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간통죄의 존폐 문제가 다시 거론되며 시끄럽다. 간통죄 폐지론자(이하 폐지론자)들은 간통죄의 폐지가 마치 인류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발전적 흐름인 것처럼 묘사하며 아전인수격인 억지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지면 관계상 그들의 모든 주장을 일일이 논박할 수 없어서 그 중에서 중요한 몇 가지만 논박한다.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간통죄의 목적은 일부일처제의 유지나 혼외정사를 예방하자는 것이 아니라 배신행위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즉, 혼외 정사를 하고 싶으면 하되 배우자와의 합의하에 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혼당시 맺은 약속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것이고, 배우자가 싫으면 이혼부터 하고 좋은 사람 찾으라는 것이다.
폐지론자들은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예컨대 2001년 11월 13일 일요신문 김훈 시론). 그래서 간통죄 때문에 혼외정사의 그 짜릿한 행복감을 맛볼 수 없고, 따라서 간통죄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개인의 성생활의 자유 선택권을 제한하므로 위헌(違憲)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에서 말하는 행복추구권은 사람이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라는 뜻이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배신행위를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헌법에서 굳이 모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명문화하지 않더라도 인생의 목적이 바로 행복이고 삶 자체가 바로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 Spencer는 인생의 목적은 쾌락이라고 하였다). 이야기가 좀 빗나가지만, 자기의 행복을 어떻게 찾느냐에 따라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좋은 사람, 보통 사람, 나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 세 부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첫째, 좋은 사람이란 타인을 행복하게 함으로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사람이고, 둘째, 보통 사람이란 좋은 사람처럼 자기를 희생시켜 타인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지만 남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셋째, 나쁜 사람이란 남의 행복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형법은 바로 이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을 단속하기 위하여 존재하고, 간통행위자는 이 세 번째 부류에 속하므로 처벌받아야 한다. 폐지론자들은 간통이 지극히 사적(私的)인 성(性)행위이고 국가가 사적인 성행위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렇다면 강간은 사적인 성행위가 아닌가? 어떤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는 그 행위가 사적인 행위인가 공적인 행위인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남의 행복을 침해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강간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것이 공적인 행위라서가 아니라 남의 행복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배우자 구타도 마찬가지다. 배우자 구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타인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이고, 간통은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이다. 폐지론자들의 주장대로 간통죄가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위헌(違憲)이라면 간통죄뿐만 아니라 형법에서 말하는 죄가 모두 위헌이 아닌가? 살인범, 강간범, 밀수범 등, 범인들이 범죄행위를 하는 것은 모두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고 형법이 이들을 다스리는 것은 이들의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다.
인류역사상에 원시 공동체 사회에서 군혼(群婚)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군혼이란 한 무리의 남자와 여자가 통혼(通婚)하는 제도로서, 요즘 주간지에서 가끔 이야기되는 그룹 섹스와 비슷한 듯 하다. 폐지론자들은 군혼시대를 그리워하고, 또한 그런 시대가 앞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보는 듯 하지만, 설사 그런 시대가 온다해도 나는 간통죄는 존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룹 섹스를 즐기더라도 극소수 사람들이 그것을 싫어하고 일부일처제와 성생활의 순결을 원하여 이것을 전제조건으로 결혼한다면 국가는 이들의 성생활의 자유 선택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내가 그룹 섹스를 즐기니 당신도 즐겨야 한다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그러므로 페지론자들이 주장하는 성생활의 자유 선택권은 국가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없다. 국가는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권리만을 보호해야 한다.
기왕 헤어지는 마당에, 다시 함께 살 것도 아니면서 구태여 상대편을 처벌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견해가 있는데 이런 견해는 지극히 반사회적이다. 배신자는 우리 사회를 더럽히는 쓰레기와 같은 존재이고 우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심정으로 배신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머물었던 공원의 쓰레기는 장차 우리가 그 곳을 다시 오지 않더라도 치우고 떠나야 한다.
배신자를 처벌함으로서 그로 하여금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그래서 레프레도프적인 참회라도 한다면 부부 재결합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간통죄의 목적은 배신행위를 미워하자는 것이지 사람을 미워하자는 것이 아니다. 만약 간통죄를 사람을 미워하는데 이용하려는 자가 있으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법을 신축성 있게 적용하면 되지 법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배신자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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