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정상 스키어 카바노, 연습도중 코치와 충돌 사망
스키의 계절, 겨울철이 돌아왔다. 특히, 이번 겨울은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과 맞물리면서, 스키에 대한 관심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계 정상급 스키계에는 빨간색 위험 신호등이 켜졌다.
얼마전 프랑스 여자 국가대표 스키선수 레지느 카바노가 오스트리아 쉬엘던에서 연습 도중 사망했기 때문이다. 카바노는 같은 장소에서 훈련 중이던 독일국가 대표팀 코치 마르쿠스 안반더와 충돌, 머리에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함께 충돌한 안반더도 중상을 당했으나 다행히 목숨은 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 수퍼 대회전활강 챔피언인 카바노는 올 시즌, 오스트리아 쉬엘던에서 개최된 월드컵 스키 개막주간을 맞아 연습중이었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 여세를 몰아 동계올림픽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카바노는 월드컵은 제패했지만, 유독 올림픽에서는 약한 징크스를 벗지 못했다. 지금까지 세 번 참여한 동계올림픽에서 번번이 실망스런 성적을 남긴 것이다.
솔크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도전하는 카바노의 집념은 남달랐다.
카바노는 지난 10월27일, 쉬엘던에서 열린 대회전 대회에서 3위 골인함으로써, 다시 한번 올림픽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카바노는 11월22일 및 24일에 아스펜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전활강 대회 때까지는 일체의 공식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 대신에, 프랑스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오스트리아와 피츠밸리 글레시어에서 훈련중이었다. 마침 그 곳에서는 독일 국가대표팀이 훈련중이었는데, 스키계에서 두 나라 국가대표팀이 함께 훈련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카바노의 갑작스런 사고 소식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전세계 엘리트 스키계에 큰 충격파를 몰고 왔다.
운명의 10월29일, 31세의 카바노는 시속 60마일 속도로 활강중이었다. 그런데, 순간 그녀는 코스 중간에 있던 독일의 안반더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카바노는 뇌와 얼굴에 중상을 당하고 인스브룩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이송 이틀만에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약혼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산소호흡기 제거와 함께 사망했다. 장례식은 그녀가 시골 목수의 딸로 태어나 처음 스키화를 신었던 라 클로즈에서 거행됐다.
현재 그녀의 죽음을 두고 인스브룩 지방검찰이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 하지만 중상을 입은 안반더 선수가 언제쯤 증언을 할지, 또는 사고경위를 상세히 기억할지는 미지수다.
초동수사 결과로는 프랑스와 독일 대표팀이 워키토키 주파수를 일치시키지 않았다는 혐의가 포착됐다. 그 결과 카바노가 출발할 때 안반더 선수에게 카바노의 접근 사실을 주지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안반더의 수신기가 불량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곳은 항상 많은 스키선수들이 트레이닝 하는 곳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항상 치명적 사고 위험이 뒤따른다"
1998년 올림픽 수퍼 대회전 챔피언인 미국의 피카보 스트리트는 강조한다.
사실 스키라는 스포츠 자체가 항상 위험성을 수반한다. 특히 엄청난 속도경쟁을 벌이는 세계 정상급 세계에서는 엄청난 위험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1994년 오스트리아의 율리케 마이어 선수는 월드컵 다운힐 경기중 중심을 잃고 타이밍 포스트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마이어는 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 1992년 오스트리아의 피터 윈즈버거 선수도 자유형 스키도중 사고사했다. 그로부터 1년 후에는 같은 팀의 저놋 라인스탤러가 월드컵 다운힐 훈련 도중 사망했다. 보다 최근에는 지난 3월, 1984년 올림픽 다운힐 금메달리스트 미국의 빌 존슨이 연습도중 균형을 잃고 나뒹굴었다. 이 사고로 존슨은 심각한 뇌부상을 당했다. 그로부터 불과 하루 뒤에는 캐나다의 데이브 어윈 선수가 극한 스키 경쟁도중 뇌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카바노의 죽음은 스키계에서 선수 안전강화 대책이 본격 제기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스키선수들의 일차적 안전 책임은 출발 게이트에서 모든 상황을 체크하는 코치들의 몫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미국 여자 스키대표팀 마란 세니고 코치는 말한다.
"출발 게이트는 스키의 통제탑과 같다. 카바노의 사망은 통제탑이 매번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경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출발점부터 결승선까지 완벽한 안전을 기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세니코 코치는 스키장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미국선수들이 훈련할 때, 코스 내부 또는 주변에 위치한 사람들과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운다. 전문가들은 만일 이런 조치들이 취해졌다면 카바노의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카바노의 죽음 직후 오스트리아 수사 당국은 안반더 선수에게 초점을 맞췄었다. 그러나 이내 수사의 초점은 두 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들로 옮겨졌다. 프랑스 팀은 카바노가 코치 사인 없이 출발점을 떠났다는 추정을 부인했다. 또 독일 팀에게 카바노의 출발신호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우리 팀은 아무 잘못도 없다. 사고 자체가 정규훈련 시간이 아닌 휴식시간에 발생했다. 독일선수 중 카바노의 접근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독일팀의 발터 포겔 감독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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