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카우보이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금융·무역업 및 석유·항공·전자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한 달라스에 한인이 첫 발을 디딘 것은 60여년 전인 194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 작고 눈 찢어진, ‘고요한 아침의 나라’ 출신의 한인이 신기했던지 당시 한 동네 신문에서 이 사실을 보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지금은 텍사스 최대 한인 밀집지역이 된 달라스에 작게나마 커뮤니티를 이루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초반. 국제결혼 여성들과 유학생들이 알음알음으로 조금씩 모이게 되었고 65년에는 최초의 한인교회인 달라스 한인교회가 설립됐다. 달라스신학교를 졸업하고 미국교회에서 시무하던 석보욱 목사에 의해서다.
석 목사와 김래응 전 한인회장은 "달라스를 비롯, 포트워스, 알링턴, 어빙 등에 거주하던 20여명이 주일마다 모여 예배를 보고 서로의 집에 놀러 갔다. 닭 한 마리를 고아 양배추 김치와 함께 먹다가 사람이 더 오면 물만 더 부어 양을 늘리던 시절이었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극히 완만한 속도로 성장하던 한인사회가 발전의 전기를 맞은 것은 65~70년 파크랜드 병원에서 간호사가 부족, 35명의 인력을 한국에서 수입하면서부터. 그 결과 69년 한인회와 간호사협회가 생겼고 총인구도 100여명으로 불었다. 그 시절 한인들은 연말이면 다운타운 베이커스 호텔에 모여 망년회를 하고 레이크 달라스에서 8.15 기념식을 갖기도 하면서 타향살이의 시름을 달랬다.
70년대 초반에만 해도 지역사회에 한인운영 비즈니스가 거의 없었다. 비즈니스와 인구가 급팽창한 것은 70년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새. 한국에 이민 붐이 일면서 한인들이 물밀 듯 유입돼 80년대 초에는 5,000명에 육박했다.
휴스턴 총영사관측에 따르면 포트워스 등 주변지역을 포함 달라스권 거주 한인은 현재 약 6만명으로 추산된다.
한인상가는 교외지역인 어빙시에서 시작, 역시 외곽인 갈랜드시와 달라스 시내 해리 하인스로 확대됐다. 갈랜드와 어빙은 한인 상대 업소가 대부분이지만 해리 하인스는 도·소매상, 식당, 식품점 등이 밀집돼 최대 한인타운을 이루고 있다. 도·소매상들은 텍사스 전역과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등에서 물건은 사러오는 한인 및 타인종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으며 서비스 업종은 한인 고객이 대다수다. 의류, 잡화, 보석, 가방 등을 취급하는 해리 하인스의 한인 도매업소는 80개선. 대개는 소매도 병행하는데 소매만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업소를 합하면 그 수가 훨씬 많다.
한인 진출이 가장 활발한 업종은 세탁업과 도넛가게. 각각 450여개와 500여개 업소로 추산되고 있는데 영업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매력 때문에 지금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밖에 규모 있는 청소업을 하는 한인들이 많고 부동산, 보험, 여행사, 비디오샵, 의사 오피스 등도 각각 수십개씩에 달하고 있다.
달라스 한인 비즈니스는 불경기에도 불구,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상상 이상의 큰 돈을 번 한인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스 북부 리처드슨시에는 ‘텔레콤 회랑’이 있어 노텔, 에릭슨, MCI,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에 근무하는 한인 직장인들이 많다. 포트워스의 록히드 마틴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한인들은 주로 플레이노, 카펠, 리처드슨, 플라워마운드 등 학군 좋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100여개의 개신교 교회, 2개의 천주교회, 4개의 사찰 등을 통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한 때는 휴스턴보다 규모가 작았던 달라스 한인사회의 성장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대한항공 직항노선도 큰 몫을 했는데 지난 달 9.11 테러여파에 따른 고객 급감 때문에 운항이 잠정 중단돼 지역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한인중 한 사람은 달라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필 그램 연방 상원의원의 부인인 웬디 리 그램 여사. 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장관급인 연방 선물거래위원장을 지냈는데 최근 지난 9월 그램 상원의원이 재선 출마를 하지 않기로 발표한 바 있다. 달라스 경찰국 산하 5개 지역 경찰서중 하나를 맡아 치안을 총책임지고 있는 40대 중반의 1세 한인여성 존 에드워드 김씨와 루이스빌 교육위원 타미 김씨를 비롯, 주류로 진출하는 한인들이 계속 늘고 있어 달라스 한인사회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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