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특집]
▶ 점유율 46%, 1천만 관객, 해외수출고 1천만 달러.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유례없는 한국 영화의 활황을 두고 영화 관계자들은 추석날 보름달에게 말하듯 `더도 말고덜도 말고 올해만 같아라’라고 한다.
올해는 흥행의 진기록을 세운 영화들이 유난히 많았다. 상반기에 ‘친구’가 전대미문의 숫자인 전국 820만 관객을 불러모으면서 이른바 `대박’ 행진의 스타트를 끊은 데 이어 여름 성수기에는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엽기적인 그녀’와 ‘신라의 달밤’이 치열한 수위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몇몇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점함으로써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들은 상영공간을 찾지 못했다. 연말까지 영화 관객은 8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전체 관객수는 지난 해에 비해 무려 29% 늘어났지만, 개봉편수는 20%줄어든 것도 이같은 현실을 방증해준다.
▲한국영화 점유율 46%
영화진흥위원회가 잠정집계한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11월 말 현재 46%(서울 기준)를 기록했다. 연내 개봉할 ‘화산고’와 ‘두사부일체’ ‘이것이 법이다’까지 포함하면 한국 영화 점유율은 50%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구’(전국 820만)가 1천만 관객 시대를 연 데 이어 ‘조폭마누라’(525만),’엽기적인 그녀’(488만), ‘신라의 달밤’(442만), ‘달마야 놀자’(310만) 등이 올해 흥행 랭킹 5위까지를 독점한 상태. 이에 따라 미국 직배 영화 점유율은 지난해에 비해 7% 가량 줄었다.
▲흥행 양극화 현상
올해는 영화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유난히 심했다.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가속화됐고 저예산ㆍ예술 영화들이 상영 기회를 박탈당했다. 여름 성수기에는 인기 상위 4편이 서울 스크린(206개)의 95%를 독점하는가 하면 상영중인 영화가 8편에 불과해 `박스오피스 베스트 10’을 집계하지 못하는일도 벌어졌다.
반면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저예산영화들은 개봉 1주 만에 간판을 내리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따라 예술영화 전용관설립 제안이 등장했고 몇몇 영화들은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재상영되기도 했다.
▲조폭 영화 붐
올해 한국 영화계의 키워드는 단연 `조폭(조직폭력배)’이다.
조폭이 된 친구(친구), 삼류 조폭과 조선족 여인과의 사랑(파이란), 절로 간 조폭(달마야 놀자), 학교로 간 조폭(두사부일체), 엘리트 조폭과 깡패 같은 교사와의 대결(신라의 달밤), 여자 조폭 두목(조폭 마누라)에 이르기까지 모두 코미디 장르를 빌려 조폭을 다뤘다.
조폭영화 붐에 대해 일부 평론가들은 경제 침체, 정치 혼란 등 국내 현실과 연관된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기획이 다양하지 못한 국내 영화계의 현실과 쉽게 인기에 편승하려는 안일한 기획 태도 탓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등급보류 위헌, 제한 상영관 도입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영화 상영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영화진흥법 제21조 4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영화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제한 상영관 도입이 가능해졌다. 최근 제한상영관 도입을 골자로 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했으며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성 영화, 여성영화인
올해 충무로에는 `여성 파워’가 거셌다. 남성 위주의 영화에 양념처럼 얼굴을 내비치던 여성들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고, `금녀지대(禁女地帶)’에 가까웠던 감독과 제작 분야에도 여성들의 진출이 잇따랐다.
’꽃섬’ ‘나비’ ‘아프리카’ ‘고양이를 부탁해’ ‘피도 눈물도 없이’ 등은 여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고양이를 …’의 정재은 감독을 비롯해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임순례,’집으로’의 이정향,’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내 생애단 하루뿐인 특별한 날’의 변영주, ‘버스, 정류장’의 이미연, ‘떨림’의 방은진등도 합류해 여성 감독 시대를 열어가고 있으며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 함께 좋은영화사 김미희 대표도 성공적인 여성 제작자로서 자리매김했다.
▲해외 진출 활발
’조폭 마누라’의 리메이크 판권이 미국 메이저 배급사미라맥스에 95만 달러에 팔렸고,’친구’도 일본 최고가인 210만 달러에 수출되는 등 연말까지 사상 처음으로 영화 수출고가 1천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해외 영화제 진출도 잇따랐다. 베니스 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송일곤 감독의’꽃섬’과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이 초청돼 송일곤 감독은 관객상을 받았다.
’나비’의 여주인공 김호정이 로카르노 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탔는가하면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은 영국 리즈 영화제서 국제신인감독상을 받았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반칙왕’ 등이 각각 일본과 홍콩에서 흥행 호조를 보인 것을 비롯해 한국영화의 해외개봉 열기도 높았고 ‘봄날은 간다’나 ‘GO’ 등 외국과의 공동투자 및 제작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자본 대거 유입
한국 영화의 히트 행진이 이어지면서 충무로에 돈이 몰렸다.
CJ엔터테인먼트디스커버리(10억)와 KTB네트워크(80억)에 이어 ‘조폭마누라’의 제작사 ㈜현진시네마도 투자조합(100억)을 결성하는 등 올들어 생긴 영화 투자조합만해도 10여개. 전체 펀드 규모가 2천억원대에 이른다. 하나은행도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시네마서비스와 손잡고 한국영화 제작 투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정된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다 영화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어 소수의 시나리오와 배우, 제작사를 놓고 다수의 투자자가 출혈경쟁하는 상황을 빚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화계 내부 갈등 여전
지난 4월 영화인협회와 영화인회의가 공동 개최해 관심을 모았던 대종상 시상식이 무성한 뒷말을 남기면서 내분을 초래했다. 또 법원이 이용관 부위원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영진위 운영 등을둘러싼 위원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고 유길촌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요구도 이어졌다.
그런가하면 낮은 임금과 불공정한 계약 관행 등을 개선하려는 현장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조직화되면서 영화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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