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해가 가려 한다. 올해 한 해 처럼 미국역사에 많은 이변을 몰고 온 해도 없었던 것 같다.
21세기의 문턱을 막 넘은 새해 벽두부터 사상 유례없는 근소한 차이의 대통령선거를 가지고 온 미국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고 갔고, 또 한 집안에서 아들과 아버지가 미국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으로 떠들썩한 새해의 장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 초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 초강경 외교정책을 펴더니 무엇이 문제였나? 미국이 이렇게 당해야 되는 까닭은… 가을 하늘은 드높고 눈이 시리게 파란 9월 11일 아침 모든 사람으로부터 일상의 평화를 앗아간 그 날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월가의 사령탑인 트윈빌딩의 붕괴는 우수한 인명을 수천명씩 앗아 갔고 우리에게 분노와 슬픔을 안겨준 테러리즘에 치를 떨게 하고 있다. 이유도 없이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야 했고, 남편을 잃어야 했으며 이유도 없이 아기는 유복자로 태어나야만 했다. 이 모든 슬픔의 씨앗은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뿌려진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당해야만 했다.
성조기의 물결이 거리를 뒤덮고 신이여 미국을 보호하소서의 노래가 온 천지에 퍼져 흘렀다.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아무 것도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서 행해지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위안일 뿐인 것을…
테러가 발생한 지도 벌써 두달이 지났다.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이 우리는 하루 하루를 가슴 조이면서 살얼음판에서 살고 있고 반가워야 할 편지가 무서운 세상에서 떨고 있다. 그런데 또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추락해서 250여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이제 겨우 희생된 영혼들을 비보속에서 떠나보내고 슬픔을 삼키려는 때에 던져진 또 하나의 경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절망할 수는 없다.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영국이 승승장구하는 히틀러의 공격을 받아 풍전등화 상황에 놓여있을 때 영국 국민은 처칠의 “우리는 결코 포위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 한마디에 희망을 잃지 않고 참아낸 일화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마침내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내고야 말았다. 1940년은 영국에 있어서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던 캄캄한 암흑의 시대였다. 역사는 그 때를 제일 나빴던 시대로 꼽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나치를 물리치고 전유럽에 승전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2001년은 아마도 미국에 있어서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의 설 자리는 이제 점접 좁혀져가고 있고 탈레반의 패배는 목전에 와 있는 듯 보인다. 테러리스트들의 날뛰는 범위도 제재를 받고 있고 이제 미국은 더 이상의 참담한 현실을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혼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면 다시 평화로운 우리의 시대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삽시간에 무너져내린 미국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슬픔을 뒤로 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흔들림 없이 해내는데 있다고 본다. 곱던 단풍잎도 땅에 떨어지고 마른 낙엽이 되어 한 해의 끝을 알리고 있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비극의 현장을 보며 목메어 했지만 그 속에서 가족의 중요함을 뼈에 사무치게 느꼈고 남을 돕는 자선과 이웃에 대한 온정을 베풀 줄 아는 성숙함을 배웠다.
미국에 살면서도 무감각한 상태에서 편안하고 안일하게 살아왔는데 어느새 내 조국 다음으로 애착을 가지게 되었고 성조기를 구해 차창에 달고 다니면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나의 가족과 나의 이웃, 그리고 내가 몸담고 살고있는 이 나라의 안전을 위해 이번 추수감사절은 더 많은 감사 기도를 드린 감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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