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상영관(등급외전용관) 도입을 골자로 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의 등급보류 위헌 결정으로 현행 영화진흥법의 해당규정(21조 4항)은 사문화된 상태. 따라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음란성이 짙거나 반사회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최고 `만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두 달여를 끌다가 지난 13일 심재권 의원(민주당)을 비롯한 민주당 및 한나라당 의원 31명의 발의로 개정안을 제출했다.
99년과 지난해 연거푸 제한상영관 도입을 추진했던 문화관광부도 정부 입법보다는 의원 입법 절차가 훨씬 간단하다는 점을 감안해 국회의 개정작업을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의원 발의안이 문화관광부의 입법예고안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제한상영관 설치절차를 일반 상영관과 마찬가지로 시ㆍ군ㆍ구에 등록만 하면 되도록 완화한 것.
문화관광부 안대로 시-도지사가 허가할 경우 주민들의 항의를 우려한 자치단체장이 허가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에는 허용해놓고도 실제 제한상영관이 없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한 소송이나 헌법소원을 막기도 어렵다.
이와 함께 영등위가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도 삭제했으며, 등급분류의무규정도 없애 제작자가 등급분류를 신청하지 않는 영화도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도록 했다.
다만 제한상영관 운영에 대해서는 외부 광고를 금지하는 등 문화관광부 안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명문화해놓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 일부 의원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규정이나 형법상 음란물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영화를 유통시킨 뒤 사후에 규제하는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사전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하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상영등급의 기준. 문화관광부 안은 미성년자의 기준을 `연19세 미만’으로 높여놓았으나 의원 발의안은 `만18세 미만’으로 현행 수준을 유지했다.
`연나이’는 태어난 뒤 1월 1일을 지난 횟수만큼을 나이로 인정해주는 방법으로우리식 나이에서 한살을 뺀 것. `만18세 미만’에서 `연19세 미만’으로 조정되면 그해 생일이 지난 고등학교 3학년생은 물론 한해 학교에 일찍 입학한 1∼2월생 고교졸업자들은 성인등급의 영화를 볼 수 없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40만명에 이른다.
문화관광부 안은 12세와 15세 등급의 기준도 만나이에서 연나이로 조정해 80만명이 늘어나게 되나 영화제작자와 극장업자는 실제 영화관람 계층이 만18세 이상,연 19세 미만에 집중돼 있어 상향조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보호법이나 식품위생법 등에서 미성년자 기준을 `연19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공연법이나 영화진흥법도 형평성을 맞춘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음반ㆍ비디오ㆍ게임물법 개정과정에서 국회가 정부안의 `연19세’를 `만18세’로 수정통과시켰듯이 이번에도 `만18세’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발의안은 영상자료원을 법정기관화해 수입영화까지 프린트의 제출을 의무화하는 한편 `10인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 숫자를 9명으로 못박았다.
영화인들은 외국영화 수입추천제 폐지와 예술-독립영화 전용관 상영영화에 대한등급분류 면제 등도 요구해왔으나 이번 발의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표발의자인 심재권 의원실은 26일 개정안을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한 뒤 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늦어도 12월 3일까지 문화관광위 의결을 끝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문화관광위를 통과하면 법사위를 거쳐 12월 7일께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심재권 의원실의 유창오 보좌관은 "일부 쟁점을 둘러싸고 의원간에 이견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여야와 정부 모두 제한상영관 도입에 동의하고 있어 정기국회 내통과를 낙관한다"고 밝혔다.
문화관광부 유진룡 문화산업국장도 "정부안과 견해를 달리하는 조항이 있으나 여야가 합의안을 내놓는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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