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별이 된 안짜이쉬를 만나고 왔다.
23일 중국 상하이 팔만체육관에서 열린 안재욱(31)의 콘서트를 직접 봤다. 사실 내 눈으로 보기 전엔 반신반의했다.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데 과연 중국 팬들이 듣던대로 열광적일까, 혹시 ‘뻥’이 좀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다지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중국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말 대단했다. 8만명이 들어간다는 큰 체육관에 4만여명의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중국에서 그는 화려한 별이었다.
# 첫날 콘서트 - 콘서트선 4만팬들 "사랑해요" 열광
상해 공항에 내리자 마자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은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안재욱 소속사 미르기획의 노희정 대표는 “이 큰 체육관에 사람이 좀 들어보이려면 최소 3만명은 와야 하는데…”라며 긴장의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안재욱은 중국 후난성 TV가 제작하는 드라마 <아파트>의 첫 촬영을 앞두고 고사를 지내고 왔다고 했다. “한국 연예계 어때요? 되게 시끄럽던데요.” 다 알고 있으면서도 딴청이다.
공연 시작 15분전인 오후 7시 15분. 주최측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어찌된 일인지 표는 다 팔렸다고 하는데 잔디 위의 1만석 객석이 절반도 차지 않았던 것이다. 노 대표는 “중국사람이 원래 만만디라…”라고 하면서도 결국 공연 시작 시간을 10분 미뤘다.
기자도 체념한 채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콘서트 시작 조명과 함께 눈을 떴는데 깜짝 놀랄 일이 펼쳐졌다.
그 많은 인원이 언제 왔는지 잔디 객석은 물론 스탠드까지 꽉꽉 찼다. 잔디 위 객석 관람료는 700원(한화 약 11만원)으로 중국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임금과 맞먹는 액수다.
일어나지 말라는 공안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한글로 씌어진 플래카드를 들고 온 중국의 여성 팬들은 ‘안짜이쉬, 워 아이 니(안재욱 사랑해요!)’를 외쳤다.
#콘서트 뒤풀이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한결 가벼워진 표정이 된 안재욱을 만났다. 한국식당에서 열린 뒤풀이 자리에서 그는 한껏 취할 준비(?)가 돼 있었다. 이날 술은 중국술인 오량주였다.
“좋아요. 이런 기분 뭐라 표현할 수 없네요.”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주역인 그에게 우선 힘든 점을 물었다.
“중국 사람보다 한국 사람들이 더 겁나요. 유령 기획사를 차려놓고 중국 공사를 찾아와 그런대요. ‘안재욱 한국에서 별로다. 차라리 HOT나 god를 우리가 데려오겠다’라고. 그러면 오히려 중국인들이 묻는대요. ‘안재욱 만큼 해낼 자신이 있느냐’고. 우리끼리 이런다는 게 참 우울하죠.”
여기저기서 안재욱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여긴 기자들도 저한테 사인 받느라 정신없어요”라고 씩 웃으며 자리를 옮긴다. 치, 잘난 척이라니.
기자는 새벽 1시반께까지 스태프들과 어울렸고, 안재욱은 5시까지 술을 마셔 다음날 거동을 못할 정도가 됐다. 어차피 이날은 거사를 치러낸 스태프들이 주인공인 날이다.
#중국식당에서 - 현지 첫 드라마 ‘중국어로 대사’ 욕심
다음날(24일) 저녁 안재욱이 묵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후난성 TV는 안재욱과 프로듀서로 참여한 정세호 PD를 위해 아파트를 내줬다.
안재욱은 속이 쓰리다면서도 “밥 생각은 없지만 게를 먹으러 간다고 하는데 안갈 수 없지”라며 일어섰다.
그는 “어렸을때 증조할머니 드리려고 쪄놓은 게 7마리를 모두 먹어치워 엄마에게 죽도록 맞았다. 그 정도로 게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25일 아침 7시반부터 드라마 첫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그는 좋아하는 술을 자제했다. 중국인들과의 첫 작업이기에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가 끝까지 사이다를 고집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정 PD하고 둘이서만 술잔을 주고 받아야 했다.
그는 중국은 알수록 만만치 않은 곳이라고 했다. “CF 출연료로 받은 현찰을 베이징 은행에 가서 세는데 50분이 걸리더라구요. 우리 같으면 그 정도 액수면 지점장실에 우아하게 앉아 있고 알아서 세어오는데, 거긴 성능도 좋지 않은 셈하는 기계 때문에 몇번이나 다시 셌죠. 한줄밖에 없어 뒤에서 사람들이 기다려 정말 돈 주고 창피한 경우를 당했죠.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절대 급할 게 없는 나라예요.”
안재욱은 앞으로 석달간 상해에서 드라마를 촬영해야 한다. 안재욱은 욕심을 부렸다. 중국어로 대사를 하겠다며, 중국 대사를 달달 외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드라마나 영화를 해야 하는데 사실 자신이 없어요. 급하게 찍는 미니시리즈에 질려 주말극을 선택했는데 시청률은 높았지만 과정이 좋지 않았죠. 영화의 경우는 더 종잡을 수 없어요. 코미디영화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는데, 제대로 된 코미디를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출연 영화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사연을 들려줬다.
안재욱의 아파트로 돌아와 자정 넘어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그는 이날 밤도술을 사양했다.
다음날 아침 느즈막히 눈을 떴더니 안재욱은 벌써 촬영을 나가고 없었다. 대신 식탁 위에는 그가 끓여놓은 된장찌개가 놓여 있었다.
새벽 4시까지 대본 연습하고, 동료들을 위해 미리 된장찌개를 끓였다고 한다. 중국에서 식사당번은 안재욱이라나.
<사진 설명>
1. 안재욱의 콘서트 모습(위)와 공안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한글로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일어서서 소리치는 안재욱 콘서트에서의 팬들.
2.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는 안재욱은 "중국어로 대사를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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