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아주 작지만 매력적인 나라가 3개 있다. 인구는 물론이고 국토 면적이 한국의 군, 면단위에 불과, 과연 국가라고 해야 할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정도다. 그렇지만 이들 ‘미니 3국’은 분명히 독립국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국민들도 상당히 잘 산다.
안도라, 리히텐슈타인, 산마리노가 바로 ‘좁쌀 삼총사’다. 안도라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접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에 위치하고 있다. 국토 면적은 468km²로 서울의 4분의3 크기다. 인구는 6만6,000여명이나 스페인인 3만명, 프랑스인 4,400명, 포르투갈인 6,000여명을 제외하면 원조 안도라인은 1만6,000명에 불과하다. 특별한 생산품은 없지만 면세국이어서 외국 샤핑객과 관광객들이 몰려 1인당 국민 소득이 2만1,000달러를 넘는다. 이 나라에는 군대가 없다. 100여명에 불과한 경찰들이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국방과 외교 문제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6개월 단위로 대신 행사해준다. 국가원수도 프랑스 대통령, 스페인측 주교가 번갈아 맡는다.
리히텐슈타인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알프스 산맥 기슭에 위치한다. 면적은 160km²다. 인구는 약 3만명으로 그 가운데 3분의1이 외국인 거주자다. 스위스 화폐를 사용하고 1923년 이후 관세 업무도 스위스에 대행시키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소규모 군대도 지난 1868년에 해산시켜 버렸다. 스위스의 한 주(州) 취급을 받고 있지만 1990년 유엔에 가입한 엄연한 주권국가다. 국민은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1인당 국민 소득은 3만3,500달러로 빈부격차가 없고 실업과 범죄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각종 진귀한 우표를 발행, 외국 관광객에게 판매해 얻는 수익이 국가 재정에 큰 몫을 차지한다.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반도 중부의 리미니(Rimini)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면적은 61km²이며 인구는 2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이탈리아의 한 도시처럼 보이지만 당당한 독립국가다. 임기 5년의 60명으로 구성된 대평의회가 국가를 대표하고 행정을 이끈다. 대평의회 호위대, 제복 민병대, 요새 기병대가 있으나 국토 방위보다는 국가 행사의 의전군(儀典軍) 역할에 치중한다. 관세권은 없으나 외교권은 가졌다. 외국 관광객이 뿌리고 가는 돈이 주 수입원이다. 해발 600m 높이의 티타노 산 꼭대기에 위치, 흡사 동화나라 같은 매력이 관광객을 불어 들인다. 국민소득은 1만달러 정도다.
한승수 한국 외교장관은 7일 마약범죄로 중국에서 사형당한 한국인 신모(41)씨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초 한국 외교부는 신모씨의 사형 소식을 중국측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중국측으로부터 충분하지는 않지만 몇차례 통보가 있었다”고 말했다.대한민국 국민이 영사보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이국의 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진 것은 기가막힐 노릇이다. 그것도 한동안은 “통보를 받지 않았다” “분명 알렸다”라고 중국과 설전을 전개하는 등 한심스런 작태를 연출했다. 한국 외교의 난맥상은 이것만이 아니다. 독도 문제, 역사교과서 파동, 어업분쟁 등과 관련, 일본으로부터 번번이 뒤통수를 얻어 맞아왔다. 남쿠릴 열도에서 제3국(한국) 어선의 꽁치잡이를 금지하려는 러시아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외교의 수장 한승수 장관의 뉴욕 행보는 지나치게 한가하다는 느낌이 든다. 유엔총회 의장이 됐다는 사실에 취한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유엔총회 의장 취임과 관련, 9월부터 지금까지 두차례 환영만찬을 가졌고 11일에도 취임 축하연을 받는다. 정작 코참이 기대를 걸고 주최한 간담회에서는 내실있는 답변없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한국은 분명히 주권국가로서 독자 외교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 권력의 중요한 축인 외교, 국방, 관세권 등을 다른 나라에 넘긴 유럽의 미니 3개국과는 분명 다르다. 사형수 신모씨 사건은 물론 대일 외교의 난맥상, 꽁치잡이 지속여부 등 한국 외교의 산적한 문제를 앞두고 있는 외교부 장관이 잔치에 참석, ‘웃고 즐길’ 여유를 부릴 때인지 의문스럽다. 보다 진지하게 반성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럽의 3개 소국처럼 아예 외교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 버리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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