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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등산가 보스턴, 세계7대 고봉등정 화제
흑인 최초로 세계 7대 고봉에 도전하는 사나이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 엘리엇 보스턴은 올 연초부터 세계 각 대륙에 있는 최고봉을 차례차례 정복하는 대장정에 나섰다. 최근 그는 세 번째 목표물인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킬라만자로봉을 정복했다.
해발 1만9,340피트인 킬리만자로봉은 연중 만년설로 덮여 있으며, 정상부근에서는 희박한 공기로 인해 호흡이 매우 힘들다. 보스턴은 고봉에서의 호흡장애에 대해 "5분간 최고 속도로 달리기를 한 후, 좁은 튜브를 통해 숨을 쉬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한다. 보스턴은 이미 두 번의 경험을 통해 고봉 등정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보스턴은 지난 2월, 처음으로 남미 최고봉인 아르헨티나 아콩가구아봉을 단독 등정했다. 최초의 등정 시도에서 그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비틀스 노래를 쉼 없이 중얼거렸다. 또 지난 여름에는 러시아의 엘브루스산 정복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3년에는 대장정의 종착역이 될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에 도전할 예정이다. 보스턴이 각광을 받는 것이 단지 흑인으로서 세계 7대 고봉 정복에 나섰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보스턴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라나는 흑인 청소년들의 자긍심을 배양하고 삶의 지평을 넓혀주겠다는 박애주의적 이상을 갖고 있다.
오늘날 미국사회에서 스포츠계의 인종적 장벽은 대부분 사라졌다.
한때 백인들의 스포츠로 알려졌던 풋볼계에도 요즘에는 흑인 선수가 절대적이다. 심지어, 오랫동안 백인 전용 스포츠로 인식됐던 골프마저도 타이거 우즈의 등장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옥외 스포츠 분야에 대한 흑인들의 진출은 매우 저조하다.
최근 수년 간 미국에서는 SUV 붐에 힘입어 국립공원들이 큰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국립공원에서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들이다. 아직까지 ‘하이킹 같은 옥외 레포츠는 백인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흑인들이 미국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는데, 국립공원을 찾는 흑인의 비율은 6%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콜로라도 대학 박사과정의 리나 로버츠는 말한다.
"여기에는 흑인들의 경제 사정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흑인들은 오랫동안 옥외 스포츠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지 못했다"
로버츠는 그 배경으로써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회학적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옥외생활을 강요당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시생활을 동경했다. 그 결과 오늘날 흑인들은 옥외생활의 혜택에서 배제되었다"
보스턴은 바로 이같은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백인들이 SUV를 타고 자연을 만끽할 때, 흑인들은 복잡한 도시의 정글에서 헤매야 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이제 그런 획일화된 관념을 깨부수어야 할 때다"라고 강조한다.
최근 보스턴은 LA의 한 도심 초등학교를 찾아 아동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흑인과 히스패닉인 학생들은 보스턴에게 여러 가지 궁금증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의 질문은 대부분 도시생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보스턴은 학생들로부터 "흑인도 이런 일을 하는지 몰랐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대부분의 흑인 학생들은 위대한 미국의 자연의 혜택에서 도태되어 있다. 이들의 눈에 나 같은 사람은 외계인처럼 비쳐진다"
보스턴은 이렇게 안타까워한다.
보스턴은 타이거 우즈가 골프에서,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즈 자매가 테니스계에서 이룩한 일을 옥외 스포츠 분야에서 하고 싶어한다.
타이거 우즈와 마찬가지로 보스턴도 흑인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했다.
보스턴의 부모는 시카고에서 살다가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안정된 교외지역으로 이주했다. 이러한 성장 환경은 많은 면에서 보스턴의 삶을 규정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그의 아내 크리스티는 백인이고 등산 파트너는 흑인이다. 이처럼 보스턴은 두 세계를 넘나들며 살아왔다.
그러나 골프의 신동이 걸음마 시절부터 골프채를 손에 잡은 것과는 달리, 보스턴은 성장한 후에야 옥외 스포츠에 빠져들었다. 그는 10대 시절 장래가 촉망되던 풋볼선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의 손에 이끌려 암벽 타기를 경험하면서 그의 인생의 물꼬가 바뀌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옥외 스포츠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대학도 원래 계획과는 달리 집 근처에 다녔고 졸업과 동시에 페인 웨버사에 취직했다. 이 모든 것이 옥외 스포츠 활동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는 기회 닿는 대로 사막에서부터 세계의 이름난 고봉들을 두루 찾아다녔다. 그의 회사는 최대한 보스턴의 활동을 지원해 주었다.
보스턴은 세계 7대 고봉을 등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데 성공했다.
휴렛 패커드가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 장비를 전담하고, 노스 페이스사는 등산장비 일체를, 그리고 볼보는 신형 크로스컨트리 왜건과 여행경비를 지원한다. 이들 기업들은 보스턴을 후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수계 중산층 시장 진입을 겨냥하고 있다. 보스턴의 세계 7대 고봉 등정 프로젝트는 기업들뿐 아니라 등산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7대봉을 모두 정복한 사람이 몇 명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대략 6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흑인으로서 도전하는 사람은 보스턴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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