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이슬람에 관한 책들이 가장 많이 판매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고 있다. 9.11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서방세계는 모슬렘이나 이슬람 종교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9.11 참사는 아랍 세계를 다시 보게 하였다.
수천 생명을 무자비하게 앗아간 이 만행의 동기와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고저 한다. 우리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사우디의 미군 주둔 등이 반미감정의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저변에 깔려있는 증오의 원인은 그들의 근본적 종교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세계를 알라 신에 충성한 자(fidel)와 불충성하는 자로(infidel)로 구분하고 불충성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알라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테러사건은 불충성한 미국과 서구문화에 대한 그들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빈 라덴이나 테러 주범 아타는 이와같은 과격 이슬람 종교관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자신들도 근엄한 신앙생활을 실천하는 자였다.
9월 11일 무역회관이 붕괴될 때 빈 라덴은 성명 서두에 알라 신에게 감사를 잊지 아니했고 10월 7일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시작되자 신은 충성하는 그들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아타 역시 테러 날 집을 나가기 전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아니하였다.
과거 30여년 동안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그들의 신앙관을 과격화 시켰다. 이러한 결과가 이란과 아프간에 근본주의 종교국가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 외 모든 이슬람 국가도 보수주의 이슬람 종파의 힘에 눌리고 있다.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 쿠웨이트, 파키스탄도 같은 실정이다.
과격파인 Wahhabism의 압력으로 사우디의 교육은 근본주의 종교관을 토대로 하고 있다. 교과과정의 1/3이 종교 교육에 할애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피교육자를 배출할 수 없다. 10학년 교과서에는 기독교인이나 유대인과의 친교를 금하며 그들을 적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쿠웨이트나 파키스탄 고등학교 역시 그들의 일방적인 세계관을 주입시켜 학생들의 반미 감정이 교내를 휩쓸고 있다. 세계를 흑백 논리로 교육을 받는 이들 젊은이들은 근본주의 종교의 희생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근본주의의 상징인 탈레반 정권은 종교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현대화를 적극 막고 있다. 여성의 권리는 거의 박탈되고 있다. 학교 교육이나 직장을 허용하지 않으며 외출시에는 얼굴 전체를 가려야 하며 친인척의 동반이 따라야 한다.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음악을 금하고 있으며 서방세계와의 차단을 위해 인터넷 마저 금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다섯번 성지를 향해 기도하며 술과 담배, 그리고 모든 오락을 못하는 이들은 청교도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탈레반이란 용어 자체도 신의 제자라는 뜻이다. 철저한 신앙생활의 강요이다.
기독교 역시 성경 해석에 따라 다양한 생활상이 나타나고 있다. 근본주의 보수파들은 이슬람이 충성자와 불충성자를 구분하듯이 세상사람과 구분된 삶을 원한다. 분리되어 삶을 영위하는 아미쉬족이 한 예이다. 이들은 현대화를 반대하고 성서 대로 초대교회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학교 교육도 최소한 실시한다. 이들은 평화적으로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극단적인 또 하나의 예는 완전 분리사회를 이룬 Jim Jones 추종자들이다. 그들은 성경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지도자를 따르다가 900명 신도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1692년 신앙생활의 형태가 다르다고 청교도들은 양민 20명에게 교수형을 처했다. 세일럼 마귀 소탕으로 유명한 이 사건은 불과 20년이 못 가서 마귀라는 그들의 누명이 공적으로 벗겨진 것이다.
우리는 낱말 하나 하나를 따르는 근본주의 신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번 테러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성서의 해석은 예수나 마호멧이 직접 재림하여 시비를 가리지 않는 한 자기 주장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 한인교회도 외부세계를 무시하고 내부교회생활에만 집중할 때 좁은 세계관을 형성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직장 외에는 거의 모든 여유시간을 교회 중심으로 보내는 많은 한인교인들은 이 사회의 각종 행사에 참여할 여유가 없다. 한인교회는 미국교회가 신앙이 약하다고 흔히 비난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약한 자나 고아 등 인간 전체에 대한 사랑이 적다고는 할 수 없다.
테러가 근절되려면 먼저 타민족과 타문화를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학교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상호 이해를 중진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 다양성을 존중할 때 공존이 있는 평화로운 세계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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