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희기자의 취중토크]
▶ 아픔뒤 ‘명성황후’가 보약…지난 삶이란 여자보다 배우의 길
그의 솔직한 성격이 상대방을 무척 편하게 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털털해보이는 외양 속에 아주 여린 심성이 감춰져 있었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마나’라는 고깃집에서 만난 이미연(30)은 자리에 앉자마자 고기와 된장찌개에 공기밥, 그리고 냉면까지 뚝딱 해치웠다.
그는 “14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하면서 식사를 15분만에 끝내는 방법을 배웠다”며“밥 먹는 시간이 불규칙하니까 일단 한번 먹을 때 많이 먹게 된다”는 말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자신의 식습관을 설명했다.
이미연은 올 한해 더욱 주목 받았던 배우다. 지난해 말 김승우와의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오히려 그 아픔을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그리고 CF까지. 그는 지난 1년을 참 열심히 살아온 배우다.
▲이혼 후 더 잘 나가다뇨?
일단 소주 한잔을 걸쳤다. 이미연은 술을 정석대로 술잔의 8부까지 따르는 기자를 타박했다. “아니, 젊은 분(이미연 보다는 나이가 많지만)이 왜 그렇게 따르세요? 술은 원샷을 해야 하는데,이렇게 따르면 다 마시기 힘들잖아요. 6부 정도만 따라야죠.” (그래, 원샷하는 스타일을 모른 기자의 잘못이다.)
주량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꽤 술을 잘 한다고 소문나 있다. “소주는 한병 반 정도요. 물론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와인을 즐겨 마셔요. ‘와인파티’라는 모임도 있죠. 양주는 스트레이트가 나아요. 폭탄주는 저한테 안 맞더라구요. <흑수선> 쫑파티 하던 날강우석 감독이 ‘폭탄주가 오히려 부드러우니 마셔보라’고 해서 마셨다가 토하기만 했어요.”
술 한 잔이 들어가면서, 어쩌랴 이혼에 관한 질문부터 던졌다. 이미 김승우와 친구 사이로 잘 지내고 있다는 건 알려진 사실.
이혼하고 더 잘 나가 여성팬들이 더 좋아 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이혼하고 잘 나가는 건 아니예요. 저 정말 1987년 데뷔 이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연기했어요. 결혼 후에도 전 ‘김승우의 아내 이미연’이 아니라, ‘배우 이미연’이었으니까요. 다만 그렇게 열심히 했던 결과가 이혼 후 팬들의 사랑으로 나타나는 시기였던 거죠”라며 항변(?)한다.
“만약 이혼한다고 다 잘 나간다면, 모두 이혼하게요? 그리고, 결혼 생활을 할 당시 김승우씨에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연과 결혼해서 떴다고들 했는데, 그렇다면 저랑 결혼하는 남자는 무조건 잘되는 건가요? 그건 아니죠. 승우씨가 능력 있고, 열심히 했기 때문이죠.”
무슨 말인지 수긍이 된다. 밤에 <명성황후> 야간 촬영이 있다며 술을 자제하겠다더니, 그래도 앞에 술잔이 차면(사진을 찍어야 해 술잔을 계속 채웠다) 서슴없이 비웠다.
▲여자로서의 삶은 배우로서의 삶.
영화 <흑수선>과 드라마 <명성황후>에 출연한 것이 그에겐 보약이 됐다고 한다.
“동료애를 느꼈어요. 전작들과 달리 <흑수선>은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같이 어려운 촬영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가슴 뭉클한 애정이 생겼어요. 배창호 감독님, 안성기선배, 정준호형.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죠. 관객이 많이 안들었다 해도, 이렇게 든든한 동료가 생기고 또 본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잊을 수 없다면 만족입니다.”
올해 드라마 <명성황후>의 출연도 빠뜨릴 수 없는 기억이다. “지난 9월 천식으로 두번째 입원했을 때 정말 겁났어요. 내가 이 작품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고. 그런데 이제 두달밖에 남지않았네요. 한 작품 한 작품 끝날 때 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큰 용기를 주죠.”
술을 두 손으로 곱게 따랐다. ‘꼭 학생같이 술을 얌전하게 따른다’고 하자 “원래 두 손으로, 곱게 따르는 스타일”이라며 웃는다.
여자로서 삶은 어떠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어찌 보면 뻔한 대답이 돌아왔다.
“87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TV 드라마 첫 출연, 89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영화 데뷔. 그리고 줄곧 배우로서의 삶. 여자로서의 삶이란 건 배우로서의 삶이죠.” 맞다. 그럴 수 밖에.
“하지만 부모님들은 아직도 좋은 남자 만나 아이 낳고, 다복하게 사는 걸 바라세요. 당연하죠. 저도 그럴 거구요. 주변 사람들에게 34살에 다시 시집가고, 아이 낳을 거라고 말해요.”
그러면서 동석한 만 32살이지만 아직까지 미혼인 영화 담당 김범석 기자에게 “왜 결혼 안해요? 그래도 한번 갔다 온 내가 낫다니까. 결혼은 해봐야 하는 거예요”라며 결혼을 종용(?)했다.
그는 또 최근 간간이 흘러나오는 염문설에 대해 “저 친한 사람 만나면 누구나 포옹하고 손잡고 그래요.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나요? 하지만 전 그런 성격이예요. 물론 좋은 사람 다시 만나고 싶지만, 지금은 일에 빠져 있답니다” 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내년 2월 드라마 <명성황후>가 끝나면 반드시 뉴욕(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라고 했다)을 포함한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거의 마음속으로 출연을 결정지은 영화를 위해 머리를 상큼하게 잘랐다. 맡을 배역이 밝고 맑은 역이기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