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부인회가 미국땅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63년 7월, 이곳 워싱턴에서 였다. 한미부인회 회원들은 회의 명칭이 말해주다시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나 군속 또는 대사관 상사직원, 평화봉사단원등과 결혼 후 남편따라 미국으로 온 한국여성들의 모임이다. (국제결혼의 원래 뜻은 국적, 인종을 초월한 결혼으로 한인 2세들의 타인종과의 결혼도 이에 포함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상기와 같은 좁은뜻으로만 사용키로 한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이민와서 우리끼리 한인사회를 이루며 살면서도 문화충격이니 언어불통이니 하는 한국에서는 생전 듣도 보지도 못한 풍속들에 싸여 많은 심적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1세 위주 한인사회의 실정인 바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국제결혼여성들은 일반 이민자들보다 더큰 문화충격과 언어로 인한 고충을 당하고 있다고 볼수있겠다. 이에 더해 오랫동안 단일민족의 기풍속에서 살아온 한민족의 타민족에 대한 편협성으로 인해 국제 결혼여성들을 흘겨보는 풍조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서나 이곳 한인사회에서나 대동소이한 것 같다. 근래에 들어서는 세계화의 여파로 한층 나아졌는데도 이들에 대해 아직까지도 구태의연한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있는 동포들을 가끔 볼 때 개탄스럽다.
향후 세대가 이어지면서 한인들의 후예들도 혼혈이 가속될 것을 예견하면 한미여성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선구자들이 당하는 시련을 겪고 있는 셈이다. 외모나 문화배경이 판이한 미국인들을 일생의 반려자로 선택했다는 것은 이들이 호기심많고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활달한 젊은 여성이었음을 뜻하며 이들이 미국에 와서는 미국사회에 한국과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음은 높이 평가를 받아야할 것이다.
한미여성들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을 홍보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사회의 기본단위인 미국가정의 주요 구성인자로 들어가 그속에서 한국음식, 관습을 비롯한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물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2세들을 통해 한국인의 혈통을 미국땅에 뿌리박는, 한국의 후손들이 미국의 주인이 되는 가장 확실한 역정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집단이 이들보다 더 ‘미국의 한국화’ 에 기여할수 있단 말인가.
또한 이들은 오늘 미주 1백만 한인사회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집단이다. 금년 6월말까지 한국 외통부의 해외이주과와 미 이민국의 통계를 종합해보면 1950년 1명의 한국여성이 국제결혼한 것을 시작으로 50년대에는 1년에 평균 200명이 60년대는 1천명이 70-90년대는 매년 4천여명이 국제결혼으로 미국에 입국했는데 195
0년에서 지금까지 국제결혼한 한국여성의 총숫자는 134,485명에 이른다. 워싱턴지역의 한인인구가 미전체 한인숫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감안할 때 워싱턴지역에는 1만명 안팎의 한미여성들이 거주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들은 시민권을 취득한후 대부분 부모,형제자매들을 초청하기 시작했는데 국제결혼여성들을 연고로 한 초청이민숫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는 않으나 미주 전체한인 인구의 약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소박한 꿈을안고 미국으로 시집온 한미여성들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알뜰한 가정을 꾸려 ‘민간 외교관’ 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자랑스런 딸’들도 많으나 한편에는 문화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가정불화 끝에 결혼생활에 실패하는등 그늘진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않다. 한미여성들은 이 ‘그늘의 여성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할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의 손길이 미쳐 미치지 못하는 사소한 부문에까지 풋풋하면서도 자상스런 한국여인의 손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곁눈질하는 한인사회에 미소로써 화답하는 격이다.
한미부인회는 미전역에 10여개가 설립돼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있는데 워싱턴 한미부인회는 1981년 회장선거를 싸고 분규에 휩쓸려 선거에 패한 일단의 여성들이 떨어져 나가 워싱턴여성회를 창설했다. 여타의 한인사회 조직의 부정적인 면을 한미여성들 사회에서도 다시한번 확인하는것같아 씁쓸하다, 워싱턴여성회는 분리후 ‘장학과 문화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현재까지 한인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을 계속,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미부인회는 1984년에 이름을 한미여성재단으로 바꾸고 회원자격도 재미한인여성으로 확대, 한미여성관계 뿐만아니라 전체 한인사회로 봉사영역을 넓혔다, 이제 한인사회는한미여성들에 대한 인식의 재고와 함께 한미여성들이 지금까지 한인사회의 형성과 봉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 표창을 준비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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