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극적인 월드시리즈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6일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이 ‘2팀 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을 단행, 스포츠세계 전체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이날 시카고근교 로즈몬트에서 회의를 가진 구단주들은 28대2라는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내년 시즌 시작 전에 2팀을 퇴출시켜 현 30개팀 리그를 28개팀으로 줄이는 리그 축소(Contraction)을 단행키로 결정했다. 퇴출 대상인 2팀이 누구인지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가 거의 확실시되며 플로리다 말린스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엑스포스는 올해 경기당 7,600여명의 팬을 동원하는데 그쳤고 단시간내 새 구장을 얻게 될 가능성도 희박해 가장 확실한 퇴출대상으로 꼽힌다.
한편 구단주들은 선수노조와의 노사협약이 7일 만료됨에도 불구, 직장폐쇄(Lockout)이나 선수계약금지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 일단 최악의 사태는 피해갔다.
버드 실릭 커미셔너는 기자회견에서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곳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퇴출 팀들은 오랜 세월동안 메이저리그팀으로서 적절하게 운영될만한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리그 축소는 메이저리그에 닥친 수많은 재정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첫 걸음이며 오랜 연구를 통해 현 상황에서 이 길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상당수 구단주들이 2팀 대신 4팀을 줄이자고 주장했다고 덧붙여 구단주들간에 축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시사했다. 메이저리그가 리그 축소를 단행한 것은 1899년 당시 유일한 리그였던 내셔널리그가 12개팀에서 8개팀으로 줄어든 이후 102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언제까지 이뤄지나
구단주들은 내년 시즌 시작 전까지 2팀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팀을 줄이는 엄청난 작업을 그렇게 빨리 끝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리그 축소를 향한 구단주들의 의지는 매우 확고해 보인다. 실릭 커미셔너는 내년 시즌 시작때까지 퇴출작업이 완료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답변을 거부한 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만 강조했다.
◎선수노조의 저항은
선수노조의 반대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최대 과제다. 당장 2팀이 없어지면 메이저리그 선수수만 80명(40명 로스터 기준)이 줄어드는데 노조가 이를 얌전히 수용할 리 없다. 구단주들은 팀당 선수수를 늘리는 안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경우에는 리그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만 늘어날 것이 확실해 역시 노조가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수백명에 달하는 양팀 마이너리그 선수들 처리문제도 골칫거리. 덧붙여 소송 가능성은 언제나 잠재해 있다.
◎왜 트윈스인가
아직 공식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트윈스가 퇴출되는 2팀중에 포함될 것은 유력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최악의 팀이라는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를 나누고 왜 월드시리즈를 2번이나 우승한 트윈스가 퇴출대상이 됐을까. 데블레이스의 경우 현 구장 트로피카나필드와 26년 장기 리스계약을 맺었는데 이를 파기할 경우 절대로 가만 두고보지 않을 것이라는 플로리다주 검찰총장의 엄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트윈스의 경우는 추진해온 새 구장 건립안이 잇달아 주민 및 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새 구입자도 나타나지 않자 구단주가 퇴출보상비(약 2억달러로 추정)를 받고 팀을 해산하는데 동의한 것. 한편 또 다른 퇴출팀 엑스포스 구단주는 완전히 리그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말린스를 사들이고 말린스 구단주는 디즈니사로부터 애나하임 에인절스를 사들이는 것으로 시나리오가 잡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퇴출팀 선수들은 어떻게 되나
정확한 절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퇴출팀 선수들이 곧바로 프리에이전트가 되기 보다는 분산 드래프트(Dispersal draft)를 통해 선수들이 나머지 팀들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장애물이 너무 많다. 우선 현 규정상 다년계약 중간에 있는 선수는 트레이드될 경우 그 시즌을 마친 뒤 트레이드 요구할 권리가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또 엑스포스 구단주가 말린스를 사고 말린스 구단주가 에인절스를 사들인다면 이들이 옮겨가면서 옛팀에서 일부선수들을 데리고 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리그변화
월드시리즈 챔피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현 내셔널리그 서부조에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양 리그에서 1팀씩 축소하면 NL(15개팀)과 AL(13개팀)이 모두 홀수의 팀을 갖게 돼 스케줄 짜기가 어려워져 D백스를 AL 서부조로 보내 양 리그를 14개팀으로 맞춘다는 것. D백스는 NL 잔류를 강력히 원하고 있으나 지난 1998년 창단당시 조건에 따라 리그를 옮기라는 메이저리그 지시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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