능하게 됐다.
4. 청과노조 파문
지난 2년여간 로어맨하탄의 한인 청과업소들을 대상으로 한 로컬 169노조의 불매시위가 지난 여름 한인사회로 확대됐다.
뉴욕한인회 주도로 한인상권보호위원회가 발족되고 맞대응 시위가 벌어졌으며 급기야는 노조가 한인 업소들을 뉴욕주검찰청에 고소했다.
한인 청과노조 사태는 올해까지 6개 한인업소들이 최저임금과 오버타임 임금 미지급 등 노동법 위반으로 60여만달러의 보상금으로 합의하는 등 홍역으로 이어졌다.
수년간에 걸친 청과노조 파문은 올해말 아씨프라자의 노조 설립 추진 등으로 그 여파가 크게 번지는 등 한인사회에 노동법 준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5. 테렌스 박 후보 낙선
한인에게 미 정계 진입의 벽은 두터웠다.
플러싱 지역을 관할하는 뉴욕시 의원 제20 선거구 민주당 예비선거에 지난 9월 출마한 한인 테렌스 박 후보는 중국계 후보인 존 리우에게 패배, 미 정계 진출에 실패했다.
한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의 데이빗 정 시의원 후보도 낙선, 아직까지 한인 정치인 배출은 힘들다는 현실을 일깨워줬다.
6. 한인업소 최악 경기침체
2000년 말부터 시작된 사상 최악의 미경제 침체로 뉴욕 한인경제에도 올해 내내 크게 출렁였다.
상반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던 청과.델리.세탁.네일 등 한인 주력 업계는 9.11테러 쇼크를 맞고 침체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특히 많은 한인 도매. 무역업소와 여행사가 휴.폐업하는 시련을 겪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1차례의 금리인하와 세금 감면 등 부양책을 펼쳤으나 미 경제의 경기회복은 아직 멀었다.
7. 김석주 뉴욕한인회장 당선
목발에 의지하는 하반신 장애를 딛고 사업가로 성공한 김석주(51)씨가 제27대 뉴욕한인회장에 당선됐다.
김 회장은 3월18일 뉴욕시 5개보로에서 실시된 한인회장 선거에서 총 6,296표를 획득, 각각 4,566표, 1,668표를 얻은 김기철, 최영대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 선거는 1만2,553명의 한인이 투표에 참가, 뉴욕한인회장 선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 회장은 서울에서 전파상을 운영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피해 지난 76년 미국으로 이민왔다.
85년 뉴욕 퀸즈 코로나에 ‘리사비퍼’를 설립, 연매출 1,500만달러의 사업체로 일궈내는 등 ‘인간 승리’ 스토리가 한인들에게 크게 어필해 당선됐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한인회장에 출마하기 전 퀸즈중부한인회장을 역임했다.
8. 뉴욕을 달군 스포츠 영웅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올해의 월드시리즈에서 한국인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한인들의 마음을 조리게 만들었다.
김병현은 양키스태디움에서 열린 4차전과 5차전에서 홈런 3방을 맞아 불명예를 뒤집어썼으나 그후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승으로 한시름을 놓았다.
지난 4월17일 제105회 보스턴마라톤에서는 김봉주가 한국선수로는 51년만에 우승을 차지해 한국과 뉴욕한인들을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코리아 특급’ 박찬호가 LA 다저스를 떠나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뉴스도 한인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연봉 1,400만달러에 5년 계약을 맺은 박찬호는 내년 8월 뉴욕에서 양키스와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9. 유희길 박사 구명운동
암전문의로 한인을 비롯 수많은 암환자를 치료해온 유희길 박사가 자신마저 희귀한 신장암에 걸려 투병중이라는 사실<본보 11월5일자 A1면>이 보도되자 뉴욕 뉴저지 한인사회에서 유 박사 살리기 운동이 벌어졌다.
유 박사의 암치료를 위해서는 유전자가 비슷한 혈액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읽고 채혈 행사가 잇따랐고 각종 단체와 교회가 행사에 적극 동참하는 등 한인 특유의 동포애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하지만 지난 19일 60세 환갑 생일을 지낸 지 꼭 일주일만에 호흡기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더구나 한인 동포들의 성원에 힘입어 유전자가 비슷한 혈액을 찾는데 성공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갈 예정이었다는 사실은 동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10. 첫 한인 하버드 총학생회장 당선
지난 12월12일 한인 이수진양이 하버드 대학 최초의 아시안 총학생회장에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됐다.
6월에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99년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총학생회장직에 선출됐던 김진해군이 대학졸업과 동시에 대학운영을 총괄하는 운영위원회에 최연소 이사로 뽑혀 화제를 낳았다.
이밖에도 미국 최고의 공립대학 1위로 꼽히는 UC 버클리 대학 부총학생회장에 안지선양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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