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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세 여성 사이클선수 롱고, 세계대회 13회우승
42세의 여성선수가 세계육상대회 100미터 경주에서 우승하거나, 42세의 여성테니스 선수가 윔블던 대회, 또는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다고 가정해 보라. 아마도 이 중년의 여성 세계 챔피언은 나이와 인간 한계를 초월한 불굴의 정신의 화신으로서 세계적인 스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만 42세의 나이로 세계여성 사이클링을 석권한 프랑스의 지니 롱고는 더 유명해지거나 세계적인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인가.
그 까닭은 롱고가 여성사이클 선수이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여성들이 하는 경기에는 큰 관중이 운집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또, 롱고는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처럼 치명적인 암을 극복하고 투어 드 프랑스 사이클 대회를 제패한 것 같은 극적인 인간 승리 스토리가 없는 까닭일 수도 있다.
롱고는 전 커리어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 제고나 인간관계 따위에는 처음부터 눈을 돌리고 살았다. 이런 면에서, 롱고는 항상 보다 완벽한 경기와 신체 포지션 같은 운동내적 요소에만 집착한 독립적 정신의 소유자였다.
이 프랑스 여성 롱고가 얼마 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사이클대회에서 정확히 42세 11개월 10일의 나이로 열세번째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사흘 후, 그녀는 또 다시 도로 경주에 도전, 열네번째 타이틀 도전전에서 불과 사이클 바퀴 하나 차이로 아깝게 동메달을 차지했다.
롱고는 지금까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모두 30개의 메달을 획득한 베테런 여성사이클 선수다. 이제는 해마다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갈 나이지만, 정상을 향한 그녀의 뜨거운 정열은 조금도 식을 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쯤 롱고가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보았다. 나의 커리어가 운동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트레이닝 및 열정만 있으면, 나이를 먹어도 오랫동안 세계 정상에 군림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표본이 되었으면 한다"
롱고는 말한다.
오늘날 많은 스포츠 선수들은 신속하게 출세해서 거부가 되는 꿈을 꾼다.
이들은 운동 그 자체에 대한 열정에 앞서, 자신이 하는 스포츠를 돈을 버는 하나의 직업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에 반해, 롱고는 항상 순수한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을 간직해 왔다.
"나도 돈을 좀 모으기는 했지만, 나 정도의 경력을 가진 남자선수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평생 스포츠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긴 적이 없다"
롱고는 강조한다.
롱고는 원래 장래가 촉망되는 여성 스키선수였다.
롱고를 지도했던 코치는 전 월드컵 스키선수 프래티스 시프렐리였다. 훗날에 롱고의 남편이 된 시프렐리는 16년 동안, 남편 겸 코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이들 부부는 운동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아직까지도 자녀를 갖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두 사람은 가끔씩 후회를 하곤 한다.
롱고는 1979년, 프랑스 스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이를 계기로 시프렐리 코치는 롱고에게 사이클링으로 전향할 것을 권유했다.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프랑스 사이클링계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롱고의 지속적인 성공은 많은 여성들 사이에 질투와 오해를 낳았다. 대중들은 나이 사십 고개를 넘어서도 여전히 스포츠에 헌신하는 롱고의 인생을 자연스런 눈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롱고 역시 대중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리스본 대회에서는 롱고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신세대 젊은이들은 롱고를 자신들의 표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또, 사이클계에서는 여자선수들은 물론이고 남자선수들까지 롱고의 훈련방법과 경기전략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롱고가 철저하게 준수해 온 유기 자연농법 다이어트에 대한 운동선수들의 관심도 크게 증폭되고 있다. 롱고는 농장에서 직접 배달 받은 유기농법 식물만을 섭취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급기야, 최근 한 스위스 출판사는 롱고에게 어른들의 건강 식생활에 관한 책을 집필할 것을 종용하고 나섰다.
롱고는 순수 스포츠 정신을 중시하는 운동선수답게, 각종 첨단장비를 도입하는 현대 스포츠 성향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사이클 선수가 경주도중 귀마개를 착용한다든가, 수시로 코치와 무선통신을 하는 것 등이 그 좋은 예다. 롱고는 이 모든 것들이 스포츠의 참된 정신을 왜곡할 뿐 아니라, 운동선수의 투지를 약화시키고 방어적 전략을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또한, 롱고는 1990년대 이후 세계 사이클링계의 신뢰도에 먹칠을 한 약물스캔들에 대해서도 통탄해마지 않는다. 사이클링계가 약물 스캔들에 휩싸인 후, 롱고처럼 나이 많은 선수가 탁월한 성적을 기록하면 도매금으로 의심 당하는 풍조가 만연됐기 때문이다.
롱고는 약물 스캔들에 대한 스포츠계의 대처 방식에도 불만을 터뜨린다.
그녀의 지론은 약물복용 선수에 대한 단속강화 및 처벌이라는 부정적 접근보다는, 평소 선수들에게 참다운 스포츠 정신을 가르치는 긍정적 접근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처럼 ‘나이를 먹어도 약물에 의지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나, 43세가 다 된 여성선수가 세계대회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롱고는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프랑스 사이클링 기술자문 패트릭 클라조드는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사이클 선수들은 30세부터 35세 사이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노화기로 접어든다. 그러나, 롱고는 아직도 노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롱고는 아직도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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