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내 선물점. 레스토랑들 최고 40% 매출감소
9.11 테러 이후 항공업계와 호텔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받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 업계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은 분야가 미전역의 공항들 자체라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테러사건 이후 항공업계와 호텔업계가 최고 20%의 매출 감소를 겪은 반면, 공항 비즈니스는 최고 40%의 매출감소를 겪었다.
테러사건 이후 고전하고 있는 몇몇 공항들의 모습을 스케치해 본다.
피츠버그 국제공항 내 오봉펭 빵집은 독특한 생김새의 빵을 만들기로 유명했다. 각종 사냥용 절단기구를 이용해 빵을 매우 독특하게 잘라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봉펭은 더 이상 트레이드마크인 독특한 빵을 만들 수 없다.
점포가 공항 안전강화 구역에 위치한 관계로 경비당국이 사냥용 절단기구를 모두 수거해 갔기 때문이다. 주방 종업원들도 버터 스프레더보다 더 날카로운 도구는 아무 것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가면 승객들이 아직도 면세점에서 골프클럽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끝이 각지고 날카로운 퍼터는 예외다. 연방 항공국(FAA)이 골프 퍼터를 잠재적 무기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백악관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이 밀집된 워싱턴시 주변 공항들에는 더욱 찬바람이 감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워싱턴시로 출퇴근하는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는 고급 스토어들이 현란한 윈도를 자랑하며 승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규 출근자들은 이 스토어들을 이용할 수 없다. 아침 7시부터 오후 9시이던 영업시간이 테러사건 이후, 아침 8시부터 오후 7시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레이건 공항은 테러사건 이후 3주일간이나 폐쇄된 바 있다. 이 기간 레이건 공항은 하루평균 40만달러의 재정손실을 겪었다. 경제적 타격은 공항이 다시 오픈된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이 공항은 매일 약 5,000대의 택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지금은 이전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뉴욕시내 라구아디아 공항에 가면 색다른 풍속도를 구경할 수 있다. 이 공항내 웬디스 식당은 검색대 앞에 길게 줄을 선 승객들을 직접 찾아와 주문을 받아간다. 그리고, 손님들이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까지 햄버거나 프라이를 배달해 준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이제부터다. 공항내 스토어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항내 스토어들이 9월과 10월의 극심한 매출감소를 견뎌낸 것도 공항당국들이 테러사건 여파를 감안, 월세를 탕감해 준 덕분이었다. 공항들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 매출감소와 세입자들에 대한 렌트 탕감이라는 이중적 수입 감소를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공항들이 받는 경제적 타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료 주차장 수입이 이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고, 여행 비즈니스 위축에 따라 항공기 착륙비 수입도 감소했다. 이밖에 승객들 숫자가 줄면서 각종 공항 부대시설 사용료 감소는 물론, 하다 못해 공항내 자동차 렌트 서비스 수수료 같은 것도 감소됐다.
이와 관련, 미공항운영협회의 토드 홉틀리 대변인은 "향후 1년간 미국내 공항들은 20억~30억달러의 매출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한해 공항들은 새로운 보안장비 구입 및 보안인력 고용에 10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지난해 미국내 공항들이 기록한 전체 매출액은 123억달러였다.
이 모든 상황은 공항들이 궁극적으로 대규모 보조금을 받든지, 아니면 대규모 변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일부 공항들은 급한 대로 주요 세입자 및 항공사들에 대해 공항 사용료 인상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이같은 상황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가 미지수다. 물론 항공사들에게는 항공료 인상이라는 최후의 재원조달 방안이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항공요금 인상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새로 문을 연 공항들은 일종의 유행처럼 공항 청사 내에 대규모 샤핑몰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2000년 12월, 공항 청사 안에 250만스퀘어피트의 대규모 몰을 열고 공항 몰에서 샤핑, 식사, 문화 활동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테러사건 이후 이 공항 몰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승객들을 환송 또는 마중 나온 출영객들이 공항내 경비강화 구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잠재적인 고객들이 몰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공항 20번 게이트에 인접한 퍼스낼러티 바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바 앞에는 수많은 승객들이 줄을 서서 검색을 기다리지만, 옆에 있는 바는 텅텅 비어 있다. 반면 테러사건 이후 장사가 잘되는 공항 스토어들도 있어 큰 대조를 이룬다.
앞서 언급한 피츠버그 공항 내 오봉펭 빵집도 테러사건 이후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 케이스다. 물론 사냥용 도구를 써서 독특한 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비즈니스 감점 요인이다. 하지만 이 빵집에는 기내식이 없어진 이후 공항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승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공항 서점들도 재미를 보고 있다.
승객들이 긴 대기시간에 무료함을 달래고자 읽을거리를 찾기 때문이다. 특히, ‘빈 라덴: 미국에 선전포고한 남자’’와 ‘타겟 USA: 새로운 테러전쟁 비화’ 같은 책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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