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은 사상최대의 첨단 테크놀러지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대회조직위는 17일 동안 열리는 대회를 위해 지난 3년간 엄청난 재원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숫자상으로 나타나는 첨단장비 통계만 보더라도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번 올림픽에는 광섬유 케이블 네트웍 총 연장 3만2,000마일을 비롯, 휴대용 전화 1만대, 각종 컴퓨터 5,000대 이상, 쌍방향 라디오 5,000대, 팩스머신 1,850대 등이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올림픽에 사용되는 컴퓨터들은 연방이민국 및 국무부와 연계 하에,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올림픽 선수 및 관계자 7만여명의 대회 성적과 각종 신상명세를 신속하게 파악하게 해 준다.
또 조직위측은 지름 50마일 안에 위치한 10개의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기경과들을 순간순간 두 대의 중앙 컴퓨터 센터로 전송한다. 그 결과, 각종 경기결과들은 경기가 끝난지 수초 이내로 각 TV 방송사들로 전송될 수 있다. 또한 경기 결과들은 9,000여명의 각종 언론 관계자들에게 보내지고, 1,500여만명의 웹사이트 방문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생생한 동영상을 제공해 준다.
뿐만 아니라 이번 동계올림픽은 연방통신위원회의 특혜에 따라 자체 방송국 채널까지 확보해 두고 있다. 이 모든 테크놀러지에 투입된 비용이 물경 3억달러, 전체 동계올림픽 예산의 25%를 점유한다. 이에 따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예산 가운데 텔리커뮤니케이션, 인터넷 및 컴퓨터 시스템을 위시한 테크놀러지 비용이 단일부문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올림픽 역사상 테크놀러지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때부터였다. 이때부터 공공방송 시스템과 10분의1초를 측정하는 정확한 시간측정 기술이 사용되면서 올림픽 역사에 새 장이 열렸다. 그 후 올림픽은 연륜을 더해 갈수록 테크놀러지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특히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통신 및 테크놀러지에 전체 예산 5억달러의 10%를 쏟아 부음으로써, 테크놀러지 예산이 단일예산으로는 최대의 비중을 차지한 최초의 올림픽으로 기록되었다.
올림픽의 역사를 살펴보면 테크놀러지와 관련,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재미있는 일화들도 많다. 예를 들어 위송방송 기술이 없었던 1960년대는 텔리비전 방송이 대서양을 넘어서 중계될 수 없었다. 그 결과, 로마 올림픽 때는 비행기를 이용하여 경기녹화 테입들을 하루 단위로 뉴욕시로 가져왔다.
요즘에도 경기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데 장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오늘날에는 인공위성과 인터넷을 사용하여 경기장면을 전세계 방방곡곡에 실시간으로 중계하는데 아무런 기술적 문제도 없다. 그런데 오늘날 동시방송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지적 재산권 문제다. 몇몇 거대 TV 네트웍 방송사들이 수십억달러씩 주고 올림픽 경기 중계권을 독점 계약하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올림픽에 동원되는 테크놀러지는 해가 갈수록 대형화, 첨단화되어 갔다. 단적인 예로, 이번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사용될 중앙 컴퓨터 시스템은 4년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보다 무려 10배나 빨라진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나가노 올림픽 때만 해도 사상 최고의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자랑이 대단했으니, 불과 4년만에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컴퓨터 성능이 급속히 향상되다 보니,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이제는 특정 회사가 올림픽 컴퓨터 시스템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올림픽이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0년대, IBM의 컴퓨터 펀치카드가 사용되면서부터다. 그 후 IBM은 40여년간 올림픽의 컴퓨터 시스템을 거의 독식해 왔다. 그러나 이제 엄청난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몇몇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결성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IBM의 컴퓨터 분야 독주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부터였다.
당시 올림픽 컴퓨터망을 독식했던 IBM이 주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국제적 망신을 당했던 것이다. 급기야 1998년, IBM은 올림픽 컴퓨터 시스템 중앙 집권화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부터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올림픽 컴퓨터망 컨소시엄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번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참여하는 테크놀러지 관련 기업중 절반 이상은 처음으로 올림픽에 관여하는 회사들이다.
이 컨소시엄은 영국과 프랑스 합작기업인 ‘시마’에 의해 주도된다. 시마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하청계약자로 참여했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 현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최첨단 테크놀러지로 뜬 분야는 역시 인터넷이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조직위는 마이크로소프트 및 MSNBC를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 운영자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 2년간, 올림픽 관련 컴퓨터 및 인터넷 시스템을 시험 운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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