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크리스마스, 연말연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집 안팎을 장식하고, 성탄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정성으로 마련한 음식을 함께 나누고…. 이런 것들로 우리들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또다시 채워진다. 우리는 어쩜 성전에 가는 행위보다 성전에 가기 위해 형제와 화해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리라.
연말에 친지와 친구들이 모이면 저녁을 먹고 난 뒤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는지. 풍류로 둘 째 가라면 서러운 조상을 두어서인지 음주와 가무에는 따를 자가 없는 한국인들. 하나쯤은 갖추고 있는 노래방 기계를 틀어놓고 꿍짝꿍짝 노래 자랑 시간을 갖는 집이 많다. 물론 싱어롱을 즐기는 미국인들도 있지만 가라오케 반주를 틀어놓고 가수 마냥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문화는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잔치 문화이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한국인들의 여흥 거리는 고스톱. 잡기라면 빠지지 않는 우리들은 컴퓨터 프로그램만큼 업데이트하기 어려운 이주일 식, 심수봉 식 고스톱을 치며 밤을 홀딱 새우기도 한다. 주로 선수로 뛰는 것은 남편들, 아내들은 의례 술상을 준비하거나 모여 앉아 남편 흉보는 것으로 일관하는 연말 모임을 갖고 나면 세월 가는 것에 더해 허무함이 더한다.
천편일률적 연말 모임보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뜻 깊은 잔치를 마련해보고 싶었던 신혜경씨(37)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남편 신상훈씨(38)의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면서 색다른 것을 기획했다. 그녀는 평소 친구들의 베이비 샤워, 웨딩 샤워에서도 재미있는 게임을 준비해 처음 만난 친구들과 남편들까지 오래 사귀어 온 사이처럼 금방 친해지게 만드는 데 천부적인 능력을 지녔다. ‘게임의 여왕’이란 별명이 괜히 붙여졌을까.
오늘 분위기를 잡기 위해 시작한 게임은 369게임. 우선 양팔을 치킨 댄스 하듯 크게 흔들어주고 369, 369를 리듬에 맞게 복창한다. 시작하는 사람이 일, 그 다음에 앉은 사람이 이, 하고 연속해서 숫자를 외치는데 손으로는 계속 이 움직임을 반복해야 한다. 3, 6, 9가 들어가는 숫자가 나올 때는 입으로 그 숫자를 말하는 대신 손뼉을 치며 침묵한다.
언뜻 간단할 것 같은데 참, 우리들의 두뇌와 팔다리가 그 동안 녹이 슬었는지 이게 쉽지가 않다. 오죽하면 10을 넘어가는데 40분이 넘게 걸릴까. 걸리는 사람에 대한 벌칙이야 여러 가지이지만 우선은 몸으로 때우는 것, 등판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것을 택했다. 항상 집에서 부모님들 모임이 있으면 제 방에 들어가 컴퓨터 게임을 하던 아들, 새벽이도 연신 웃어가며 게임에 참가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정월 초에 하는 우리의 민속놀이인 윷놀이는 간단하게 남녀노소 즐길 수 있어 항상 즐거운 시간을 연출해 준다. 새벽이는 내년에 운수가 대통할 건지 연신 모가 나와 두 세 차례 윷가락을 던진다. 이제 두 세 걸음만 나가면 돌아올 수 있었던 말이 준경이가 던진 ‘거꾸로 도’로 인해 도루묵이 되자 준경이네 편은 환호를 지른다.
이제 다 이루어 놨다 싶으면 무너지고 먼저 갔다 싶으면 나중 되는 게임은 우리들의 인생살이와 어쩜 이렇게도 닮은 모습인 걸까. 삶도 결국은 꿈이며 게임일 뿐인데 사소한 것에 집착할 일 없다는 지혜를 아직 살 길이 구만리 같은 아들이지만 깨닫기를. 몸은 자녀들과 함께 신나게 손뼉을 치면서도 마음으로는 조용히 소박한 소망을 실어본다.
여러 가족과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간단한 팀워크 게임들 4가지를 소개한다. 언뜻 보면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일단 마음을 어린아이처럼 비우고 시작하면 고스톱보다 재미있고 많이 움직이게 돼 운동도 되며 무엇보다 모인 사람들이 다같이 참여하고 서로를 알게 돼 모임의 참 의미를 다할 수 있어 좋다. 깔깔대고 손뼉을 치는 가운데 어린이들처럼 놀이하는 이는 없고 놀이만이 남게 되는 무아의 경지를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장보기: 10-50명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별다른 준비물이 필요 없다. 인원을 2-5조로 나누어 조별로 사회자가 말하는 것을 재빨리 조장을 통해서 사회자에게 가져오는 팀이 이긴다. 안경, 열쇠 체인 등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빨간 남자 팬티, 구멍난 양말, 여자 속옷 등 눈에 잘 뜨이지 않는, 힘든 것들을 가져오게 하면 더욱 재미있다. 물건대신 사람을 데려오게 할 수 도 있다.
▲에스키모 인사: 8-30쌍 정도의 인원이 팀 숫자만큼의 립스틱만 있으면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먼저 팀별로 남녀가 교대로 앉는다. 맨 앞사람의 코에 립스틱을 충분히 바른다. 게임이 시작되면 옆 사람과 코를 맞대고 립스틱을 옮겨 묻혀, 가장 많은 사람에게 립스틱을 묻힌 팀이 이기게 된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파트너 위치를 신경 써야 할 때 좋은 게임이다.
▲동전릴레이: 10-40명 정도의 인원이 팀 숫자만큼의 동전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게임. 조별로 일렬로 서서 손등에 동전을 얹고 손등이 서로 맞닿게 해서 옆으로 계속 전달해 나간다. 가장 먼저 전달한 팀이 이긴다.
▲낱말글짓기: 10-30명 정도의 인원이 낱말을 적은 몇 개의 카드만 준비하면 즐길 수 있는 게임. 하는 방법은 우선 조별로 조원의 수에 맞게 낱말을 나누어주면 그 낱말들을 가지고 말을 만든다. 낱말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가장 그럴 듯하게, 또는 재미있게 문장을 만든 팀이 이기게 되는데 사회자는 조원들끼리도 서로 낱말을 모르도록 해서 즉흥적으로 시키면 더욱 재미있다. (예: 우산, 시계, 풀, 버스 → 우산을 들고 버스를 타려는데, 시계가 떨어져 풀로 붙였다.) 얼마나 머리가 굳어 있는가를 깨달을 수 있고 때로 기발한 발상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기도 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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