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01년도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이 유수 같다.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는 시간이야말로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다. 사람은 시간을 타고 태어나 시간을 등에 업고 살다, 시간속으로 사라지는 존재인 듯 싶다. 아무리 충격적인 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석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가물가물 사라져 버린다.
라디오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온다. ‘하얀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의 선율이 감미롭게 마음을 싸잡는다. 하지만 하얀 눈 대신, 이상기온이 뉴욕에서는 계속된다. 겨울이 성큼 다가섰지만 날씨는 봄날처럼 포근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많은 충격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망각은 참으로 중요하다. 잊어버리는 기능이 인간에게 없다면 참으로 참담한 생을 사람들은 살아가야만 한다. 좋은 일이야 매일 생각나도 좋다. 그러나 나쁜 추억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만약, 망각의 기능이 인간에게 없어 매일 나쁜 일이 생각키워진다면 사람은 단 일 년도 살 수가 없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 시간의 선상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생들. 그 생 속에는 아름다움, 추함, 미움, 슬픔, 즐거움, 갈등, 고뇌, 번민, 소망, 만족, 행복, 불행, 노함, 기쁨이 거미줄처럼 뒤엉키며 엮어져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사랑을 하고, 가정을 만들고, 직장을 다니며, 사업을 일구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에 큰 꿈을 안고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은 다 망각의 늪 안에서 이루어지며 소멸된다. 그러나 인간은 그 망각 속에서 또 꿈을 심고 소망 가운데 새 설계를 감행하고 추진해 나간다. 인간의 위대함은 여기서 나타난다. 슬픔과 역경, 좌절을 뛰어 넘는 인간의 지혜가 망각을 바탕으로 시작된다는 것. 이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그 망각 중에 하늘이 인간에게 허락한 큰 복이 하나 있다. 바로 수면이다. 사람만 자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도 잔다. 물 속에 사는 고기도 잠을 잔다. 겨울이 되면 동면 즉, 겨울잠에 들어가는 동물이 많다. 개구리, 뱀, 곰 등 많은 동물이 동굴이나 땅 속에 들어가 한 겨울을 잠으로 보낸다. 그리고 새 봄에 다시 나온다.
잠이란 망각중 한 부분이다. 잠 자는 시간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시간이다. 사람은 잠을 통해 원기를 회복한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사람은 기운을 쓸 수 없다. 잠 속에 빠진 사람은 업어가도 모른다. 이렇듯 ‘잠’이란 ‘망각’ 속에서 사람은 나쁜 추억을 지워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수면 속에서 사람은 보다 아름다운 꿈도 꿀 수 있다.
망각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꿈. 상사병에 걸린 사람도 아름다운 여인을 망각 속 꿈속에서는 만날 수 있다. 그 꿈 속에서 함께 살 수도 있다. 아름다운 꿈은 사람을 더욱더 힘나게 한다. 꿈 속에서 꿈을 꾸는 사람도 있다. 꿈이란 망각 속 수면 안에서 펼쳐지는 하늘이 내린 큰 축복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망각 속에서 우리가 꼭 꾸어야 할 꿈이 하나 있다. 남을 도와주는 꿈을 꾸어보자. 남을 도와주는 것은 반드시 내가 풍요로운 삶을 살아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이 남아 돌아가, 남을 도와주는 것은 진정으로 남을 돕는 것은 아니다. 내가 부족하면서도 남을 돕는 것이 진정 남을 돕는 것이다.
남을 도와주는 꿈을 현실화 시키면 더 좋겠다. 그래서 남은 한 달과 세모를 맞아 불우이웃과 어려운 사람들을 향해 선행을 베푼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해 마다 세모만 되면 들려오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소리. “딸랑 딸랑”. 이 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불우이웃을 돕자는 소리일 것이다.
그 종소리는 망각을 깨어주는 사랑의 종소리일 것이다. 1년여, 바쁜 자신의 일정 속에서 단 한 번도 내 이웃을 향해 눈을 돌려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깨침의 종소리 일 것이다. 자신만을 위해 살다, 한 번쯤 이웃을 향해 눈을 돌려 보라는 호소의 소리도 될 것이다. 나 보다 못한 사람들, 우리 보다 못한 이웃들, 그들을 위해 소리없이 구제하고 살아봄도 괜찮을 것이다. 물처럼 흐르는 빠른 세월 속이지만 서로 더불어 돕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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