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 못보는 한국아동 4명 입양 시각장애 니콜스 부부
"네명의 자녀들을 키우면서 인생의 참된 기쁨과 성취감을 얻었고 가족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이 재능발휘의 기회를 더많이 얻을 수 있음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한국에서 시각 장애아 4명을 입양한 뒤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 온 미국의 시각 장애인 부부 올로·메리 니콜스부부는 간증집회 참석차 11일 LA를 방문, 이들 가족들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했다.
"입양 당시 한국말만 하고 한국말만 알아듣는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 니콜스 부부는 킴(27·한국명 김영환)과 마크(23·강태구), 엘렌(22·김광숙) 그리고 막내 세라(18·신강미)를 입양한 후 눈이 아닌 손과 가슴으로 아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켰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니콜스부부는 결혼한지 2년이 지나 자식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입양기관을 찾아다녔지만 둘 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좀처럼 입양의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76년 12월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라도 괜찮냐는 오레곤주에 있는 홀트입양기관의 제의에 두 살반짜리 킴을 망설임 없이 입양했다는 니콜스 부부는 "홈스터디 과정을 마치고 킴을 입양한 후 우리부부의 시각 장애가 아이를 키우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음이 증명되자 장애아동입양 전문기관에서 현재 입양 가능한 아이들이 있다고 전화를 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킴을 입양한지 2년만에 11개월된 마크를 둘째아들로 입양했다. 아무도 돌봐주는 이가 없어 태어날 당시의 신체적 기능만을 지닌 마크가 도착한지 2~3주후 백내장 제거수술을 받게 해 시력을 회복시켰고 니콜스 부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약간의 시각장애가 있지만 정상인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니콜스 부부의 셋째 딸로 네 살 때 입양된 엘렌. 선천적 시각장애로 점자를 이용해 읽고 쓰는 엘렌은 한인기독교단체인 미주밀알선교단에 참여, 다른 장애인들과 만나면서 신앙의 뿌리를 깊게 내려 한국과 미전역에서 간증집회를 열고 있다.
"엘렌이 네 번째 생일을 맞았던 날 제게 ‘어부바’놀이를 하자고 했다. 그 ‘어부바’도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엘렌을 입양했던 당시의 행복감을 표현하는 아빠 올로 니콜스씨는“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에 장애가 있을 수 없어요. 볼 수 없다고 사랑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을 안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니콜스씨는 미연방사회보장국에서 34년째 근무하고 있다. 중증 시각장애인이지만 모니터를 보지 않고도 점자 시스템으로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자신의 일을 처리한다.
니콜스씨는 안정된 직장이 있기에 재정적 뒷받침을 할 수 있었지만 하루종일 자신과 아이들을 돌보며 먼지하나 없이 말끔하게 집안일을 꾸려 가는 부인 메리 니콜스씨없이는 네명의 자녀를 입양해 키우기란 불가능했다고 한다.
"큰아들 킴은 시력상태가 좋아져 존스 홉킨스 대학 전기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며 지난해 결혼해 가정을 이루어 살고 둘째 아들 마크는 일하던 음반가게에서 승진해 집에서 독립해 나갔다.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엘렌은 한국문화와 한국말 배우기에 열심이다"며 자식자랑을 한없이 늘어놓는 니콜스 부부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귀염둥이 막내인 세라다.
올해 18살이지만 지능은 2살 정도에 불과한 세라. 시각장애와 정신지체 및 자폐증을 갖고 있어 주중 5일은 메릴랜드 주립 시각장애인학교에서 교육과 치료를 받고 주말에만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다. 88년부터 12년째 시각장애인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로 장애가 심각하다.
"세라에게서 가장 깊은 사랑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심각한 장애가 있더라도 하나의 귀중한 생명을 지닌 사람인걸요. 가끔 절망적인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서로 믿고 사랑하기에 희망은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얼굴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가족이지만 그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지닌 니콜스 부부의 간증집회는 큰 딸 엘렌과 함께 14일 오후8시와 16일 오전11시15분 두 차례에 걸쳐 LA한인침례교회(975 S. Berendo St. LA)에서 열린다.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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