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러 미 마인
▶ 글 박지윤 객원기자 사진 이승관 기자
매년 크리스마스가 오면 선물 고르는 것이 고역이다. 우리 솔직해지자.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것 가운데 마음에 들어 두고두고 선물 준 이의 마음과 감각을 감사해하며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선물 준 사람들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뭐 이런 걸 선물해 괜히 필요 없는 물건 가짓수만 하나 더 늘게 하나 싶은 것들이 참 많다. 선물 준 이에 대한 감사, 그리고 "역시 그 사람의 감각은 알아줘야 해." 하는 감탄이 나올만한 선물 아이템! 뭐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선물이 바로 내가 손수 그림을 그려놓은 도자기이다. 그런데 말이 좋지,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그림까지 그려 가마에 넣어 굽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설사 스튜디오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얀 도자기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스튜디오와 화구를 제공하고 그림이 완성되면 이를 굽고 광택을 내 완성품으로 만들어주는 ‘컬러 미 마인’(Color Me Mine)이 바로 그것이다. 10년 전,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작된 컬러 미 마인은 이제 전국 곳곳에 51개의 지점을 두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도자기와 유리 제품 등 생활 소품이 크기와 종류에 따라 3~45달러로 다양하게 마련돼 있으며 평균적으로 9~12달러 정도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를 수 있다. 고객들은 자기가 고른 도자기에 스튜디오에 있는 붓과 30여 가지의 물감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만큼 그림을 그린다. 미술에 소질이 있는 경우,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작품을 만들 수도 있겠고 초보자일 경우는 스튜디오에 마련된 300 종류가 넘는 밑그림을 연필로 본떠 그리면 된다.
또한 2만5,000종이 넘는 컴퓨터의 디자인도 있고 친절한 스태프들이 밑그림 선택과 색칠을 도와주기 때문에 미술에 영 재능이 없다 할지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완성이 된 도자기를 맡기면 점포에서는 이를 가마에 넣고 구워낸 후 광택을 내준다. 맡긴지 이틀이 지난 후면 완성품을 찾을 수 있으며 이 모든 서비스를 10달러에 해주고 있다.
도자기 값이 평균 10달러, 그림 그리고 굽는 것이 10달러, 모두 20달러 정도면 된다는 얘기이다. 사실 이 가격이면 보기 좋은 그림이 그려진 완성품을 살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직접 그렸다는 사실 때문에 쓸 수록 애착을 느낀다며 다시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샤핑으로 스트레스까지 쌓이던 윤성운씨(37)는 아이들과 주말, 가벼운 마음으로 한인타운 가까운 라치몬트 빌리지를 산책하다가 컬러 미 마인을 발견했다. 뭔가 대단히 재미있는 것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지 막내, 준경이가 먼저 뛰어들어간다. 알록달록 색깔도 고운 도자기들이 피노키오가 멋모르고 따라갔던 장난감 나라처럼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래의 어린이들이 붓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도경, 재경, 준경 세 아들이 모두 아빠를 조른다. 아빠의 머리가 끄덕거려지기가 무섭게 커피 머그, 작은 화병, 비누 받침을 골라온 후 노랑, 빨강, 파랑 그들의 마음만큼 밝은 색깔의 물감을 짜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 기다리는 시간에 윤성운씨도 한번 시도를 해 보았는데 덩치 큰 것은 자신이 없고 해서 가장 작은 크기의 카푸치노 잔을 골라잡는다. 하얀 잔에 평소부터 좋아하는 모티브인 달과 별을 욕심껏 그려 넣었지만 보라색으로 바탕을 칠하다보니 연필로 그린 밑그림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
그래, 그림은 무슨 그림. 한 가지 색깔만 잘 칠해도 내 작품 아닌가 싶어 몇 겹을 더해 두껍게 색칠을 하고 무슨 도자기 예술가라도 되는 양, 사인을 멋있게 넣었다. 피카소가 따로 있나. 말년에 도자기 굽는 것에 재미를 들였던 파블로 피카소를 이해할 것 같다. 이 잔을 선물로 받는 사람은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얼마나 흐뭇해할까. 향기도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이 잔에 마시는 커피는 더욱 짙고 풍부한 향기이리라.
학교 졸업하고 나서 붓을 잡아본 일이 언제이던가. 가끔씩 박물관에 가서 그림 감상할 기회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직접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차라리 호사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컬러 미 마인은 이처럼 점점 메말라 가는 현대인들의 정서에 물을 줄 수 있는 참 좋은 레저 활동이다.
또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예술 작품을 만들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 가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마돈나, 브루스 윌리스, 드미 무어 등 할리웃 유명 스타들도 컬러 미 마인의 고정 고객 가운데 하나라고.
밝은 실내에는 기존의 고객들이 그려 놓은 도자기들이 전시돼 있어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다.
컬러 미 마인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7일 운영되며 LA 지점은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곳에 지점이 있다. 219 N. Larchmont Bl. (323)465-1680, 매니저인 Mary Johnston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선물 아이템 고르기와 색깔 선택, 문양 선택을 정성껏 도와준다. 그 외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지점에 관한 문의는 (818)505-2100으로 하면 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