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류언론, 경기냉각 전망한 손창묵 박사 띄워
그 동안 세월이 좋을 때‘Dr. Boom’(호황 박사)으로 통했던 손창묵 박사가 요즘은‘Dr. Doom’(파멸 박사)이라는 별명을 듣고 있지만 여전히 주정부의 보배며 가장 영향력 있는 주 공무원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 주정부의‘Chief Economist’(수석 경제분석가)인 손 박사(57)는 지난 18년 동안 가장 암울한 경제 소식을 게리 락 주지사의 행정부와 147명의 의원을 포용하고 있는 주 의회에 통보했다. 주 경제의 운신 폭이 좁아져 앞으로 세 수입이 8억달러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냉엄한 선고였다.
손 박사가 20일 아침 이를 발표한 올림피아의 세입 전망위원회(RFC) 사무실은 기자들과 카메라맨들로 대 혼잡을 빚었다. 눈부신 TV 카메라 조명과 플래시 세례를 받은 손 박사에게 RFC 의장인 시드 스나이더 상원의원이“당신은 우리의 이치로”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대단한‘인기’였다.
손 박사는 난국을 설명하는데 구태여 어려운 경제용어를 동원하지 않았다. 예사롭지 않은 폭풍이 주경제를 덮쳐 큰 웅덩이를 냈고 거기서 헤어 나오려면 몇 년은 조이 걸릴 것이라고 쉽게 설명했다. 그 근거로 그는 ▲9·11 테러사건 이전부터 시작된 주경제와 전국경제의 동행 퇴조 ▲대기업 해고사태로 인한 전국 최고의 실업률(6.6%) ▲소비위축으로 인한 판매세 수입 격감(워싱턴주는 갑근세가 없어 판매세에 크게 의존) 등을 꼽았다.
이 같은 불길한 내용은 손 박사가 지금까지 발표한 세입전망 가운데 최악의 것이었다. 이 발표가 정계에 경종을 울리고 예산지출의 대폭 삭감, 세금인상 추진 등의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손 박사는 잘 안다. 그럼에도 그가 선거의 해에 나쁜 소식을 기탄 없이 밝힐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자리가 20여년 전 통과된 주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주지사 예산국 및 상·하원 예산위원회가 각기 정략이나 당리당략에 맞춰 세입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주지사가 지출을 늘리기 위해 세입전망 수치를 조작한 적도 있었다. 그 결과 예산은 누더기가 됐고 현직 지사나 의원들이 다음 해 선거에서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이 같은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1984년, 당시 존 스펠만 주지사(공화)와 민주당 지배하의 주의회는 정부 및 의회 관계자 6명으로 RFC를 설립하고 상임 디렉터를 외부에서 고용했는데 손 박사가 창설이후 지금까지 이 디렉터 직을 맡아오고 있다. 손 박사는 RFC의 상근 분석관들을 지휘 통솔하며 매일 산같이 쌓이는 전국의 일간지를 훑어보고 라디오-TV 뉴스를 청취하며 경제 전문지, 경기전망 보고서 등은 물론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지역 내 대기업들로부터 듣는 비공개 브리핑 등을 통해 정보를 취합한다.
손 박사는 매 분기마다 RFC에서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자리는 정부 관계자와 기자들이 빠지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손 박사가 제시한 전망을 RFC가 퇴짜 놓은 적은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다. 대개는 만장일치로 이를 가결한다. 90년대 초 일부 RFC 위원들이 손 박사가 제시한 가설의 수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가 손 박사가 사표를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꼬리를 내렸었다. 그후로는 그런 일이 다시없었다.
손 박사는 1969년 이민 와 뉴욕 주립대(스토니 브룩)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뉴욕·일리노이·오리건 등지의 주 정부를 거쳐 워싱턴주 RFC로 스카웃 돼왔다. 락 지사는 손 박사가‘워싱턴주의 앨런 그린스팬’이라며 워싱턴주민들이 그를 존경하고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신뢰한다고 지적한다. 락 지사는 또 손 박사가 워싱턴주의 많은 한인들에게‘히어로’로 추앙 받고 있으며 한국에도 강력한 후원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 박사는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워싱턴주의 가장 큰 한국계 신문인 한국일보에 매주 칼럼을 쓰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전망을 발표한 직후에도 손 박사는 서둘러 시애틀로 달려가 한인사회가 최초로 세운 은행의 창립식에 참석했다. 손 박사는 이 은행의 이사장으로 내정돼 있다.
경제학자이자 주지사 경제 보좌관인 딕 콘웨이는 손 박사가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경제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잘 간파할 뿐 아니라 과학과 기지를 섞어 전망보고서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손 박사가 경기가 좋든, 나쁘든 3대 주지사를 거치며 그처럼 오래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사실 자체가 주민들이 그의 리더십을 존경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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